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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스카이우스
 
 
 :낯선 목소리가 당신을 호명합니다.
이곳은 당신의 암굴입니다.
수만 년 동안 엄선한 증오와 분노가 거품 일며 들끓고,
원한과 회한이 바닥을 기는 곳.
그들이 내뱉는 저주의 언어들 속에서도 단연 도드라질 만치 방금 당신을 부른 목소리는 미움에 사무쳤습니다.
저 치의 영혼을 꿀꺽 삼키면 얼마나 쓰디 쓸까요.
 
 :당신은, 군침을 삼키며 지난 수백 년 동안 웅크렸던 몸을 게으르게 일으켭니다.
 
 :직후,
다음 순간 당신은 남루한 오두막집에 도착합니다.
먹구름이 낮게 포복하는 밤. ⋯⋯. 소나기가 퍼붓고
이따금 벼락이 솟아올라 어둠을 밝힙니다.
새하얀 뇌전에 눈 앞의 광경 또한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사방이 피로 뒤덮였고, 바닥에 피로 그려진 마법진의 정중앙에는 사람이.
 
 :아니, 시체가 쓰러져 있습니다.
다른 것은 알기 어려웠습니다.
성별이나, 나이도요.
그도 그럴 것이, ⋯⋯. 피부가 벗겨져 붉은 근육의 조직과 속살이 드러났으며,
그 위로 채찍과 칼자국이 얼기설기 남은 끔찍한 몰골입니다.
잔혹이라는 글자를 그대로 형상화시켜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이런 풍경에서 어찌 한 인격을 찾아낼 수 있단 말인가요.
그러나 당신은 이 모습에 눈썹 하나 꿈쩍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타인의 고통과 불행에서 즐거움을 찾는 악마입니다.
미동도 필요 없겠죠.
오히려 당신은, ⋯⋯.
 
테오: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테오 이성치 2 회복. 초과치를 합산해서 적용
중앙에 떠 있는 반투명한 인영이 그제야 보입니다.
저것은 마법진 위에 쓰러진 사람의 영혼. ⋯⋯.
영혼의 생김새는 죽을 당시와 똑같기 마련이라, 눈 앞에 있는 당신의 소환자도 구역질 날 정도로 먹음직스러운 모양새입니다.
시선이 마주하자마자 대번에 당신의 소환자는 눈을 크게 뜹니다.
명백한 놀라움.
 
 :처음으로 보는 악마일 테니 당연합니다.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 그는, 태양 아래 서리와도 같은 목소리로 겨우 쥐어짜낸 소리를 냅니다.
 
스카이우스:내가 널 불렀어.
 
 :부스러지는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그 안에 담긴 증오와 원한은 수천 년 응고된 덩어리처럼 견고합니다.
 
테오:당돌하구나. (안타깝다는 감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산 채로 만났다면 조금 더 재미를 보았을 것을. 난도질 당한 핏빛 신기루를 시선으로 가볍게 훑더니,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무엇을 원해?
 
스카이우스:(무언가 불편한 듯 눈살이 파르르 떨렸다가도, 괜히 양손을 한 번씩 쥐락펴락했다. 이것은 내 영혼이고 너는 악마이기에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거겠지만, 고개를 꼿꼿이 들고 목소리를 마저 내었다. 바라보는 것에 거리낌은 없었다.) 나와 계약을 맺은 뒤 네 역할에 충실하게 소원을 들어 줘.
세 가지 소원을 들어 준다 들었어. ⋯⋯. 바라는 건, 복수. 대가로는, ⋯⋯. 내가 가진 것 중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가.
 
 :이제부터 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소환자와 언약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계약을 맺을지 여부를 결정하며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세요.
당신은 소환되었을 뿐 앞에 있는 그와는 어떤 계약도 맺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니 그의 소원을 들어 주어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당신은 계약을 맺지도 않았는데 소원을 어림짐작해서 미리 들어 주고 싶지도 않을 겁니다.
그러나 호의를 베풀 만한 이유가 있네요.
 
 :저 먹음직스러운 영혼은,
별 하나를 멸망시켜 달라는 소원을 들어 주고도 기꺼울 만한 대가입니다.
 
