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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지마 와카토시
사쿠사 키요오미
사쿠사 키요오미
 
Second Call
 
:bgm은 연속 재생을 권장합니다.
우시지마 와카토시, 천천히 눈을 뜹니다.
보이는 건 낯선 천장입니다.
부드러운 흰 시트, ⋯⋯. 희미한 커피 향이 코를 간지럽히고, 은은한 레몬 빛 조명이 시야를 물들입니다.
당신이 누워 있는 곳은 호텔 Non, Je Ne Regrette Rien의 스위트룸입니다.
 
:푹신한 카펫 위 세련된 가구들, 발코니를 통해 내려다보는 야경이 아름다운 곳.
떠올랐습니다. 당신은 오늘 아침 연인과 이곳에 왔었죠.

 

낮잠을 오래 잔 모양입니다. 시간은, ⋯⋯. 오후 11 시.
6 시간 정도 잤나요.
어째서 잠들었지, 하고 멍하니 있자면. ⋯⋯.
 
佐久早 聖臣:드디어 일어났네.
 
牛島 若利:(눈을 뜨기 직전까지 꾸고 있던 꿈의 내용들이 삽시간에 희미해져 의식 저편으로 흩어진다. 한쪽 팔을 들어 눈가를 가리고 잠시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하다, 어느 정도 정신이 들자 느릿하게 몸을 일으킨다.)
깨우지 그랬나.
 
:사쿠사는 마스크를 턱에 걸고 유독 평소보다 미소 지은 낯으로 당신을 반깁니다. 손은 분주하지만서도요.
 
佐久早 聖臣:레스토랑 예약했었는데.
그럴걸 그랬나? ⋯⋯. 그런데, 와카토시 군이랑 둘이 있고 싶어서 안주랑 와인 좀 사 왔어. (손은 열심히 쇼핑백에서 이것저것 꺼내고 있다.)
 
지능 롤 판정
 
牛島 若利: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러고 보니.
사쿠사 키요오미는 이 호텔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를 매우 기대했었는데요.
사람 많은 곳에 가도 괜찮다 할 정도로. ⋯⋯. 평이 좋았었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牛島 若利:염치가 없군. (뭔갈 먹기에는 늦은 시간이다만, 덧붙이려다가 조용히 옆에 서서 쇼핑백 안의 물건 꺼내는 것을 돕는다.)
 
원한다면 심리학 롤 판정
 
牛島 若利: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손길이 겹치자 사쿠사는 슬쩍 웃습니다.
쇼핑백 안에는 레드 와인, 적당히 어울릴 만한 치즈나 햄, 그리고 식사를 하지 못했을 당신을 위한 것인지 포장한 하이라이스도 있습니다.
 
佐久早 聖臣:피곤해 보여서 뒀어.
(문이 열린 발코니를 가리킨다.) 야경이 예쁘던데. 저기 가서 먹을까.
 
牛島 若利:(이 시간까지 내내 잘 정도로 컨디션 관리를 못 했었나. 의아했지만 네 판단이니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까.
(하이라이스와 와인병을 손에 하나씩 들고 발코니로 향한다.)
 
佐久早 聖臣:(지금쯤이면 자신이 잠든 것 자체를 부정하고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가 쏙 빼놓고 두고 간 치즈나 주변 안주를 챙겨서 따라 발코니로 향한다.)
 
:발코니 아래로 바라보는 야경은, 정말.
더없이 장관입니다.
왜, 다들 커플끼리 이곳에 오는지 알 것 같은 분위기네요.
사쿠사는 적당히 테이블을 정리하고 사 온 것들을 나열합니다.
 
牛島 若利:식사는 챙겼나. (설마 기다리느라 먹지 않았다면 매우 배가 고플 시간인데. 테이블에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는 한쪽 의자를 끌어 앉는다.)
 
佐久早 聖臣:당연히 아무것도 안 먹었지. (가까워진 거리에 별 반응 없이 마스크를 풀어 내려놓고 와인을 잔에 따른다.) 적당히 술로 채우고 내일 아침을 든든하게 먹을까 싶은데.
와카토시 군은 제시간에 식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스타일이잖아.
 
牛島 若利:(눈썹이 살짝 내려앉았나. 지나치지는 않은 걱정이 스며든 시선을 네게 두었다가 포장된 하이라이스를 개봉해 네 앞으로 밀어 둔다.) 빈속에 술을 마시는 것은 좋지 못하다.
 
佐久早 聖臣:너 먹으라 사 온 거야. 떠 먹여 달라고 주는 거야? (높낮이 없는 비슷한 어조지만, 어딘가 풀어져 있어서. 포장된 일회용 숟가락을 뜯어서 동그랗게 하이라이스를 뜬다. 네가 어니라 다른 사람이라면 절대 못 할 짓이다.) 아 해 봐.
 
牛島 若利:그런 뜻은 아니었다만. (평소 관리를 잘 하니 하루 정도는 괜찮은가. 가벼운 갈등 끝, 결국 네 판단에 맡기기로 한다. 내밀어진 숟가락을 내려다보며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가 거부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입새에 음식을 들인다.)
 
佐久早 聖臣:(밥알을 꼭꼭 씹는 걸 보고 있자 하니 기특하게 느껴진다. 이런 생각조차 너니까 가능한 것일 테고. 수저를 포장용기 위에 올려두고 한쪽 턱을 괸 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이다. 잘 먹네.
 
牛島 若利:(규칙적으로 우물거리던 것을 목 뒤로 넘기고 나서야 입을 뗀다.) 네가 사 준 것이니, 잘 먹어야 하지 않겠나. (한 입 먹고 나니 입맛이 도는 것 같다. 하얀 플라스틱을 왼손에 쥐고 다시금 입안에 하이라이스를 담기 전, 빤히 바라보는 네게 안주라도 들라는 듯 눈짓을 했다.)
 
