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생김새는 죽을 당시와 똑같기 마련이라, 눈 앞에 있는 당신의 소환자도 구역질 날 정도로 먹음직스러운 모양새입니다.
시선이 마주하자마자 대번에 당신의 소환자는 눈을 크게 뜹니다.
명백한 놀라움.
:처음으로 보는 악마일 테니 당연합니다.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 그는, 태양 아래 서리와도 같은 목소리로 겨우 쥐어짜낸 소리를 냅니다.
스카이우스:내가 널 불렀어.
:부스러지는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그 안에 담긴 증오와 원한은 수천 년 응고된 덩어리처럼 견고합니다.
테오:당돌하구나. (안타깝다는 감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산 채로 만났다면 조금 더 재미를 보았을 것을. 난도질 당한 핏빛 신기루를 시선으로 가볍게 훑더니,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무엇을 원해?
스카이우스:(무언가 불편한 듯 눈살이 파르르 떨렸다가도, 괜히 양손을 한 번씩 쥐락펴락했다. 이것은 내 영혼이고 너는 악마이기에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거겠지만, 고개를 꼿꼿이 들고 목소리를 마저 내었다. 바라보는 것에 거리낌은 없었다.) 나와 계약을 맺은 뒤 네 역할에 충실하게 소원을 들어 줘.
세 가지 소원을 들어 준다 들었어. ⋯⋯. 바라는 건, 복수. 대가로는, ⋯⋯. 내가 가진 것 중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가.
:이제부터 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소환자와 언약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계약을 맺을지 여부를 결정하며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세요.
당신은 소환되었을 뿐 앞에 있는 그와는 어떤 계약도 맺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니 그의 소원을 들어 주어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당신은 계약을 맺지도 않았는데 소원을 어림짐작해서 미리 들어 주고 싶지도 않을 겁니다.
그러나 호의를 베풀 만한 이유가 있네요.
:저 먹음직스러운 영혼은,
별 하나를 멸망시켜 달라는 소원을 들어 주고도 기꺼울 만한 대가입니다.
테오:(더는 잃을 것이 없다 여기는 것인가. 입가에 퍼진 웃음기가 짙어지고, 손을 느릿하게 뻗어 영혼의 턱을 감싼다. 엄지로 갈라진 살갗 위를 꾹 눌러 내며 아직 훼손되지 않은 안구를 빤히 들여다보았다가 한 걸음 물러서 그 주변을 한 바퀴 돈다.) 복수는, 내가 대신 행해 주기를 바라?
:도둑이라도 든 듯 내부는 난잡합니다.
바닥에는 곡식 낱알이 흩어졌고 부서진 나무그릇이 뒹굽니다.
피로 그린마법진위로 끔찍한 모습의시체가 쓰러져 있고요.
무너진책더미, 다리 하나가 부러져 기운테이블도 보입니다.
창밖으로는 멀리, 마을이 보입니다.
테이블 외에 가구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 처참하고 공허한 풍경의 집안입니다.
스카이우스:(가만히 고민하다가 시신을 매만지는 손길을 보면 천천히 널 따라 시선이 옮겨졌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었어.
방법이 무엇이든, 네게 식은 죽 먹기일 거 아니야.
테오:(알고 있는 지식과 창밖 풍경을 대조해 소환당한 위치를 가늠한다.마법진위로 자신이 거닐며 발자국이 남았지만 아직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닐 것이다.)
:당신이 위치한 실내는 지구라는 행성 위, 내륙 지방. 어떤 마을에서 멀지 않은 변두리의 오두막입니다.
인간의 피로 그려낸마법진에는 고대의 저주어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원한이 느껴집니다.
이 원한을 모조리 긁어다가 암굴에 가져다 두면 어떨까요. 아아,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집니다.
분명히 그는 아름답게 갈라지고 쉰 목소리로 비명하고, 신음하며 괴로워하겠죠.
당신은 그 자의 비통한 통곡을 들으며 배를 불릴 테고.
물론 이름도 모르는 소환자와 언약을 맺어야겠지만요.
:하지만 감정과 상식을 재고 따지는 것이 중요한가요, 당신은 악마입니다. 배불리 영혼을 먹어치울 욕망만이 들끓죠.
마법진에오컬트롤 시도 가능합니다.
테오:
오컬트
기준치:
35/17/7
굴림:
38
판정결과:
실패
:이 마법진은,
세 가지 소원을 들어 준 뒤, 모든 소원이 완료될 시 그 대가로 소환자의영혼이나 육신 중 하나를 받아갈 수 있는 언약을 요구하는 마법진입니다.
