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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 레스터
루주
 
 
공화국 연방 그레이월 중범죄자 교도소.
 
세워진 이래 단 한 명의 탈옥수도 허락지 않은 최강의 수용기관.
 
이곳은 그 명성에 걸맞게 철저한 보안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몇 겹으로 이루어진 보안문과 세상과 철저히 분리된 높은 담과 365일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조망.
 
손톱만 한 온정도 깃들지 못할 강화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단단한 잿빛 건물.
 
세상에 해악을 끼친 중범죄자들은 이곳에서 완벽히 교화되기 전까진 바깥바람을 쐴 수 없죠.
 
그런 두렵고 암담한 곳에 카이 레스터, 당신이 존재합니다.
 
이 감옥에서 죽기 전까진 빠져나갈 수 없는 형량을 들고.
 
버석하게 메마른 공기가 코끝을 스칩니다.
 
벽이 파내어지며 내뿜는 먼지는 벽 색과 동일한 회색입니다.
 
당신은 현재, 벽을 파고 있습니다.
 
카이 레스터:컥, ....... (피어오른 먼지에 무심코 기침을 한번 하고, 들은 이가 있는지 주변을 돌아본다. 들켜 봤자 형량이 더 늘어날 것도 없고, 독방에 갇히거나 하는 정도겠지만. 근 3 개월의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가는 일만큼은 절대 사양하고 싶다고.)
 
짧게 기침을 뱉어내지만, 주변은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게, 이곳은 구멍 안인걸요!
 
아무도 듣지 못해요. 괜찮습니다.
 
카이 레스터:(탈옥을 결심하기까지는 뭐 대단한 동기부여가 필요했던 게 아니다. 무기징역. 이 끔찍한 곳에서, 아무리 밥 잘 먹여 주고 생각보다 등 따시게 재워 준다 한들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지. 거듭된 항소를 들어 주는 이가 없었던 시점에서 공권력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쳤다.)
 
그럼요.
 
당신의 무죄도 밝혀내지 못하고, 억울하게 뒤집어 쓴 것을 고스란히 믿는 공권력따위.
 
믿을 게 못 되잖아요?
 
그리 움직이다, 반복된 작업에 지쳐 문득 고개를 들면 시야 끝에 손바닥만 한 격자창이 들어옵니다.
 
창틀을 세로 지른 쇠창살 사이로 초저녁의 푸르스름한 풍경이 조각난 채로 스며듭니다.
 
여름이 다가오기 때문일까요?
 
해가 꽤 오랫동안 떠있네요.
 
창살의 그림자가 얼마나 기울었는지를 보면 현 시각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카이 레스터:(슬슬 어둑해질 기미를 보이는 걸 보면....... 몇 시지?)
 
보자.
 
아. 슬슬 점호시간입니다.
 
곧 교도관들이 각 방을 돌며 인원수를 체크하고 취침을 종용할 것입니다.
 
탈옥 준비는 잠시 멈추는 것이 좋겠어요.
 
조금만 더 파내면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만한 구멍이 뚫릴 작업을 보자니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나머지는 교도소가 소등되고 나서 새벽에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카이 레스터:(그래도 이 정도면 절반은 한참 넘게 왔을 테다. 손바닥에 굳은살 배기도록 단단히 쥐었던 도구는 구멍 안에 그대로 내려놓고 엉금엉금 기어 수용실로 돌아간다.)
(돌아와서는 무릎이며 어깨, 이곳저곳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 탈옥 계획의 흔적을 지운다.)
 
당신은 수용실로 돌아와 옷자락을 털고 지금까지 사용한 숟가락을 구멍 안에 숨깁니다.
 
그리하여 벽의 구멍마저 완전히 숨기면,
 
옆 수용실에서 쇠창살 문을 교도관 봉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곧이어 교도관과 그곳에 수감된 자들의 목소리가 섞입니다.
 
카이 레스터:(으, 시간 딱 맞춰서 돌아왔네. 대충 침대에 누워 딴청을 피운다.)
 
 
교도관:점호 시작.
 
 
NPCA:NP1438. 있습니다.
 
 
NPCB:CB9532도 있습니다~
 
 
교도관:더럽게 끼리끼리 붙어있지 말고 떨어지지? 곧 소등하니까 잘 준비나 해.
 
 
NPCB:네네~
 
휴, 다행히 교도관에게 들키기 전에 일을 마쳤네요.
 
그에게 의심을 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자연스러운 척을 해볼까요?
 
카이 레스터:(혼신의 힘을 다해 자연스럽게....... 라고 해 봤자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뭐 얼마나 있을까. 2 층 침대의 난간에 매달려 턱걸이를 한다.)
(그리운 도심의 헬스장....... 헬스기구들.......)
 
곧 당신의 수감실 앞에 교도관의 옷자락이 펄럭입니다.
 
탕탕!
 
매일밤 의례처럼 들려오는 쇠막대끼리 부딪기는 소리.
 
그 소리에 맞춰 고개를 들면 지겹도록 익숙한 교도관과…
 
그 옆에 처음 보는 재소자가 서 있습니다.
 
그는 삐딱하게 고개를 꺾고 무감각한 얼굴을 한 채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교도관:6868! 그간 혼자 지내느라 적적했지? 새 룸메이트다.
 