佐久早 聖臣:감동이네, 그 말은. (뭐지? 눈치 주는 건가. 조심스럽게 와인을 입안에 머금고 삼키더니 시큼함을 치즈 한 조각으로 달랬다. 야경이 이리도 아름다운데, 바라보고 있는 건 너뿐이었다. 어딜 보고 말하는 건지 그는 모르겠지만.) 예쁘네. 오길 잘 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牛島 若利:(손가락이 와인잔의 얆은 기둥에 감기고, 곧 치즈 조각 끝에 닿아 입가로 향하는 것까지 지켜보고서야 잠시 눈을 뗐다. 냅킨으로 입매를 정리한 뒤 자신도 와인을 한 모금 홀짝이며 발코니의 펜스 너머로 반짝이는 도시로 시야를 채웠다. 예쁜가. 보통은 그런 감상을 내놓겠지. 오래 머물지 못한 시선이 네게로 돌아가고, 이내 끄덕인다.) 제안해 주어 고맙다.
 
佐久早 聖臣:그럴 땐 같이 와서 기쁘다고 하는 거야, 와카토시. (낮게 툴툴거리는 음성이 한 번, 제 손길을 따라오는 네 홍채를 의식하다 빤히 풍경을 담는 눈에 저도 잠시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즐거운지 한 잔은 할 생각인가 보네. 평소라면 술 잘 입에 안 댔을 네가 와인을 입가에 담는 걸 보니 괜스레 기뻤다고.)
 
:그렇게 데이트를 하고 있는 와중,
호텔 구석에 비치된 무선전화기가 울립니다.
전화는 계속 울리는군요.
 
牛島 若利:그래, 같이 와서 기쁘군. (거짓을 고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순순히 원하는 대답을 내어주고는 다시 숟가락에 손을 뻗으려던 중 수신음이 울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화가 올 만한 곳이 있었나. 그것도 개인 번호가 아닌 호텔 번호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지만 일단 받지 않을 이유는 없겠지. 자리에서 일어나 스위트룸 안쪽으로 걸어가 전화기를 집어든다.)
 
佐久早 聖臣:(와인잔을 입가에 가져다대던 일순, 표정은 지나치게 싸늘하게 굳는다.) 받아도 돼.
 
:당신이 전화에 다가가니 이상하게도 사쿠사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더니, 허락하는 어조로 말합니다.
5 성급 호텔의 스위트룸. 아름다운 야경과 달콤한 와인.
두 사람은 분명 행복하고 호화로운 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랬을 터였는데.
 
牛島 若利:......? (냉랭한 표정을 네게서 보기 어렵다 할 수 없겠으나, 그런 반응을 보일 상황이었던가. 미미한 의아함을 느끼며 수화기를 귀에 댄다.) 우시지마 와카토시입니다.
 
佐久早 聖臣:[여보세요? 와카토시, 와카토시 군.]
[지금 어디에 있어?]
 
:전화 너머로 들린 음성은,
그 목소리의 주인은 눈앞에 있는 연인, 사쿠사 키요오미입니다.
 
SAN 롤 판정
 
牛島 若利: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이성 2 감소.
당신은 멘탈이 제대로 나갔습니다. 충격적인 상황입니다. 그도 그럴게, 어떻게⋯⋯?
사쿠사는 발코니에서 바깥을 바라보며 와인을 홀짝이고 있습니다.
 
牛島 若利:(순간 몸이 굳어 아무런 응답도 내놓을 수 없었다. 삐걱이듯 부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시선이 네게 향한다. 아직 잠에서 깨지를 못한 건가? 가장 이성적인 결론은, 자신이 목소리를 착각하고 있다는 것.) 호텔이다만. 누구지.
 
佐久早 聖臣:[하? 무슨 소리야. 나잖아, 사쿠사.]
[잠시만, 일단 전화 끊지 마. 절대 끊으면 안 돼.]
 
:평소보다 목소리가 지나치게 다급합니다.
 
牛島 若利:....... 사쿠사는 나와 함께 있다.
 
佐久早 聖臣:[지금 너랑 있는 걔는 사쿠사 키요오미가 아니야. 가짜라고.]
 
牛島 若利: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
 
佐久早 聖臣:[믿기 어렵겠지만, ⋯⋯. 하아.]
 
:믿음이 가진 않지만, 어쩐지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 듯한 기분입니다.
 
牛島 若利:....... (잠시 고민하더니,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연인 사쿠사 키요오미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본다.)
 
:전화는 머잖아 침대 근처에 있는 가방속에서 울립니다.
발코니에 있는 사쿠사는 진동을 듣지 못했는지, 딱히 그쪽으로 다가가지 않고 바깥을 바라봅니다.
 
佐久早 聖臣:[여보세요? 여보세요. 와카토시 군. 듣고 있어?]
 
牛島 若利:(즉시 발신을 끊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듣고 있다.
지금 전화는 무엇으로 걸고 있지?
 
佐久早 聖臣:[이건, ⋯⋯. 전화 같은 게 아니었어. 나도 뭔지 모르겠어. 자세한 건 지금 다 늘어놓을 순 없지만, 우선 지금 네가 전화를 끊으면 가 죽을 수도 있어.]
 
牛島 若利:그게 무슨, .......
 
佐久早 聖臣:[⋯⋯. 하아. 지금부터 잘 들어 줘.]
 
牛島 若利:(찌푸려진 미간을 짚고 상황을 정리해 보려 해도, 알 수 없는 이야기뿐이다.) 그래.
 