테오:방법이 무엇이냐에 따라 내가 하고 싶어질지가 결정되지. 뭐, ....... (바닥을 살피던 시선을 들어 눈을 맞춘다. 저것을 온전히 집어삼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 줄 것 같지만.)
(다시시체를 한 번, 영혼을 한 번 바라본다. 복수를 이루기 위해 소원을 세 가지 빌기를 선택했다라. 알고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흥미가 생긴 이상 조금은 더 파고들어 보기로 한다.)
심리학
기준치:
80/40/16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첫 번째 소원부터 읊어 보렴. (그 증오의 깊이를 가늠한다. 내게는 얼만큼 진실을 속삭이고 있는지도.)
스카이우스:들어 줄 건 세 가지 소원뿐이야. 알고 있잖아? ⋯⋯. 테오. (자연스럽고, 가장 정성스럽게. 알고 있는 이름을 부르면서 평범한 살점에는 스쳐 지나갈 손을 뻗는다. 어쩐지 뻣뻣하게 뻗은 손이 네게 닿고, 그걸 거부하지 않는다면 금방이라도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약 이전에는 무엇도 설명할 수 없어. 이뤄주지 않겠다 하면 어차피 이건 곧 썩어 문드러지겠지.
:시체를 바라보자면, 역겨울 정도로 잔혹하게 죽은 살덩이입니다.
사람이라기보단 살점을 대충 뭉쳐 놓은 벌건 핏덩이에 가깝습니다. 붉은 물이 든 뼈가 드러나 있고, 쏟아지는 세포가 우그러지는 것만 같은. ⋯⋯.
당신에게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보다도 아름답고 고아하게 느껴지는 일그러짐이었으나.
시체에의료롤 등을 시도 가능합니다.
영혼을 재차 바라보면 분홍빛의 머리칼 아래로 이채를 품었으나 빛이 들지 않은 희미한 눈동자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아직은요.
테오:(튀어나온 뼛조각 중 유독 뾰족한 것을 손끝으로 매만지다가 손길이 닿으면 휘어진 눈매를 미세하게 좁힌다. 죽음의 문턱에 선 인간은, 거리낌 없이 행동하곤 하지. 주로 미지 속으로 우둔한 발걸음을 이끌어 지켜보는 입장인 이에게 도박을 즐기는 성정이 있을 리 만무하나, 이토록 달콤한 제안을 내치기에는 아깝지 않은가. 그 기저에는 고작 인간의 꾀가 자신을 얼마나 당혹시키겠냐는 오만함도 깃들어 있었으니.)
의료
기준치:
31/15/6
굴림:
2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확실히, 받아들이지 않기엔 어려운 제안입니다. 허나 고깝다고 느껴진다면 그리 해도 당신에겐 어떤 손해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것을 집어삼켜야 한다는 욕구를 이루지 못한다면 손해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리도 먹음직스러운 것을 눈 앞에 두고 대번에 돌아선다니요.
스카이우스:(워낙 모든 것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의존이라는 것은 첫 대면에 순식간에 일어날 법한 일이 아니지만, 왜인지 그래도 될 것만 같았단 핑계를 대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너는 ⋯⋯인가. 착각하면 안 된다. 그는 악마니까. 고작 실타래에 걸린 영혼뿐이었지만 얽힌 손을 저도 모르게 잡아당겼고, 품에 끌어당긴다. 팔은 보이는 어깨를 끌어안았다. 잃어 버리면 안 될 것처럼.) ⋯⋯. 첫 번째 소원이야.
되살려 줘. 적어도, 모든 소원을 다 빌기 전까지는 내 목숨을 붙여 둬. (완전히 붙은 거리에서, 찢어진 혓바닥으로 겨우 닿는 숨소리만을 전한다.)
테오:(계약의 순간 제정신을 유지하는 인간이 되려 적을 것이다. 이 정도면 미쳐도 많이 곱게 미친 편이지. 그래서 그답지 않은 당황이라도 한 것일까, 첫 문장이 끝날 때까지는 끌어당겨진 채로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시뻘겋게 빛나는 눈동자와 시선이 맞닿으면 속눈썹이 내려앉음과 동시에 부드럽운 미소가 스며들고, 머지 않아 집어삼킬 탐스러운 영혼을 마주 끌어안는다.) 그러도록 하지.