카이 레스터:(바닥에 닿지 않도록 접고 있던 무릎을 펴고 똑바로 서면, 어라. 너무 오랜 시간 방을 널널하게 쓰긴 했다지만 새 룸메이트가 들어오는 게 이 타이밍일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아.
 
 
교도관:자, 1049. 들어가. 서로 친하게 지내도록 하고.
 
교도관이 그의 손목에 채워져 있던 수갑을 풀어주더니 어깨를 밀쳐 수용실로 밀어 넣습니다.
 
곧이어 멀찍이 멀어진 교도관이 모든 재소자들을 향해 외칩니다.
 
 
교도관:10분 뒤에 소등할 테니 그 사이에 쓸데없이 소란 피우면 독방행일 줄 알아!
 
싸늘한 콘크리트 벽을 타고 왕왕하게 퍼지는 협박 아래로,
 
사형수를 뜻하는 검은색 수의를 입은 낯선 자와 시선이 부딪힙니다.
 
카이 레스터:예에, 뭐. (시큰둥하니 대꾸하고 마저 턱걸이를 하려던 참에 시커먼 것이 눈에 들어온다. 사형수라고? 날 사형수랑 한 방에 넣은 거야, 지금?)
 
루주:(가만 눈을 마주하고 있다 입꼬리를 올린다.) 윽시 얼빠진 얼굴. 와. 사형수 첨 보나?
 
카이 레스터:(시선이 맞닿으면 딸꾹질을 하듯 마른침이 넘어간다. 진범 코스프레 한답시고 허세 부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뭔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나 같은 평범한 지나가던 시민 1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으니까 사형 판결을 받았겠지.) .......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다. 무슨 당연한 소릴 하는 거야.)
 
루주:(키득. 웃는 소리를 내고서 눈꼬리를 둥글게 휘고 고개를 까딱 기울였다.) 얼빠진 기 아이라 겁 문 긴가? 내가 닌테 엄한 짓이라두 할까봐서? 암만 사형수라 카더라도, 명을 재촉하는 맹한 짓은 하지 않을낀데.
 
카이 레스터:(제발 말 좀 그만 걸어 주시면 안 될까요. 1049 번 님....... 우는 소리가 낯짝에까지 드러나진 않도록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며 눈을 도륵 굴려 루주를 본다.) 그, 그렇겠지.
오늘 룸메이트가 생길 줄은 몰랐어서 당황했을 뿐이야.
 
루주:맞나. 하긴, 혼자 잘 지내고 있었을 낀데 갑작스레 생기가 불편허긴 허것지. (이해한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서 낯을 읽는다.) 생각보다 더 불편한갑네? 니 낯짝에 다 써가 있다. 숨길 생각도 읎구마, 이정도믄.
마, 됐다. 한 달동안 잘 부탁헌디. (손을 내민다.)
 
카이 레스터:(그야 이쪽은 젊을 때 몇 번 쌈박질에 휘말렸던 것 말고는 사람 한번 쳐 본 적도 없는 모범 시민이란 말이다. 아우성을 삼키며 내밀어진 손을 조심스레 맞잡는다.) 한 달?
 
루주:어잉. 어라, 니 내 모르나? (손을 단단히 잡고 위아래로 가볍게 흔든다.) 루주다. 아마 소문이 퍼졌을 낀데, 니 여 들어온지 얼마 안 됐나?
 
카이 레스터:들어온 지는 3 개월....... (흔드는 대로 흔들리도록 두면, 대화의 조각들을 맞춰 나가며 눈이 동그래진다. 설마, 한 달 뒤에 처형인 거야?)
 
카이 레스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루주라면……
 
아, 분명 들었던 이름입니다.
 
한 달 뒤 대통령 부부가 참관한다는 날에 사형집행을 당하는 사형수 루주.
 
동시에 그의 죄목 또한 떠오릅니다.
 
세계 최악의 연쇄살인범 이랬나요?
 
제법 세간을 들썩인 인물이었죠.
 
안타깝게도 당신은 당시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아 스쳐 지나가듯이 들었던 내용이라 자세한 내막까진 파악하지 못합니다.
 
카이 레스터:'그' 루주라고? (깨달음과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한다. 연쇄살인범. 이자 한 달 뒤에 죽을 사람. 어떻게 생각하든 이 사람을 보면 사고는 곧 죽음으로 직결된다.)
....... 아. (그래도 통성명을 하는 게 예의인가.) 카이라고 불러.
 
루주:맞나. 어야, 카이. (저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렇다고 해서 뭔가 무기를 가지고 있거나 한 것도 아닌데. 양손을 가볍게 들고서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무해하다는 듯 보이고 침대 쪽을 힐끗 봤다.) 캐가.
침대는 어데 쓸래? 위? 아이믄 아래?
 
카이 레스터:(사형수라는 사람이, 이리 느긋한 인물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탓에 혼선이 온다. 아니, 애초에 보통 그런 건 생각해 보지 않지. 루주의 시선을 따라 침대를 멀거니 보았다가 아래쪽에 털썩 앉는다.) 혼자일 땐 여기 쓰고 있었어.
 