佐久早 聖臣:[운 없게도 어떤 생물이랑 영혼을 교차하게 됐어. 꿈 따위인 줄 알았는데, 아니. 조금 다른 거였어.]
 
:전화 너머의 그는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습니다.
 
사쿠사, 설득 롤 판정
 
佐久早 聖臣:
rolling 1d100<50
 
(
17
)
 
=
1 Success
 
:평소와는 많이 다른 목소리 끝이 떨립니다.
아까부터 믿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믿기 어려운 말들만 하고 있지만.
전화 너머의 그가 마치 사실을 말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牛島 若利:(생물? 영혼? 교차......? 혼란이 가증될 뿐이었으나 일단 귀를 기울였다.) 잘은 모르겠다만, 되돌리면 되는 일 아닌가.
 
:전화 너머의 그는, 숨을 크게 들이켜고 내쉽니다. 전화선을 통해서까지 다 들릴 정도로요.
 
佐久早 聖臣:와카토시, 전화가 길어지네.
 
:발코니 저편에서 들려오는 같은 목소리도 당신을 부릅니다.
 
佐久早 聖臣:[돌이킬 수 있는 방법, 있어.]
무슨 이야길 하든 들을 필요 없어.
 
그리고,
 
佐久早 聖臣:무슨 이야길 하든 들을 필요 없어.
애초에 데이트 중이었잖아?
 
牛島 若利:미안하다, 금방 돌아가지.
 
:자리에 앉아 있던 사쿠사는 당신을 바라보며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牛島 若利:(그럼에도 당장 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고 이어질 말을 기다린다.)
 
佐久早 聖臣:[죽여야 해, 날 되찾으려면. 네 앞에 있는 그 애.]
 
牛島 若利:.......
 
SAN 롤 판정
 
牛島 若利: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이성 2 감소.
 
사쿠사, 설득 롤 판정
 
佐久早 聖臣:
rolling 1d100<50
 
(
25
 
)
 
=
1 Success
 
:그래야,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어떻게요?
전화 너머의 목소리를 믿고, 당신이 오래토록 아껴 온 사람의 목숨을 앗을 수 있나요?
 
牛島 若利:용건은 끝났나.
 
佐久早 聖臣:와카토시 군, 설마 그 말을 믿는 건 아니겠지.
 
:자리에 앉아 있던 사쿠사는. 마치, 전화 내용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와인잔 허리를 매만지며 입술만 달싹입니다.
 
佐久早 聖臣:[전화는 끊으면 안 돼. 계속 가지고 있어 줘. 부탁이야, 제발.]
[나, 네가 보고 싶어. ⋯⋯. 와카토시 군.]
[너를 다시 만나게 해 줘.]
 
牛島 若利:호텔 전화기라 조금 곤란하다만. (잇따른 말이 귓가에 박혀, 한참을 맴돈다. 착각할 수 없는 음성. 그 언제보다도 애절하고 다급하게. 아까부터 줄곧 진실일 리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지만, 만에 하나 거짓이 아니라면. 헛소리가 아니라면 나는 정말. 머리가 아프다. 전화를 끊지 않은 채, 손에 쥐고 있던 것을 주머니에 넣고 발코니에서 기다리는 에게 돌아간다.)
 
佐久早 聖臣:그거 다 거짓말이야. (네가 다가오는 중 넌지시 목소리를 내었다.) 누가 봐도 거짓말 같지 않아?
 
사쿠사, 말재주 롤 판정
 
佐久早 聖臣:
rolling 1d100<50
 
(
46
 
)
 
=
1 Success
 
:맞아요.
눈앞에 있는 건, 당신이 아는 그가 맞으니까요.
 
佐久早 聖臣:와카토시 군, 전화 끊어. 내가 눈앞에 있잖아.
 
牛島 若利:내용을....... 들은 건가. (그리 생각하는 쪽이 훨씬 마음 편하겠지. 죽이라니, 말 몇 마디로 그런 것을 바로 결심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테이블에 앉아 애꿎은 와인잔의 투명한 기둥만 만지작거린다.)
 
佐久早 聖臣:설명할 필요도 없어. 보이지 않는 걸 어떻게 믿어?
(의자에서 일어난 뒤 천천히 다가가서, 네 곁뺨을 쓸어내려 쥔다. 허리를 숙여 코끝에 정중하게 입 맞추고는 떨어졌다. 이 다음 왜 키스했냐 묻는다면, 야경이 아름다워서라는 둥 적당한 핑계를 댈 작정이었지만.) 같이 있으니까 좋다, 그렇지.
 
사쿠사, 말재주 롤 판정
 
佐久早 聖臣:
rolling 1d100<50
 
(
19
 
)
 
=
1 Success
 
牛島 若利:(익숙한 감촉이 부드럽게 닿아 오고 떨어질 동안, 내려앉았던 속눈썹을 들어 도저히 네가 아니라고는 의심조차 할 수 없는 홍채를 응시한다. 뺨을 감싼 손길을 자신의 것으로 덮으면 그 또한, 너무나도 익히 알고 있는 뼈마디와 살점. 엄지를 미끄러뜨려 손목의 도드라진 혈관 위에 얹었다. 이곳에서 뛰는 것을 틀어쥐어야만 '너를 되찾을' 수 있다니. 당연히 믿고 싶지 않은 내용이지만.) 그래, 너와 함께 있어서 좋다.
 
佐久早 聖臣:(맞닿은 온기를 언젠가 제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적이 있었지. 결벽에 강박이 있는 나는 누군가 쉽게 접촉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 그렇게 우시지마 와카토시를 내게 내키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감정만큼 목적성도 강한 어투를 전한다.) 전화, 끊어.
 