테오:(더는 잃을 것이 없다 여기는 것인가. 입가에 퍼진 웃음기가 짙어지고, 손을 느릿하게 뻗어 영혼의 턱을 감싼다. 엄지로 갈라진 살갗 위를 꾹 눌러 내며 아직 훼손되지 않은 안구를 빤히 들여다보았다가 한 걸음 물러서 그 주변을 한 바퀴 돈다.) 복수는, 내가 대신 행해 주기를 바라?
 
 :도둑이라도 든 듯 내부는 난잡합니다.
바닥에는 곡식 낱알이 흩어졌고 부서진 나무그릇이 뒹굽니다.
피로 그린 마법진 위로 끔찍한 모습의 시체가 쓰러져 있고요.
무너진 책더미, 다리 하나가 부러져 기운 테이블도 보입니다.
창밖으로는 멀리, 마을이 보입니다.
테이블 외에 가구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 처참하고 공허한 풍경의 집안입니다.
 
스카이우스:(가만히 고민하다가 시신을 매만지는 손길을 보면 천천히 널 따라 시선이 옮겨졌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었어.
방법이 무엇이든, 네게 식은 죽 먹기일 거 아니야.
 
테오:(알고 있는 지식과 창밖 풍경을 대조해 소환당한 위치를 가늠한다. 마법진 위로 자신이 거닐며 발자국이 남았지만 아직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닐 것이다.)
 
 :당신이 위치한 실내는 지구라는 행성 위, 내륙 지방. 어떤 마을에서 멀지 않은 변두리의 오두막입니다.
인간의 피로 그려낸 마법진에는 고대의 저주어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원한이 느껴집니다.
이 원한을 모조리 긁어다가 암굴에 가져다 두면 어떨까요. 아아,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집니다.
분명히 그는 아름답게 갈라지고 쉰 목소리로 비명하고, 신음하며 괴로워하겠죠.
당신은 그 자의 비통한 통곡을 들으며 배를 불릴 테고.
물론 이름도 모르는 소환자와 언약을 맺어야겠지만요.
 
 :하지만 감정과 상식을 재고 따지는 것이 중요한가요, 당신은 악마입니다. 배불리 영혼을 먹어치울 욕망만이 들끓죠.
마법진에 오컬트 롤 시도 가능합니다.
 
테오:
오컬트
기준치: 35/17/7
굴림: 38
판정결과: 실패
 
 :이 마법진은,
세 가지 소원을 들어 준 뒤, 모든 소원이 완료될 시 그 대가로 소환자의 영혼이나 육신 중 하나를 받아갈 수 있는 언약을 요구하는 마법진입니다.
 
테오:방법이 무엇이냐에 따라 내가 하고 싶어질지가 결정되지. 뭐, ....... (바닥을 살피던 시선을 들어 눈을 맞춘다. 저것을 온전히 집어삼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 줄 것 같지만.)
(다시 시체를 한 번, 영혼을 한 번 바라본다. 복수를 이루기 위해 소원을 세 가지 빌기를 선택했다라. 알고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흥미가 생긴 이상 조금은 더 파고들어 보기로 한다.)
심리학
기준치: 80/40/16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첫 번째 소원부터 읊어 보렴. (그 증오의 깊이를 가늠한다. 내게는 얼만큼 진실을 속삭이고 있는지도.)
 
스카이우스:들어 줄 건 세 가지 소원뿐이야. 알고 있잖아? ⋯⋯. 테오. (자연스럽고, 가장 정성스럽게. 알고 있는 이름을 부르면서 평범한 살점에는 스쳐 지나갈 손을 뻗는다. 어쩐지 뻣뻣하게 뻗은 손이 네게 닿고, 그걸 거부하지 않는다면 금방이라도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약 이전에는 무엇도 설명할 수 없어. 이뤄주지 않겠다 하면 어차피 이건 곧 썩어 문드러지겠지.
 