루주:하모 계속 아래쪽 쓸 끼가? 내는 그라믄 위짝 올라간디? (위를 까딱 고갯짓해서 가리키며 담담히 말한다.) 암때나 누버가 자믄 거가 거 같것지마는, 이런 사소한 기 쌓이가 폭발해삐믄 큰일이니까네.
아, 말이 나와가 말인데. 내가 지켜줬음 하는 그 있나? 아니믄 이런 건 하지 말아라~ 같은 그.
 
카이 레스터:그런 건 딱히....... (수감자도 갇혀 봤던 사람이 더 잘한다고, 이곳에서의 3 개월은 혼자 지냈기에 무엇에 제약을 두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래도 의외로 친근하게 굴어 주는 탓에 경계는 조금 풀렸을까. 책상 쪽을, 정확히는 그 뒤편에 있을 구멍 쪽에 시선이 향한다.) 교도관들 시선 끌릴 일만 없으면 상관없어. 괜히 불편하잖아.
 
루주:흐음. 마, 아까 말한 것 맨키로 괜히 명을 재촉하고 싶진 않으이까네. 그런 일은 읎을끼라. (책상 쪽을 바라보는 시선에 자연스럽게 그곳에 눈길을 주다, 곧 관심이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침대의 사다리를 짚고 올라갈 듯 움직이며 무언가 생각난 듯 아, 짧게 목소리를 낸다.)
내가 침대 쓸 때 턱걸이는 하지 말아도. 흔들리믄 잠을 몬 자그든~ (장난스레 씩 웃는다.)
 
카이 레스터:아. 으응, 사람 있을 때 그러진 않지. 턱걸이 말고 다른 운동 할 것도 많고, 뭐. (괜히 교도관 때문에 보여주기 용으로 하고 있던 게 떠올라 멋쩍게 횡설수설하며 뒷목을 문지른다.)
 
온 교도소를 울리는 알림음이 지나가고,
 
곧 드르륵 타앙!! 하고 쇠창살 문이 닫힙니다.
 
동시에 바깥으로 열려있던 두터운 철문도 끼이익─ 기분 나쁜 소음을 내며 굳게 닫힙니다.
 
수용실 내부의 꺼진 전등 때문에 한 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새카만 어둠이 몰려옵니다.
 
곧 기다리면 창살 너머로 희미하게 스며든 푸른 달빛을 의지해 사물 분간 정도는 가능해집니다.
 
이거, 난감하네요.
 
교도소 소등 때문이 아닙니다.
 
당신에겐 몰래 빼돌린 플래시라이트가 있으니까요.
 
당신이 곤란해진 이유는, 다름 아닌 루주 때문입니다.
 
한 달 뒤, 대통령 부부가 그레이월 교도소를 방문하는 날.
 
교도관들의 이목이 대통령 부부의 비호에 혈안이 되어있을 그날, 당신은 탈옥해야만 하니까요.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아직 탈옥을 위한 준비는 미진합니다.
 
매일 밤 잠을 줄여 저 벽을 뚫어내야 합니다.
 
물론 오늘도 마찬가지죠.
 
하루라도 작업을 미루면 오랜 기간 준비해 온 탈옥은 단번에 실패합니다.
 
그렇기에 그의 존재가 거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원활한 작업을 위해서 그를 끌어들이는 편이 나을까요?
 
하지만 그러려면 함께 탈옥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해야 꼬셔질 텐데요.
 
그렇지만 이 어마어마한 범죄자를…
 
당신이 탈옥한다는 명분 아래 데리고 나가 사회에 풀어놓아도 좋을까요?
 
이 자가 사회에 나가면 당신같이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를 수두룩 만들어 낼지도 모를 텐데?
 
카이 레스터:(불이 꺼지고, 종용된 것이라 한들 고요가 찾아오면 동시에 머릿속이 번잡해진다. 태도를 보아 제안을 했을 때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올 확률은 낮아 보이지만, 사형수와 동반 탈옥이라니. 혼자 탈옥하는 것보다 훨씬 죄질이 무겁고 미친 짓이다. 일자로 누워 위쪽 침대의 바닥을 보며 입술을 잘근거린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니 탈옥을 포기하는 셈이고.......)
(그래, 애초에 탈옥을 계획했던 것은 사회에서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지. 그렇다는 이유로 우물에 독 푸는 짓을 하는 게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질 않는다. 긴 고민 끝에 작은 목소리를 낸다.)
자?
 
루주:(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니, 먼저 잠에 들까 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하암. 짧게 하품을 하며 바깥쪽을 보고 돌아눕는 듯 잠시 부스럭거리더니, 모로 누운 채로 답한다.) 아이~
 
카이 레스터:내가 제안 하나를 할 건데, 웬만하면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오기를 기대하고 있어.
 
루주:제안? (하암.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쭉 켠다.) 으응. 우떤 긴데.
 
카이 레스터:(이 정도 데시벨도 교도관에게 들릴세라, 몸을 일으켜 2 층에 고개를 빼꼼 내밀곤 속삭인다.) 이 방, 책상 뒤에 구멍이 하나 있거든. 내가 3 개월 전부터 파던 건데. ....... 뭐, 보시다시피 마저 작업하려면 설명이 좀 필요할 상황이 되어 버려서.
같이 도망가자.
 