牛島 若利:(한참을 자신의 것보다 체온 낮은 피부에 닿아 있었다. 눈앞의 너는 어디를 어떻게 보아도 '너'였으나 미묘하게 '너'답지 않았고, 수화기 너머의 너는 고작 음성뿐이었으나 고작 음성뿐이었을 것에 절박함이 묻어났으니. 고개를 살짝 틀어 손바닥의 살두덩이에 입술을 지긋이 눌렀다.) 끊지 않겠다면, 네가 대신 끊을 셈인가.
 
:bgm을 교체합니다.
교체되기 전까지, 연속 재생을 추천합니다.
 
佐久早 聖臣:(손바닥 둔덕에 닿아 오는 입술이 반갑고, 나는 그저 이 순간들을 좋아했다. 되레 부근에 닿은 눈가의 살갗을 엄지로 지그시 문질러 준다. 이런 일련의 방식들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법.) 못 끊겠다면, 너를 위해 그래야겠지. 이리 주던가.
 
牛島 若利:(흔들림 없이 고정된 새카만 시선을 마주한다. 평소와 같은 애정의 방식이 미지근하게, 얼핏 따스하게 스며든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걸고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볼륨을 최소로 줄인다. 들렸을 리가 없는데도 통화의 내용을 짐작하고 있었던 걸 보면, 이것 역시 확인할 필요 없이 알고 있을까. 무음으로 연결되어 있을 기기를 도로 주머니에 넣는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군. 끊었다.
 
佐久早 聖臣: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97
판정결과: 대실패
(내려앉은 눈꺼풀이 잠시 자리를 지키고 있더니, 다시 뜨인 시선이 그를 향한다. 손은 천천히 내려가서 입술과 턱을 매만지면서.) 눈을 보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은데, 입은 거짓말을 하고 있네.
애인한테, 꼭 그래야겠어?
 
牛島 若利: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나. (느릿하게 옮겨지는 손길을 따라 의식이 이동한다. 조건은 전화를 끊을 때까지인가. 첫 단계는 역시, 어느 쪽이 진실을 고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리라. 네 반대쪽 손을 가볍게 쥐어 가까이 끌어당긴다.) 네 말마따나, 애인에게 굳이.
 
:이쯤에서 조사 가능한 선지를 드립니다.
눈가로 훑을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룸이기에, 별다른 판정이나 움직임 없이 테이블, 발코니, 욕실을 볼 수 있습니다.
RP는 계속 진행 가능합니다.
거리를 벌리고, 은밀행동에 성공한다면 사쿠사의 가방 또한 조사할 수 있습니다.
 
佐久早 聖臣:(그에게 손목을 편히 내어 주었다. 좁아진 간극에 한쪽 다리를 접어 의자의 빈 공간에 올려두고 고개만을 숙여 내려다본다.) 그럼, 내 말도 믿을 수 있겠지?
가짜, 가짜 하는데 진짜는 나라니까. 믿어 줘.
 
사쿠사, 말재주 롤 판정
 
佐久早 聖臣:
말재주
기준치: 5/2/1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왜인지, 진심이 아닌 듯한 목소리가 귓전에서 울립니다.
 
牛島 若利:가짜라는 말은 한 적 없다만. (가까워진 틈새만큼, 올려다보며 평이한 웃음기를 유지했다. 만약 눈앞의 네가 정말 '네'가 아니라면. 언제부터였지. 잠들기 전부터? 호텔로 향하기 전 만났을 때부터? 그도 아니면 훨씬 오래 전부터? 내가 사랑하는 너는 어디까지가 '너'고 언제부터가 '너'였을지. 막연한 쓰라림을 느끼며 손목에 감았던 것을 풀어 네 뺨을 따라 그렸다.) ....... 믿으니 끊은 것 아닌가.
 
佐久早 聖臣:뭐, 좋아. 어차피 대답해 주지 않는다면 제풀에 지쳐 녀석이 알아서 끊을 테니까. (그렇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여상하게 굳은 낯으로 손길을 받아들였다. 허리를 더 낮게 숙여 가까이 들여다보는 듯하다가, 이내 그 뺨에 투박하게 짧게 입맞춤 하곤 떨어진다.)
비슷한 상황이 꿈에, 자꾸 나오더라고. 외려 내 영혼을 뺏어가려는 질 나쁜 속셈이겠지.
 
牛島 若利:(간지러운 접촉과 서늘한 목소리 사이, 네 진심은 어디에 있나. 다른 사람들이 술을 즐기는 것이 이런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손을 와인잔에 뻗어 차갑게 식은 유리를 입술에 대기까지, 테이블 위를 찬찬히 살핀다.) 최근 악몽을 꿨었나.
말했다면 들어 주었을 텐데.
 
:정갈하게 테이블보가 정리되어 있는 테이블 위. 당신들이 올려둔 음식 외로는 기존에 식사를 할 수 있는 나이프, 포크, 양초와 그 초를 켤 수 있는 라이터 등이 디폴트로 비치되어 있습니다.
 
佐久早 聖臣:그랬어. 하지만 아이처럼 투정 부릴 순 없잖아. (부루퉁한 말투지만서도 끝엔 미소를 지어 보인다. 천천히 상체를 떼어내고 자리에 돌아가 앉았던가. 네가 다시 머금는 새빨간 와인을 보고 저도 재차 와인잔을 검지 위에 걸터쥐었다.)
 
牛島 若利:가끔은 그래도 괜찮다. (얇은 고체를 손가락 사이에서 빙글 돌려 찰박이는 핏빛을 한동안 눈에 담았다. 재차 한 모금 삼키며 붉음을 칠흑으로 대신하고, 입꼬리를 작게 끌어올린다.) 나야 충분히 수면을 취해 괜찮다만, 피곤하지는 않나.
 