(속삭이는 입술이 귓가에 스쳤음에도 공간을 휘어잡은 음성은 곧 다른 언어로 변질되어 주문을 외워 나간다. 문드러진 살덩이에 다시금 숨결을. 자신의 계약자를부활시키기 위하여.)
(마력 3, 이성1소모한다.)
계약의 비용에서 남은 것은 이성 38, 마력 17입니다.
:이것을 살려 둔다 하여도 일주일도 못 가선, 너무도 많이 흘린 피와 몸 안을 들끓는 병으로 다시 쓰러지고 말 것입니다.
데이고, 베이고, 찢긴 피부 위 복잡한 문양이 한 획 그입니다. 뒷목부터, 척추를 타고. ⋯⋯. 견갑골 위에서 멈춥니다.
악마의 계약자를 의미하는 문양. 또한, 첫 번째 소원이 완성되었다는 표식입니다.
테오:(시선을 아래로 돌리면 혼과 육신이 다시 하나가 되어 처참하게 발치에서 바르작거리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무엇 때문에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비져나오는 웃음을 담아 두기 어려울 정도의 증오와 고통. 그 대상이 만약 자신이었다면, 그 황홀경에 일순 숨이 턱 막힐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살아 있는 시체에게 말을 건다.) 다시 필멸자가 된 소감은 어때?
스카이우스:(한참이나 진흙탕 같은 숨을 골았다. 늪지대 같은 피웅덩이에서 걸어나온 듯한 목소리는 한탄과 함께 “아파, 괴로워.” 따위의 말을 반복하다가, 눈이 뜨임과 동시에 가장 먼저 너를 찾는다.) 테오. (그러나 널 잡으려는 그 욕심 뒤로 치밀어오르는 복수심. 내가 다시 깨어난 이유. 그것 하나로 매개로 일어날 수 있다. 이 순간만큼은 악마와 닮은 죄악감을 전부 견뎌낼 것이다.) ⋯⋯. 정말, 정말 다시 일어났다고? 하하, 하하하. ⋯⋯! (겨우 일으켠 몸이 실소하듯 털럭이면, 피에 젖어 굳은 머리칼이 함께 미동한다. 봄에 어울리는 색은 피와 잿빛으로 물들어 있다.) 이번 생에는 전부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테오:(이름이 불리자 불꽃을 품은 홍채가 짤막하게나마 수축해 그 사이를 얇게 갈라 놓는 암흑을 벌려 낸다. 비틀거리며 밑바닥을 밀어내고 일어서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네 목덜미 뒤편의 볼록하니 튀어나온 뼈마디를 매만진다.) 네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이건 우리 계약의 증표야.
그래, 그래. 내가 함께하는데 누군들 못 죽이겠어. (어르는 말에 거짓은 없으나, 그 꼬라지로 사람을 죽이겠다니. 칼을 꽂으려 달려들다가 헤집어진 살갗이 도로 터지지라도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네게 얹힌 손바닥을 끌어 아래턱에서부터 뺨을 길게 쓸고, 멈추지 않고 내려 심장이 위치했을 부근에 잠시 둔다. 소원으로 빈 것은 아니었을지언정 이 정도 투자는 할 법한 영혼이니, 그리 생각하며.)
응급처치
기준치:
50/25/10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테오 응처 강행.
테오:
응급처치
기준치:
50/25/10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짙고 검은 완전한 검정만이 뼈마디 위에 그려졌습니다. 그 위를 다시 각인시키듯 매만지면 그 칠흑과도 같은 문양은 더욱 빛을 발하는 기분이 듭니다.
심장 위에 손길을 자리하면 얼기설기 제자리를 잃은 살갗이 약하게 차오르고 맞추어집니다. 그마저도 치명상을 치료할 정도는 아니라지만, 멀끔히 걸어다니기도 쉽지 않을 몸뚱아리가 제법 중심을 잡습니다. 놀랄 만한 일입니다. 악마는 악마라는 걸까요?
테오:(손바닥에 닿은 옷깃을 움켜 이제 막 비틀거리기를 멈춘 몸을 세워 놓고는 나긋하게 웃는다.) 어때, 죽일 준비는 됐어?
스카이우스:(부축 받은 몸이 힘없이 흔들리다 근처의 벽을 짚어 섰다. 이미 다 헐어버린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이 발등을 가득 적시니 핏물 탓에 제대로 뜨이지 않은 눈을 끔뻑인다. 쿨럭, 쿨럭. 기침까지 한 뒤엔.) ⋯⋯. 당연한 걸 묻네. 전부 죽여 버려야지. 너를 뭣하러 불렀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