루주:흐응. (눈을 느리게 꿈뻑대다 살짝 몸을 일으켜 고개를 가까이 한다. 목소리를 줄이면 줄일 수록 좋을 테니까. 어두워서 거리 감각은 애매하지만, 뭐 어떤가. 몸을 끌듯 움직이며 눈을 맞춘다.) 그 구명으로 도망을 가겠다, 는 뜻이제? 언제?
 
카이 레스터:한 달 뒤에.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빛나는 잿빛 홍채가 가까워지면 말에 뜸을 들인다. 숨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했던가.) 대통령 부부 경비로 다들 정신 없을 테니까. 때를 노린다면 그날밖에 없어.
 
루주:우떤 방식으로 할라고. 삼개월 가지고는 구멍을 면밀히 파기 어려벘을 낀데. 무식하게 모든 벽을 뚫는다! 는 아일 끼고. 뭔가 계획이 있을라나? (눈꼬리를 둥글게 휘며 잔잔한 목소리로 읊었다.)
 
카이 레스터:....... 그건 내가 알아서 해.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와서 벽과 벽 사이 빈 공간에 뭐가 있는지는 내 손바닥처럼 잘 알고 있어. (설계도 입수는 아직이긴 하지만. 본디 계획에 함께해 줄 이를 꼬신다는 것이 밑천을 드러내야 하는 일이라 해도, 지나치게 순순히 불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면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가 다시 마주본다.)
 
루주:흐응. 맞나. 건설회사라~ 하모 벽을 우예 해야 잘 뚫을 수 있고, 너머에 어떤 느낌으로 이어져 있는지 얼추 알것네. 이짝이야 워낙 복잡하다곤 허지만서두. (눈동자가 움직일 때에도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바라보다 빙긋이 웃음을 걸었다.) 다 방법이 있고 생각이 있다, 는 기네.
 
카이 레스터:(면접을 볼 적과 비슷한 긴장감이 들었다. 어쩌면 실상 목숨이 걸려 있으니 그보다 배로. 생각을 읽어내기 어려운, 나긋하게 웃어 오는 이목구비를 빤히 바라보며 시트를 위에 걸쳐진 손가락을 비빈다.) 응, 계획은 있어.
 
루주:마아, 흥미로운 생각이긴 하지만은. (팔을 움직여 팔뚝 위로 뺨을 대고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였다.) 유감스럽게도 관심 읎다.
아, 착각은 말어라. 니가 헌 걸 헛것으로 만들겠다는 건 아이니까네.
 
카이 레스터:(벙찐 듯 그 자세 그대로 눈만 깜빡이다가 입을 연다.) ....... 내가 미심쩍어서 그래?
 
루주:아이, 그렇다기보단~ 뭐라 해야 하나. 그래 해봤자 갈 곳도 읎고, 머물 곳도 읎고, 기다리는 사람도 읎그든. 굳이 그렇게까지, 싶은 기제.
 
카이 레스터:(동정했나. 역대 최악의 연쇄살인마라는 인간을. 정확한 죄명을 알지 못해서 가능했을까. 가까이서 보니 결국 사람이었다. 전혀 개의치 않는 말투로 외로움을 그리는 문장들이, 어쩐지 신경이 쓰였다. 무어라 얹을 말을 찾지 못해 머뭇거리기를 한참.) 그럼.
방해는 안 해 주는 거지?
 
루주:어야. 방해는 않을게. 마아, 니도 그래까지 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가 그라는 것 아녀. 아이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든가……. 아. 설마 애인을 보러 간다든가 하는 긴가? 이야, 좋을 때구마~
 
카이 레스터:그런 거 아냐. 키우던 뱀 두 마리가 많이 보고 싶긴 하네. 가문의 수치라면서 반쯤 버려진 상태기도 하고, ....... (정말 나가고 싶은 이유는, 억울하게 수감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혀 위에 올렸다가 도로 지운다. 여태 믿어 주었던 이는 한 명도 없었으니까.)
 
루주:뱀? 하모 후딱 돌아가야 쓰것네. 반려동물을 혼자 두믄 쓰나. …두 마리랬으이까 혼자는 아인가? (키득이며 웃는 소리를 내며 손을 움직여 이마를 툭 건드렸다.) 알았다. 니 맘대로 해라. 대신, 걸리지 않게끔 니가 조절허는 기 좋을 끼다. 낸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해줬음 싶그든. 이해, 해줄 기제? (나긋하게 미소짓는다.)
 
카이 레스터:(장난기 가득한 손끝이 두드리고 지나가면 한쪽 눈썹이 움찔거리지만 고개를 스윽 돌리는 선에서 끝난다.) 그래, 그래. (알았다는 듯 손을 휘적이고는 무언가 할 말이 남은 마냥 입술을 달싹이다가 침대에서 몸을 떼어내 동태를 살핀다. 언제쯤부터 다시 작업을 재개할 수 있을까.)
 
그의 기색을 보면, 탈옥에 가담해주진 않지만 다행히도 교도관에게 찌를 것 같진 않습니다.
 