佐久早 聖臣:응, 멀쩡한데. (머금고 있던 와인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를 목구멍에서 삼키고 나서야 다시 턱을 괸 채 바라본다.) 왜, 잠들었으면 좋겠어? 이렇게 시간 내서 둘이 같이 놀러 온 것도 오랜만인데.
 
牛島 若利:조금 걱정을 했을 뿐이다. (너 또한 몸이 상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 애초에 많이 담겨 있지 않던 와인이 잔에서 비워지고 그 투명한 흔적만이 안쪽 표면에 남아 있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검지와 엄지 사이에서 휘청이던 것이 테이블 위 제자리를 찾아가고 나서는 손을 뻗어 치즈를 한 조각 혀 위에 얹었다. 눈은, 마음으로 향하는 창구라는 어느 먼 나라의 이야기마냥. 내내 네게 머무른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佐久早 聖臣:걱정은. (저 또한 그 시선을 마주 바라볼 뿐이었다. 아주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것처럼. 아니, 마땅히 그리 보아야 하는 것이 맞다. 너는 나의 지울 수 없는 유일이기 때문에. 입가를 오가는 손가락을 마냥 보며 이 순간을 구가한다. 신경을 쓰는 것은, 그 전화뿐이다. 의중 알 수 없는 낯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던가. 나는. 두려웠나?)
 
牛島 若利:(가볍게 웃는다. 어떤 의도도 담지 않은, 자연스레 흘러나온 것. 그래. 너와 함께 있을 때는 종종 이유 모를 미소가 지어지곤 하지. 그저 평화롭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었을 뿐이었던 것이 과한 욕심이었나. 전화 한 통으로 소중함에 금이 가 버린 것이, 아. 역시 머리가 지끈거린다. 뻗은 손가락을 네 것의 마디에 얽어, 잠시 쓸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들어가서 마저 마실까.
 
佐久早 聖臣:(손에 맞닿은 감각이 기껍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손목을 잡아 끌어당겨 입 맞추고 싶은 욕구를 겨우 욱여내고 고개를 평이하게 끄덕였다. 잠시 아프지 않을 정도로 억세게 잡았다 놓고, 느지막이 제 몫의 잔을 들었다.) 그럴까.
 
牛島 若利:(비어 버린 잔과 와인병으로 두 손을 채우고 네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며 발코니를 둘러본다. 짧게 방황하던 눈동자가 당연하다는 듯 네게 돌아가고, 눈높이가 맞았을 때는 뺨을 교차하듯 다가서 주로 마스크가 걸려 있는 부근에 입술을 스친 뒤 한 발짝 앞서 룸 내부로 들어간다.)
 
:발코니는, ⋯⋯. 그 아래 높이가 생각보다 높으며 난간은 의외로 낮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약한 룸이 적어도 10 층 높이는 넘는 높이였죠.
탁 트여 있어, 몸싸움을 발코니에서 한다면 한 쪽은 밀려 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를테면, 같이 떨어질 수도 있구요.
 
佐久早 聖臣:(그 뒤를 따라 들어갔던가. 여전히 비어 있는 무선전화기의 자리를 바라본다. "전화를 끊었다"라고 말한 지 얼마나 지났었지. 속으로 세어가며.)
 
牛島 若利:(들고 있던 것을 적당히 침대 근처에 내려놓고는 욕실로 향한다. 퍽 티가 날 성도 싶었으나.) ....... 잠시.
 
佐久早 聖臣:⋯⋯! 어디, 어디 가. (손을 제법 멀리 뻗는다.)
 
:사쿠사는 당신이 멀어지자마자 다급한 태도를 취합니다.
 
牛島 若利:? 볼 일 보는 것까지 지켜볼 생각인가.
 
:욕실은, 안에서 잠그는 잠금쇠만 있습니다. 바깥에선 열지 못하는 모양이군요.
⋯⋯. 뭐, 이곳으로 도망쳐 멀어진 채 잠적하는 것도 나쁜 선택지는 아니겠죠.
 
佐久早 聖臣:나중에 가. (묵묵하게 말하지만, 분명 불안한 표정이다.)
 
牛島 若利:사쿠사. 욕실에 무언가 위험한 것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허공에 뻗어진 손을 낚아채 단단히 힘을 주었다가 푼다.) 나를 믿지 못하는 건가.
 
佐久早 聖臣:그게 아니라. ⋯⋯.
같이 있어 줘. (놓아져 떨어진 손이 슬금슬금 네 옷깃을 잡으려 허리춤으로 향한다.)
 
牛島 若利:....... (평이하게 깜빡이던 두 눈이 부드럽게 풀리며 미간을 살짝 좁혔다. 거절할 수 없는 음성의 주인, 그리 외면 손길을 쳐낼 수가 없어서. 어쩐지 평소보다 약간 작게 느껴지는 어깨에 팔을 둘러 품에 들이고는, 뒤통수를 무게 실어 헝클이며 고개 기대게 한다.) 어디 가지 않는다.
 
:어디 가지 않는다.
우시지마 와카토시, 그에게 고하는 모든 것이 거짓이 아닌 진심일 수 있나요.
아니면, 아직까지 결심하지 못한 것인가요.
둘의 말을 모두 듣고도.
이 밤이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
서두르지 않으면.
 
佐久早 聖臣:눈앞에 있어 줘. ⋯⋯. 오늘, 원래 단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는데. (기댄 채로 팔을 둘러 그 허릴 감싸안는다. 그렇게, 들고 있던 잔은 침구 위 엎어져 와인이 섬유에 자욱하게 흩어졌다.) 굳이 떨어질 거라면 내 시야 안에 있어.
부탁이야.
나를, 보고 있어 줘. 와카토시.
 