 :시체를 바라보자면, 역겨울 정도로 잔혹하게 죽은 살덩이입니다.
사람이라기보단 살점을 대충 뭉쳐 놓은 벌건 핏덩이에 가깝습니다. 붉은 물이 든 뼈가 드러나 있고, 쏟아지는 세포가 우그러지는 것만 같은. ⋯⋯.
당신에게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보다도 아름답고 고아하게 느껴지는 일그러짐이었으나.
시체에 의료 롤 등을 시도 가능합니다.
영혼을 재차 바라보면 분홍빛의 머리칼 아래로 이채를 품었으나 빛이 들지 않은 희미한 눈동자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아직은요.
 
테오:(튀어나온 뼛조각 중 유독 뾰족한 것을 손끝으로 매만지다가 손길이 닿으면 휘어진 눈매를 미세하게 좁힌다. 죽음의 문턱에 선 인간은, 거리낌 없이 행동하곤 하지. 주로 미지 속으로 우둔한 발걸음을 이끌어 지켜보는 입장인 이에게 도박을 즐기는 성정이 있을 리 만무하나, 이토록 달콤한 제안을 내치기에는 아깝지 않은가. 그 기저에는 고작 인간의 꾀가 자신을 얼마나 당혹시키겠냐는 오만함도 깃들어 있었으니.)
의료
기준치: 31/15/6
굴림: 2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확실히, 받아들이지 않기엔 어려운 제안입니다. 허나 고깝다고 느껴진다면 그리 해도 당신에겐 어떤 손해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것을 집어삼켜야 한다는 욕구를 이루지 못한다면 손해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리도 먹음직스러운 것을 눈 앞에 두고 대번에 돌아선다니요.
시체를 바라본 당신은
그것이 되살려 놓아도 일주일 못 가 죽을 신세라는 걸 알게 됩니다.
되살려 달라는 소원과 자신의 신체를 복구시켜 달라는 소원은, 아무래도 별개로 치니까요. 후후.
관찰 롤 시도 또한 가능합니다.
 
테오: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소환자의 몸에서 자라난 가는 실이 그의 영혼을 잇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맞아요. 이 실은 수명이 다해갈수록 쪼그라드는 거였죠.
지금은 주의깊게 살피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랗습니다.
 
테오:(허옇고 흐린 타래를 손가락 마디에 꼬아 가볍게 당긴다.) 좋아. 너와 계약을 하지.
 
 :계약.
⋯⋯. 그것을 맺음을 당신이 확언하면 소환자가 기이하게 웃습니다.
그 웃음은 진실로 기뻐서 지은 미소라기보단,
그 외에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몰라 그저 입꼬리를 기계적으로 끌어당기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천둥이 하늘을 날카롭게 찢어내는 요란한 소리에 섞여, ⋯⋯.
포복하는 뱀처럼 낮은 웃음이 후두둑 공기 위를 뒤덮습니다.
 
스카이우스:(겨우 잦아든 웃음 아래로 네가 손가락을 얽어내는 것을 바라보다, 쉭쉭대는 숨을 갈무리한 뒤 목소리를 이었다.) 그렇다면 지엄한 계약의 규칙에 따라, 세 가지 소원과 대가를 맞바꿔.
너는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있으니 곧 썩어 녹아내릴 육신이나, 부스러진 영혼이라도 기껍다면 가져가. (그제서 영혼은 홍채에 서슬퍼런 광채를 띠고, 너를 향해 똑바로 손을 뻗었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는 주체할 수가 없다는 듯 웃음을 띤다.)
 
테오:이리 아름다운 것이 기껍지 않을 리가. (내밀어진 손을 쥐어 시선을 두었다가, 시신 옆에 굽혔던 몸을 일으키며 그 손등에 입술을 붙인다.) 부디 후회할 일이 없기를 바라. (진심과 거짓을 한 차례씩 뱉고는 노을 빛의 홍채를 웃어 덮는다.)
 
 :얼마 가지 않아 순식간에,
당신의 그림자에서 어둠이 창살처럼 뾰족하게 자라나 소환자의 영혼을 꿰뚫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손을 놓지 않았을 것이고, 그의 입에선 소름끼치는 비명이 흐릅니다.
찢어진 입술 위를 악물고, 눈물까지 뚝뚝 흘리며 괴로워하지만
그 모습마저 곧 어둠이 집어삼킵니다.
눈에 기꺼운 풍경이 사라지면 아쉬움이 남네요.
 