아니, 애당초 당신이 탈옥을 하든 살인을 저지르든 큰 흥미가 없는 것 같기도 해요.
 
뭐, 아무렴 어떤가요?
 
그의 출현으로 걱정했던 것을 덜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입니다.
 
그럼 어서 벽을 뚫어볼까요?
 
조금만 더하면 첫 번째 벽을 뚫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이 레스터:(익숙하게 책상을 밀어내고, 숨겨져 있던 구멍이 드러나면 숟가락을 쥐어 벽을 긁어 내기 시작한다.)
 
당신은 둥근 면을 갈아 삽 형태로 만든 숟가락으로 벽을 파기 시작합니다.
 
사각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벽을 뚫으면...
 
이윽고 툭 튀어나와 있던 벽의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며 온전한 구멍이 뚫립니다.
 
동시에 뚝, 하고 숟가락 목이 부러지고 맙니다.
 
이런. 도구가 더 필요하겠네요.
 
일단 구멍 너머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볼까요?
 
카이 레스터:아....... 그래도 오래 버텼나. (중얼거리며 이젠 쓸 수 없을 숟가락 삽 5 호를 치워 두고 구멍 너머로 고개를 내민다.)
 
구멍 밖의 풍경은 건물에 필요한 각종 설비시설이 즐비한 공간입니다.
 
수없이 많은 파이프가 마치 미로처럼 엮여있습니다.
 
그 복잡한 설비들 사이로 환기구 통로가 보입니다.
 
환기구 통로는 한 사람이 기어가면 지나갈 수 있을 만한 크기입니다.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직접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이 레스터:(루주가 누워 있는 자리를 슬쩍 돌아보고는, 몸을 돌려 발부터 구멍 밖으로 뺀다. 우선은 환기구까지 도달해 구조를 파악해 둘 셈이다.)
 
단순히... 설비 시설이네요.
 
온수를 위한 가열기계나 식당에서의 가스레인지를 사용하기 위한 가스통 등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카이 레스터:(환기구 앞에 서서 당장 들어갈 수 있는 형태인지 본다.)
 
환기구는, 당장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이 레스터:(큰 소리가 울리지 않게 주의하며 환기구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몸을 비집고 환기구로 기어가 봅니다.
 
하지만 역시나,
 
길게 이어져 있지 않고 작은 창고에 도착하고 맙니다.
 
식자재 박스가 쌓여있는 걸 보아선 식당 쪽과 가까운 식품 창고 같습니다.
 
과거 설비공이었던 때를 떠올려 생각해 보자면,
 
아마 문 맞은편 벽을 뚫고 그곳과 연결된 설비 공간으로 가야만 또 다른 환기구를 찾을 수 있을 테죠.
 
카이 레스터:(역시 쉬운 구조일 리가 없지만, 일단 여기까지 온 것도 발전이다. 창고로 몸을 빼내어서는 이곳에는 벽을 뚫기 위한 도구가 있는지, 전혀 없다면 하다못해 간식거리라도 찾아 본다.)
 
유감스럽게도, 식품 창고인 터라 벽을 뚫기 위한 도구는 보이지 않네요.
 
카이 레스터:(한참을 뒤적거리다가 식품 창고의 구조만 빠삭하게 입력하곤 수용실로 돌아간다. 내일 식사 시간에 새로운 숟가락을 구해야겠지.)
 
당신은 식품 창고의 구조를 빠삭하게 입력하고 돌아갑니다.
 
먼지로 옷이 엉망이 되었지만, 가볍게 털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카이 레스터:(옷에 묻은 것을 털어내고, 책상을 원래대로 돌려놓는다.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어 시간이 남는 김에 샤워 좀 하고 싶은데. 새로 생긴 룸메이트는 잠들었나?)
 
카이 레스터:
관찰력
기준치: 25/12/5
굴림: 2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루주가 잠들어있는 2층 침대를 봅니다.
 
그는 잠든 것처럼 보입니다.
 
고르게 오르락 내리는 가슴이 이를 증명해 주네요.
 
잠귀가 밝은지 밝지 않은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카이 레스터:(자는 것을 확인하면 곧바로 수의를 벗어 침대 위에 개어 둔 뒤 샤워 부스로 향한다. 개운하게 씻고 잠들면 딱이겠지.)
 
카이 레스터:
은밀행동
기준치: 40/20/8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물소리가 유독 크게 들립니다.
 
모두가 자고 있는 새벽이라 그렇겠지요.
 
혼자 방을 쓸 때엔 별 생각 없이 씻곤 했는데, 룸메이트가 있어서 그럴까요?
 
당신은 유독 조심스럽게 움직입니다.
 
그 결과, 부스에서 나올 때까지 루주는 깨지 않은 것 같네요.
 
카이 레스터:(혼자 사는 것을 좋아하고, 공중 목욕탕도 잘 가지 않았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젖은 머리칼을 털어내며 옷가지를 주워 입을 때까지 아무도 대면하지 않았던 것에 한시름 놓으며 잘 채비를 한다.)
 
당신은 잠에 듭니다.
 
오늘, 적절한 도구를 구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다음날, 꽃 한 포기 자라지 않은 삭막한 운동장에 점심을 먹고 나온 재소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습니다.
 