牛島 若利:(그렇다 해도, 지나치지 않은가. 유독 불안해 하는 것의 원천이 어디에 자리잡아 있을지. 촘촘히 맞닿아 있는 존재감을 네게 거듭 새겨 확인시켜 주듯, 침묵 동반한 묵직함을 몇 차례 더 머리칼 위로 얹어 내다가 마지막에는 목선을 따라 길게 흘린다. 그리고는 네 청대로 고개를 비틀어 내리깐 시선을 온전히 네게 보낸다.) 불안해 할 만한 일이라도 있었나.
 
佐久早 聖臣:(묻는 것에 대답하지 않았다. 말할 수 없고, 말해서 더 이상 아이처럼 굴고 싶지 않았다. 온기를 느끼려 품으로 더 파고 들어갈 뿐.) 전화,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거 알아. ⋯⋯. 네 손으로 직접 끊어. 그게 내가 불안해 하는 일이야.
 
牛島 若利:그렇다면 묻지. (눈을 맞춰 오지 않는 네 옆모습으로 여전히 시야를 장식한 채, 덮어 두었던 것을 직면한다. 질문에 돌아오는 답이 무엇인지보다는, 아마도 어떻게 답변하느냐에 따라. 눈을 질끈 감는 대신 끌어안은 손끝에 힘을 주었다.) 끊지 않은 것은 어떻게 알았지? 통화 내용을 전혀 듣지 못했을 터임에도 발신자가 누구인지, 무슨 말을 했는지마저 알고 있는 것 같더군.
 
佐久早 聖臣:나에게 그 애가 통보했어. 통화를 걸 것이라고. (통화의 이야기로 넘어가자 초연하다 못해 웃음이 나올 뻔한 것을 겨우 참아낸 듯 굴었다. 내가 아무리 말해도, 그 애가 아무리 말해도. 이미 속으로는 마음이 기울어 있는 게 아니었어? 와카토시 군.) 마치 선전포고를 하는 것처럼.
날 살려 줄 거지.
내가 네 눈앞에 있는 사쿠사 키요오미잖아. ⋯⋯. 아직도 그 전화에 신경 쓰고 있는 걸 알고 있어.
 
사쿠사, 말재주 롤 판정
 
佐久早 聖臣:
말재주
기준치: 5/2/1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목소리는 무언가 결핍되다 못해 조소를 띄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목소리만은.
⋯⋯. 당신이 사랑하는 그 음성이 맞습니다.
 
牛島 若利:상당히 악질인 듯한데. (염려 어린 낯을 언제나처럼. 네 바람대로 연인에게만 고정한 채 손을 들었다. 왼쪽의 살점이 네 뺨에 포개어지고, 자신을 마주보게 한다. 그래. 내 앞의 넌 틀림없는 사쿠사 키요오미다. 밤하늘이 물들어 흐트러진 머릿결부터 그 눈두덩이, 콧대, 도드라진 입술을 지나 누구보다 잘 알다 못해 작은 주름 하나까지 외우고 있는 손끝. 팔뚝의 살덩어리 아래에서 매끈하지만 탄탄한 허리춤까지를 이어 놓는 곡선, 유니폼을 걸치고 있을 때면 드러나는 허벅지. 몇 번이고 가려 놓고 싶었던 것. 이리도 소중히 품고 있는 모든 것들이. 검게 반짝이는 자신의 열애 속, 스스로의 그림자를 찾았다.) ....... 사쿠사.
나를 위해 죽어 줄 수 있나.
 
:너를 떠올리고 떠올리면 검던 홍채가 더욱 짙어진 칠흑을 품을 것이라, 그 속엔 오로지 나만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손으로 몇 번이고 훑고 어루만지면 강건한 태도 뒤에 항상 어린기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 네가, 둘이라니. 믿을 수 없는 풍경 너머 그 존재를 믿을 수 없는 너와 함께. 이 밤을 보내면서.
당신은, 어떤 대답을 원하는 채로 나를 위해 죽어 줄 수 있냐고 물었나요.
그것이 그를 판단할 수 있는 애정의 척도 중 하나였을까요.
 
佐久早 聖臣:⋯⋯. 응.
(구부정히 위편으로 굽은 목, 낯끼리 마주하게 되자 처연함을 가장하고 있던 눈가가 평소와 다르게 색이 옅어진다. 이내 금세 목소리는 어그러져서 천 사이에 파묻히고, 곱슬거리는 머리칼도 함께 부대낀 채로. 고개를 바닥에 처박고 약하게 주억거렸다. 네가 원하는 대답을 제 머릿속 프로세스에서 찾아내지 못한 채로, 뇌리를 스친 나의 감정만 토해낸다. 그런데도 나는,) 그래도 너랑 같이 살아가고 싶어.
 
牛島 若利:(고요히 손가락 마디 사이로 빠져나가는 머리카락에 입술을 묻었다. 고개를 숙이고 눈꺼풀을 닫아 현실을 아주 잠깐만, 부인한 채. 그렇게 자신이 지닌 모든 다정함을 담아, 목울대부터 까끌한 경계의 언저리까지. 세상 금은보화를 안겨 준다 한들 놓지 못할. 사랑해 마지않는 네 음성의 뿌리를 움켜쥐었다.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 거울에 비춘 듯 양손 가득 네 숨결을 담으면, 마침내 그것을 꺼뜨리려 조심스럽게, 그러나 빈틈 없이 옥죄여 든다.) 그렇다면 함께 살아가도록 하지.
 