 :꺼진 지붕으로 빗물이 스며 질퍽거립니다.
 
테오:(맞잡은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가고, 얕은 탄식이 흘렀다. 황홀한 광경은 일순 시간이 멎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지나치게 순식간에 끝나 버려, 암흑 속에서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모든 것이 끝나고 나면 아쉬울 일 없이 탐할 수 있을 테니.)
 
 :계약에 관여된 둘은 1D30과 1D10을 각각 굴립니다. 총 네 개의 결과값이 나와야 합니다.
 
스카이우스:(6/8)
 
테오:(13/2)
 
 :이것은 계약의 비용. 이성/마력의 수치로, 이렇게 한 사람과 한 존재의 힘이 모여 (1D30+1D30)+20의 이성과 (1D10+1D10)+10의 마력이 됩니다. 앞으로의 마법을 사용할 일종의 지갑으로 치환됩니다.
총 39의 이성, 20의 마력이 모였습니다.
스카이우스 이성 6, 마력 8 감소.
테오 이성 13, 마력 2 감소.
신화생물인 당신은 일시적 광기에 걸리지 않습니다, 만.
반면 눈 앞의 그는, ⋯⋯.
 
스카이우스:
광기의 발작 - 실시간
중요한 사람:
1D10라운드 동안 곁에 있는 사람을 자기의 중요한 사람으로 착각합니다.
For 6 rounds.
 
스카이우스:(워낙 모든 것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의존이라는 것은 첫 대면에 순식간에 일어날 법한 일이 아니지만, 왜인지 그래도 될 것만 같았단 핑계를 대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너는 ⋯⋯인가. 착각하면 안 된다. 그는 악마니까. 고작 실타래에 걸린 영혼뿐이었지만 얽힌 손을 저도 모르게 잡아당겼고, 품에 끌어당긴다. 팔은 보이는 어깨를 끌어안았다. 잃어 버리면 안 될 것처럼.) ⋯⋯. 첫 번째 소원이야.
되살려 줘. 적어도, 모든 소원을 다 빌기 전까지는 내 목숨을 붙여 둬. (완전히 붙은 거리에서, 찢어진 혓바닥으로 겨우 닿는 숨소리만을 전한다.)
 
테오:(계약의 순간 제정신을 유지하는 인간이 되려 적을 것이다. 이 정도면 미쳐도 많이 곱게 미친 편이지. 그래서 그답지 않은 당황이라도 한 것일까, 첫 문장이 끝날 때까지는 끌어당겨진 채로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시뻘겋게 빛나는 눈동자와 시선이 맞닿으면 속눈썹이 내려앉음과 동시에 부드럽운 미소가 스며들고, 머지 않아 집어삼킬 탐스러운 영혼을 마주 끌어안는다.) 그러도록 하지.
(속삭이는 입술이 귓가에 스쳤음에도 공간을 휘어잡은 음성은 곧 다른 언어로 변질되어 주문을 외워 나간다. 문드러진 살덩이에 다시금 숨결을. 자신의 계약자를 부활시키기 위하여.)
(마력 3, 이성 1 소모한다.)
 
계약의 비용에서 남은 것은 이성 38, 마력 17입니다.
 
 :이것을 살려 둔다 하여도 일주일도 못 가선, 너무도 많이 흘린 피와 몸 안을 들끓는 병으로 다시 쓰러지고 말 것입니다.
굳이, 그런 걸 말해 주어야 할까요?
당신은 이루어 주기만 하면 되니까 상관없습니다. 지엄한 계약의 규칙에 따라.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붉음과 녹빛이 혼재한 홍채로 눈꺼풀 아래 그림자가 드리우는가 하면,
어느새 당신의 품에 없는 영혼, 되살아난 살덩어리는 금세 바닥을 기고 피눈물을 뚝뚝 흘리며 괴로워합니다.
 
 :쓰러진 지붕을 뚫고 똑, 똑 떨어지는 빗물이 그의 몸 위에서 춤을 추듯 경쾌합니다.
데이고, 베이고, 찢긴 피부 위 복잡한 문양이 한 획 그입니다. 뒷목부터, 척추를 타고. ⋯⋯. 견갑골 위에서 멈춥니다.
악마의 계약자를 의미하는 문양. 또한, 첫 번째 소원이 완성되었다는 표식입니다.
 