나름 이 교도소에 3개월 차인 당신도 한 무리에 속해있죠.
 
당신이 사교적이기 때문이던 아니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날짐승의 사고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중범죄자들 사이에서 가련한 피식자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필연적으로 어느 무리에든 속해야 했으니까요.
 
카이 레스터:(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고, 삐딱한 자세로 벽에 기대어 서 있다. 따분해.)
 
바람이 불면 운동장 바닥으로 모래알이 일어나 한차례 큰 원을 그리며 휘돕니다.
 
자연스레 그 작은 폭풍을 쫓아 시선을 두면 멀찍이 떨어진 곳에 혼자 앉아있는 루주가 보입니다.
 
잿빛 수의를 입은 재소자들 사이에서 단연코 돋보이는 흑(黑)입니다.
 
포식자들만 득시글한 이곳에서 홀로임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는 유일한 자.
 
하지만 그럼에도 그를 향해 아가리 속 송곳니를 드러내는 자는 없습니다.
 
되레 그에게 시선을 두고 나선 저들끼리 이마를 맞대고 그의 배경을 수군거리기 바쁩니다.
 
그것이 그의 검은색 수의 때문일지, 그의 뒷배경 때문일진 알 수 없지만요.
 
카이 레스터:(모래바람을 따라, 멍하니 시선을 루주에게 두었다. 다가올 여름의 무더위를 예고하듯 내리쬐는 햇빛 아래서 눈쌀을 찌푸린 채. 소문이 퍼졌을 거라더니, 확실히 이곳에서 그를 가장 모르는 사람은 막상 한 방을 쓰게 된 자신인 듯했다.)
(뜨끈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하며 주변 재소자들이 무어라 수군거리는지 들어 본다.)
 
그 순간 피식자를 흉내 내는 포식자, 루주와 시선이 맞습니다.
 
그는 아침부터 줄곧 당신을 이런 식으로 쳐다보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이 탈옥을 계획한다는 걸 알게 된 이후라고 해야 할까요?
 
그 시선의 뚜렷한 의도는 알 수 없습니다만,
 
당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눈빛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려니 곧 그의 동공이 세로로 좁아지는 환각이 보입니다.
 
맹수의 눈.
 
포식자를 흉내 내는 당신은 본능적으로 그 시선을 피해 고갤 돌리며 스스로 피식자임을 드러낼지도 모르겠네요.
 
카이 레스터:(운동장 반대편에서 느껴진 시선임에도 움찔했다. 훼방을 놓지는 않겠다고 했고,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도 아닌데 대체 뭐가 이리도 위압감이 느껴지는지. 그 눈길에 사로잡힌 듯 눈을 깜빡이다가 뒷목을 문지르며 고개를 돌린다.)
 
당신이 그러한 것을 눈치채지 못한 당신의 무리가 다른 무리들과 마찬가지로 루주의 이야길 화두로 올립니다.
 
 
에반:그러고보니 저 치 말이야. 연쇄살인마라지. 사건 현장이 상상도 못 할 만큼 참혹해서 일선에서 조사하던 경찰들 중 사직한 사람도 많다고 해.
 
 
로드릭:마지막 공판에서 사형이 확정된 이후 난동을 일으켜서 오랫동안 독방에 갇혀있었다고 들었어요.
 
 
에반:그래~ 독방. 진짜 징한 놈이라니까.
독방에선 암암리에 교화를 빌미로 고문이 벌어진다고 하던데, 저놈의 방에서만 유일하게 비명 한번 들리지 않았다던데.
 
 
로드릭:아, 그거 사실이에요. 독방에 있던 사람이 그렇다고 하더라고. (어깨 으쓱.)
그래서 그런가, 추종자도 몇 있나봐요.
 
카이 레스터:(이 눈치 없는 새끼들이 타이밍 한번. 그래도 루주에 대해 자신이 모르는 이야기를 떠들어 주는 것이 썩 나쁘지는 않아 가만히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의 말마따나 다시금 루주를 바라보면,
 
어느새 그의 주위로 재소자 몇몇이 다가와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분위기가 험악하지 않은 걸 보아 루주와 친해져 보려는 수작인 것 같네요.
 
하지만 루주는 그들에게 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도리어 그들 틈으로도 간간이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우연인지 아닌지는 거리가 멀어 알 수 없습니다만…
 
그 눈빛의 의도가 왜인지 일반적이진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건 추측일 뿐이지만요.
 
카이 레스터:(보고만 있으면 계속해서 눈을 마주치니, 이제는 보고 있지 않을 때도 시선이 느껴지는 듯하다. 미묘한 기분으로 루주와 그 곁에 생겨난 작은 무리를 빤히 쳐다본다.)
연쇄살인으로 들어온 건 나도 똑같은데. 나보다도 훨씬 더했나 봐~. (에반과 로드릭을 향해 씨익 웃는다.)
 
 
에반:뭐, 그렇지. 단순히 연쇄살인으로 끝난 게 아니라, 그걸 훼손하기도 했다던가, 뭐라던가.
그러고보니 카이. 슬슬 필요할 때 되지 않았어?
지난번 거. 아직도 쓰고 있나?
 