佐久早 聖臣:(잠시간의 정적을 참아내지 못했다. 그럴 수 없을 만큼 네가 너무 절실했다. 무언가에 억눌린 채로 손길을 갈구하는 것처럼. 목덜미를 감싸오는 손길이 너무 따뜻하고 애처로워서. 설골이 눌린 채 입안에 고이는 침을 삼키면 그의 손 살결 마디마디 모든 뼈와 근육이 다 느껴지는 것 같다. 숨 넘어가는 소리는 누가 들어도 한없이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동맥 하나하나가 다부진 악력에 무뎌져서 나 모르는 새 매시간 흐르던 혈류가 통하지 않는 것이 막힌 숨결 사이 느껴진다. 억지로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헐떡이기 시작하니 네 팔뚝을 그러쥐었다.) 끄윽, ⋯⋯. 흑.
(그럼에도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네게 싫은 소리 한 번 마지않을 것이다. 너를 위해 죽어줄 수 있을 만큼 사랑하니까. 영원히 잠들기 전이라면 꼭 이 말만은 건네고 싶어. 너를 위해 죽어 줄 수 있을 만큼,) 사, 랑해.
 
牛島 若利:(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 눈을 깜빡이는 것마저 잊고 그저 낯을 일그러뜨린다. 네 고통을 함께 느끼기라도 하는 듯, 진심으로 비통해 하는 녹빛에 너를 비추고. 푸르른 것이 저물어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신경 세포가 포화된 살덩이 아래서 트이지 못할 숨이 헐떡이고, 목 뒤로 넘긴 것이 울렁이고, 맥동하는 핏줄기가 비명을 내지른다. 나 역시.) 사랑한다, 사쿠사.
키요오미. (네 마지막 남은 호흡은, 내가 취하겠다. 연한 생의 빛깔에 시퍼런 죽음이 스며드는 모습 위로 입술을 겹친다. 집어삼킬 듯 머금어 뭉개진 것을 물어뜯었다가도 부드럽게 핥아 올린다. 이마저도 온전히 너를 위한 행위니. 너를 죽일 수 있을 만큼 사랑한다.)
 
佐久早 聖臣:(삼키지 못한 타액이 입술 틈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하면, 느지막이 방울을 이루고 떨어져 무릎 살갗 위 녹진하게 적셨던가. 저와 닮은 네 순간들을 하나씩 혈관 끝에 새기면, 검붉은 액체 대신 옅어져가는 숨으로 네 손길을 반긴다. 뭍으로 올라온 아가미 달린 생물처럼 어깨가 덜덜 떨리는 것과 동시에 팔뚝을 그러쥔 손이 서서히 떨어진다. 그럼에도 떨어지지 않고 싶은 것처럼 진동하는 팔이 끝까지 그 피부 위에 남아 있었다. 너랑 나의 색은 섞일 수 없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다가온 입술 위, 겨우 오가던 아주 작은 숨이 틀어막히는 순간도 네 온기를 느끼며 너를 위해 죽어가는 감각을 즐긴다. 일말의 저항 없이.)
 
牛島 若利:(그 무엇보다 진한 색이, 바래 간다. 손안에서 네가, 내가, 나의 것이 죽어 간다. 일말의 여유도 내어주지 않을 것 같은 팔뚝의 가는 떨림은 네게 옮은 것일까, 찢어발겨지는 듯한 통증에서 비롯한 것일까. 저항할 생각조차 않는 사랑스러운 몸뚱이에서 서서히 빛이 사그라드는 모든 찰나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리, 이번에는 너를 내게 새긴다. 너는 필히 나의 악몽이 되어 매일 밤 씻을 수 없는 감각으로 가죽 아래 뼛속까지 탐닉할 테다. 우리의 밤에 마침표를 찍듯, 핏줄 돋은 두 손에 압력을 가했다. 종착역을 향해 멈출 줄도 모르고 내달린다.) 함께여서 기뻤다.
 
:당신의 손에서, 눈앞에 있던, 당신이 사랑하는 사쿠사 키요오미는 단 한 순간의 저항조차 없이 그 검정이 꺼져 갑니다.
초는 켜지도 않았는데 그를 에두르고 있는 모든 빛이 너무나도 밝고, 일그러지는 듯한 공기가 목덜미를 감싸 저린 당신의 손목을 뒤덮습니다. 잔혹하고도, 둘에게 어울리는 아주 단촐한 살생의 현장은 그렇게 종막을 그리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아주, 어울리는 마지막이에요.
정말 사랑하기에 저지를 수 있는 살육.
너를 다시 보고 싶으니까.
전화 건너편에 있는 이를 절실하게 믿었다기보다, "너"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다.
 
:눈앞의 이를 죽이는 거야말로 당신이 마주한 사쿠사 키요오미 두 명의 사랑을 전부 당신의 눈으로, 그리고 귀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일 터입니다.
그런, 확실한 방법입니다. 애정을 재는 당신의 척도요.
사쿠사가 헐떡이던 숨이 점차 멎어갑니다.
언제나 장난스럽게 넘겨 주던 머리칼은, 땀에 절은 이마 위 살갗에 붙어듭니다. 익숙한 일상 어느 순간을 지나 조금 길어졌다는 걸 이제야 인식합니다.
언제나 테이핑을 감아 주던 손목 위, 올곧은 손가락을 따라가면 알고 있는 반지가 이제는 목걸이로 감겨 쇄골 위에 위치합니다. 이제서야 봤지만, 늘 지니고 있었다면 그것만으로 기쁜 일일까요.
괜찮습니다.
 
:나를 위해 죽어 줄 만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나를 위해 죽은 너를 내 두 눈으로 마주했으니까. 내 손 안에서 꺼져가는 숨을 삼켜냈으니까.
이제 할 일은 하나뿐입니다. 통화 너머의 이가 한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일.
그렇지요?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차갑게 식은 숨을 두고선, 남겨진 사랑 하나를 확인하러 가야만 합니다.
어차피 이 밤이 지나면 알 수 있을 일일지도 모르겠지만요.
 