테오:(시선을 아래로 돌리면 혼과 육신이 다시 하나가 되어 처참하게 발치에서 바르작거리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무엇 때문에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비져나오는 웃음을 담아 두기 어려울 정도의 증오와 고통. 그 대상이 만약 자신이었다면, 그 황홀경에 일순 숨이 턱 막힐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살아 있는 시체에게 말을 건다.) 다시 필멸자가 된 소감은 어때?
 
스카이우스:(한참이나 진흙탕 같은 숨을 골았다. 늪지대 같은 피웅덩이에서 걸어나온 듯한 목소리는 한탄과 함께 “아파, 괴로워.” 따위의 말을 반복하다가, 눈이 뜨임과 동시에 가장 먼저 너를 찾는다.) 테오. (그러나 널 잡으려는 그 욕심 뒤로 치밀어오르는 복수심. 내가 다시 깨어난 이유. 그것 하나로 매개로 일어날 수 있다. 이 순간만큼은 악마와 닮은 죄악감을 전부 견뎌낼 것이다.) ⋯⋯. 정말, 정말 다시 일어났다고? 하하, 하하하. ⋯⋯! (겨우 일으켠 몸이 실소하듯 털럭이면, 피에 젖어 굳은 머리칼이 함께 미동한다. 봄에 어울리는 색은 피와 잿빛으로 물들어 있다.) 이번 생에는 전부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테오:(이름이 불리자 불꽃을 품은 홍채가 짤막하게나마 수축해 그 사이를 얇게 갈라 놓는 암흑을 벌려 낸다. 비틀거리며 밑바닥을 밀어내고 일어서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네 목덜미 뒤편의 볼록하니 튀어나온 뼈마디를 매만진다.) 네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이건 우리 계약의 증표야.
그래, 그래. 내가 함께하는데 누군들 못 죽이겠어. (어르는 말에 거짓은 없으나, 그 꼬라지로 사람을 죽이겠다니. 칼을 꽂으려 달려들다가 헤집어진 살갗이 도로 터지지라도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네게 얹힌 손바닥을 끌어 아래턱에서부터 뺨을 길게 쓸고, 멈추지 않고 내려 심장이 위치했을 부근에 잠시 둔다. 소원으로 빈 것은 아니었을지언정 이 정도 투자는 할 법한 영혼이니, 그리 생각하며.)
응급처치
기준치: 50/25/10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테오 응처 강행.
 
테오:
응급처치
기준치: 50/25/10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짙고 검은 완전한 검정만이 뼈마디 위에 그려졌습니다. 그 위를 다시 각인시키듯 매만지면 그 칠흑과도 같은 문양은 더욱 빛을 발하는 기분이 듭니다.
심장 위에 손길을 자리하면 얼기설기 제자리를 잃은 살갗이 약하게 차오르고 맞추어집니다. 그마저도 치명상을 치료할 정도는 아니라지만, 멀끔히 걸어다니기도 쉽지 않을 몸뚱아리가 제법 중심을 잡습니다. 놀랄 만한 일입니다. 악마는 악마라는 걸까요?
 
테오:3
 
 :계약자가 몸을 일으켜는 자세는 삐그덕거립니다.
대관절 이런 고통을 감수하고도 바라는 복수라는 게, 무엇이기에.
 
테오:(손바닥에 닿은 옷깃을 움켜 이제 막 비틀거리기를 멈춘 몸을 세워 놓고는 나긋하게 웃는다.) 어때, 죽일 준비는 됐어?
 
스카이우스:(부축 받은 몸이 힘없이 흔들리다 근처의 벽을 짚어 섰다. 이미 다 헐어버린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이 발등을 가득 적시니 핏물 탓에 제대로 뜨이지 않은 눈을 끔뻑인다. 쿨럭, 쿨럭. 기침까지 한 뒤엔.) ⋯⋯. 당연한 걸 묻네. 전부 죽여 버려야지. 너를 뭣하러 불렀겠어?
 
 :그때,
 
벌컥
 
 :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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