에반의 물음이 들려옵니다.
 
주어 없이 불분명한 말이지만…
 
그의 질문이 어떠한 것을 뜻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카이 레스터:아아, 안 그래도 다 태워 버린 참이라. 매번 고마워, 형님?
 
 
에반:별말씀을. 저녁 식사 때 교도관 눈치 봐서 건네줄게.
 
에반의 말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로드릭이 당신의 무릎을 툭툭 건드립니다.
 
그가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로드릭:카이, 저번에 구해주라던 평면도 있잖아요.
알아봤는데 감시실 서랍 두 번째 칸에 있다더라고요.
하지만 카이도 알다시피 감시실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잖아요? 그러니 아마 감시실을 들락거리는 사람을 새로 포섭해야 할 거예요.
큰 도움 못 줘서 미안해요.
 
카이 레스터:에이, 뭘. 내가 못 하는 거 해 줬는데.
감시실이라....... (이곳에 지내면서 보거나 들었던 감시실에 들어갈 수 있는 인물이 누가 있나 떠올려 본다.)
 
글쎄요.
 
우선, 누굴 고용하든 신뢰도부터 파악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머무르던 시간이 3개월이다보니, 적합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생각을 정리할 무렵, 점심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 울립니다.
 
고압전류가 흐르는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나타난 교도관이 재소자들을 줄 세웁니다.
 
 
교도관:오늘 오후 일과는 작업이다! 전원 작업장으로 이동하겠다!
 
카이 레스터:(왼쪽 다리를 끌며 설렁설렁 줄에 선다.)
 
교도관을 따라 작업장으로 이동하면, 공장같이 커다란 창고처럼 생긴 곳에 다다릅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1인용 테이블이 두 짝씩 열을 맞춰 나열되어 있고,
 
그 위엔 작업을 위한 그라인더 장비가 놓여 있습니다.
 
당신이 교도관의 눈을 피해 탈옥 도구를 날카롭게 갈아냈던 장비죠.
 
지정된 자리에 앉아볼까요?
 
카이 레스터:(숟가락이 지금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생각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는다.)
 
지정된 자리에 가서 앉자, 옆 테이블에 루주가 다가와 앉습니다.
 
그간 옆자리가 주욱 비어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퍽 낯설게 느껴집니다.
 
카이 레스터:(동반 탈옥 제안을 했다가 까인 사람한테는 보통 뭐라고 하지? 어색한 느낌을 지우려 눈길을 잠시 주고는 주어진 작업을 시작한다.)
 
루주가 자연스럽게 테이블 옆에 놓인 상자에서 그라인더에 갈아낼 장난감들을 꺼내 듭니다.
 
조금 전 그가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라는 이야길 들어서일까요?
 
그의 왼손에 든 장난감 칼이 날을 바짝 벼린 잭나이프로 보이고,
 
오른손에 든 장난감 총은 실탄이 가득 장전된 권총으로 보입니다.
 
 
교도관:작업 시작!
오늘 각자의 할당량은 100개다. 할당량을 못 채우면 불이익이 있을 테니 부지런히 일하도록.
 
교도관의 협박이 떨어지자 동시에 모든 테이블의 그라인더가 시끄럽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할당량이 주어졌으니 카이도 서둘러 작업해 볼까요?
 
카이 레스터:(엄청 굴리네....... 이럴 때면 꼭 억울했다. 어떻게 봐도 차라리 회사 업무가 백 배는 나았으니. 가뜩이나 바로 옆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연쇄살인마가 앉아 있는데. 작은 한숨과 함께 장난감을 집어든다.)
 
카이 레스터: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팅!
 
잘 갈리던 장난감 하나가 루주 쪽으로 튕겨 나갑니다.
 
갈리다 만 장난감칼이 그의 허벅지 위로 안착하네요.
 
…아….
 
카이 레스터:아. (단말마와 함께 굳는다. 루주의 허벅지 위에 떨어진 것을 원망하던 시선을 슬그머니 올려 어설프게 웃고는, 도로 가져오려 손을 뻗는다.) 미안.
 
루주:(시선을 아래로 둬 떨어진 장난감을 보다 다 갈린 본인의 것을 옆의 상자에 넣어두고 카이에게로 분실물을 돌려주었다.) 니… 손재주가 그래 썩 좋은 편은 아이네.
 
카이 레스터:나름 잘 다루는 편이거든? 너 때문에 긴장해서, ....... 하여간. (돌려준 것을 낚아채 단단히 붙들고 다시 그라인더에 갖다댄다.)
 
루주:내 때문에 긴장을? (눈꼬리를 길게 휘며 웃는 시늉을 하고 작업을 마저 이어간다.)
 
카이 레스터: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앗, 이번에도...
 
카이 레스터:아무것도 아니, 헉.
 
그것은 틱, 소리를 내며 튕겨나가더니 루주의 책상 위를 구릅니다.
 
카이 레스터:.......
 
루주:……? (눈을 깜빡이며 그것을 바라보다, 카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카이 레스터:(멋쩍게 입맛을 다시며 튕겨져 나간 장난감을 주워 온다.)
아아, 오늘은 날이 아니네.
 
루주:…. (짧게 웃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까딱한다.) 어야, 그런갑네.
 