牛島 若利:....... (영원한 잠에 빠져 멎은 자신의 연인을 품에 안았다. 알고 있던 것보다 묵직해진 사지는 축 늘어졌고, 방금 전처럼 어깨에 고개를 댄 채 더는 깨어나지 못할 너를, 한참은 더 끌어안고 있었다. 익숙하게 고동쳐 와야 할 네 심장의 침묵만 아니었더라면 따스함에 속아 아직 살아 숨쉰다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작은 생채기 하나라도 내지 않겠다는 의지 담긴 몸짓으로 싸늘하게 식어 가는 너의 흔적을 침대 위에 뉘이고 나니, 피 한 방울 쏟지 않은 허연 몸이 일전 쏟았던 붉디붉은 와인과 함께 어우러져 잔혹한 살해 현장을 그려 낸다. 꺼뜨려진 생명 위로 투명한 방울이 톡, 떨어진다. 안녕을 고한다. 쇄골 위에 안착한 반지를 쥐어 그 얇은 사슬을 머리 위로 넘겨 자신의 심장 근처에 걸고, 그제서야 주머니 속에 있던 호텔 전화기를 꺼내든다. 볼륨을 최대로 높이고 귓가에 붙였다.)
죽, 였다.
 
:전화 너머로 여전히 떨리는 음성이 울려 들립니다.
반기듯, 아니. 어쩌면 처절하게. 사랑을 위해 무게를 짊어진 당신에 고하는 음절 세 마디가.
 
佐久早 聖臣:[⋯⋯. 사랑해.]
[늦지 않게 돌아갈게.]
[거기에서 기다려.]
[잠이 오지 않을 밤, 달래 줄 테니까.]
 
牛島 若利:나도, 사랑한다.
그러도록 하지. ....... 어서 와라.
 
:전화는 끊기지 않았어도, 너머의 침묵은 깁니다.
말로 확인한 감정이, 온전히 눈앞에도 나타날까요.
당장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도 될 일을. 당신은. 마지막까지 사쿠사 키요오미를 믿습니다.
전화 너머의, 내가 사랑하는 그 잔잔한 목소리를요.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걸까요.
오랜 정적, 샤워기를 꺼 버린 듯한 고요한 공기.
 
:혹시라도,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아닌가 후회하고 있나요.
 
딩동.
 
:그리고 그 소리를 따르는 정갈한 노크 소리.
문을 열어봅니까?
 
牛島 若利:(침대 위, 너의 사체 옆에 걸터앉아 들리지도 않는 초침만을 세고 있다가, 노크 소리를 듣고 번뜩 고개를 든다. 망설임 없이 문으로 걸어가 확인할 필요도 없이 문고리를 쥐고 비틀어 당긴다. 부디 이 너머에 가 서 있기를.)
 
:차갑게 식었던 문고리는, 당신의 온기로 데워집니다.
그리고 그 너머에 위치할 것도 딱 당신 만큼의 온기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확신하던 둘의 사랑을 전부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힘을 크게 주지 않아도 약한 문틈은 서서히 입을 벌립니다.
 
TRUE END, 정말 사랑했으며,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다. 영원을 고하는 것으로 네 무덤 위에 입맞춤을 한다.
문앞에 있는 얼굴은, 당신이 아는 그 낯면입니다.
익숙하고도, 어쩐지. 방금 꺼트린 숨과는 다른 색채의 검정을 띄고 있는.
얼굴을 온전히 감상에 부치기도 전에 그는 당신의 품을 덮어냅니다.
 
牛島 若利:(사고를 돌릴 틈도 없이 품에 가득 채워지는 온기를 마주 껴안았다. 결국 되찾았다. 죽여서, 살려 냈다. 홀로 기다린 시간의 초조함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것을 느끼며, 그 품에 얼굴을 묻었다.) 보고 싶었다.
 
佐久早 聖臣:보고 싶었어. (어떤 말도 않고 있다가 겨우 꺼낸 말이 미련하리만큼 애절했다. 내가 너의 진정한 그 사랑이야. 그 애보다 너를 더 사랑하는. 사쿠사 키요오미.) 기다려 줘서 고마워. ⋯⋯. 그리고, 이렇게 얼굴을 봤으니 다시 말하고 싶었어.
사랑한다고.
 
:한여름에 지독하게 아름다운 크리스마스라도 맞은 것처럼.
레몬 빛 조명은 머리 위를 장식하고, 맞붙은 둘 사이에 그 어떤 순간보다 간절하게 온기가 스며듭니다.
언제 존재했냐는 듯, 침대 위에 늘어져 있던 시신은 자리에 온데간데없고 얼룩진 와인 자국과 복잡한 당초 무늬가 새겨진 작은 보석이 떨어져 있습니다. 붉은 것은 트리 위의 별처럼 아름답고. ⋯⋯.
그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네가 생각나는 빛입니다. 아득한, 것.
 
牛島 若利:나 역시. (손끝에 각인된 살생의 감각은 제아무리 물로 씻어 낸들 벗겨질 리 없는 것이었지만, 너를 위해서라면 몇 번이고 거듭 행하겠다. 처절한 진심의 형태를 혀로 빚었다. 죽일 수 있을 만큼.) ....... 사랑한다.
 
:우시지마 와카토시, 눈앞의 그를 보고 어떤 감상을 떠올렸나요. 한 문장으로 서술합니다. 서식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牛島 若利:이리 같이 있으니, 좋다.
 
TRUE END, 죽일 수 있을 만큼 사랑하는 이. 함께 있어 좋으니, 영겁의 시간 동안 몇 번의 살생이고 너를 위해 거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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