카이 레스터:26
28
 
좋아요. 그래도 반은 어떻게든 채웠네요.
 
당신에게 별다른 말 않던 루주가 문득 목소리를 냅니다.
 
루주:그런데 니, 이래 실수가 잦아갖고.
개구멍은 용케 뚫었네. (식사가 맛있었다는 말을 하듯 나긋한 어조로 말한다.)
 
…!!
 
미쳤나요, 이 사람?
 
아무리 장비 소리가 커서 목소리가 묻힌다지만 곳곳을 돌아다니는 교도관에게 들리면 어쩌려고 탈옥 얘기를!
 
카이 레스터:(순간 눈이 휘둥그레지고, 여전히 윙윙 돌아가는 그라인더에서 손이 멀어진다. 사방을 재빨리 살핀 두 검은 원이 루주에게 고정되며 이를 악문 듯 눌린 목소리로 대답한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에?
 
루주:맞나? 하모 쪼매 더 구체적으로 말허는 기 좋을라나? (마침 끝이 뭉툭하게 잘 갈린 장난감의 날을 손가락으로 둥글게 쓸며 은빛 눈동자를 돌려 시선을 마주했다.)
하도 무뎌 뵈길래 말이여. 단순히 궁금증이었을 뿌이지만서두. (생글이며 웃는 낯을 지었다.)
 
카이 레스터:(장난감이다. 장난감 칼일 뿐이다. 문제는, 그가 들고 있으면 진짜와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인다는 점이겠지. 침을 꿀꺽 삼키고, 얼마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잘못한 일이라도 있었나 되짚어 보고는 긴장한 낯으로 목소리를 낮춘다.)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루주:괘안타. 글라인더 소리도 크고, 이래 대화를 나누는 노마들이 적은 것도 아이니까. 교도관도 그래 크게 잡진 않는 눈치고. (어깨를 으쓱이며 괜찮다는 듯 웃고서 그것을 옆에 내려둔 뒤에 새 것을 집어들었다.) 그래가.
우예 했다고? (놀이를 찾아 즐거운 것마냥, 눈꼬리가 길게 접힌다.)
 
카이 레스터:(어이가 없어 할 말이 없어진 표정으로 루주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잠시 잊고 있던 자신의 작업을 다시 시작한다.) ....... 잘, 했어. 어떻게 잘.
(말하면서도 여전히 주변 눈치를 보고 있다.)
 
루주:아. 이번이 정말 긴장했을 뿌이고, 본래는 손재주가 좋다. 마 그런 말인가? (키득이며 웃어버리고 글라인더 위로 장난감의 끝을 대었다. 느긋하고도, 여유로운 손길이다.)
 
카이 레스터:(즐겁다는 마냥 웃고 있어서 더 압박감이 느껴지는 건 알고 이러는 걸까. 매끈하게 갈아 낸 장난감을 들어 보인다.) 봐, 나쁘지 않게 한다니까?
 
루주:흐음. 확실히 손재주가 마냥 나쁜 건 또 아인 것 같기도 하고? (키들이며 웃다 잠시 고민하는 시늉을 하더니,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맞춘다.) 그래 자신이 있으믄, 내랑 내기 하나 하까?
할당량 먼저 채우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
 
카이 레스터:소원? (나한테 시키고 싶은 게 있는 건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인다. 확실히 내 쪽은, 해 줄 수 있으면 부탁할 만한 게 있긴 하지. 장난감을 상자에 넣고는 재빨리 다음 것을 집어 온다.) 좋아, 콜. 진 다음에 빼지나 마.
 
루주:하하! 어야. 내가 이런 것에 뺴는 사람은 아이그든, 또. (재밌는 말을 들었다는 듯 굴며 손을 움직인다.) 하모, 지금부터.
빠르게 하는 기 좋을기다. 내도 느린 편은 아이라가.
 
카이 레스터:누가 할 소릴.
 
카이 레스터:53
(더 말 얹을 시간도 사치다. 승부욕을 자극당했는지, 장난감을 갈아 내는 것에만 몰두한다.)
 
GM이 어딘가에서 주사위를 굴립니다 
 
엎치락뒤치락 아슬아슬하게 다다랐던 결말은,
 
기적처럼 카이 레스터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루주는 내기에서 졌음에도 이상하리만치 크게 아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상한 자존심을 티 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 꾸며낸 허세일까요?
 
여하튼 승리자는 당신입니다, 카이 레스터.
 
카이 레스터:끝. 다 했다. (루주의 반응이 어딘가 찝찝하지만, 마지막 하나를 뿌듯하게 상자에 던져 넣고는 의자 등받이에 늘어지듯 기댄다.)
소원은.......
 
루주:하하, 져삣네. (아직 채 채우지 못한 할당량을 흘끔 보다 뭐 어떻느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 턱을 괴었다.) 어야.
말해본나. 소원은?
 
카이 레스터:(루주에게만 들릴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감시실에서 꺼내 와야 하는 게 있는데 좀 도와줘.
 
루주:(눈을 깜빡한다.) 감시실에서 꺼내 와야 하는 그? 어떤 긴데?
 
카이 레스터:여기 평면도.
 
루주:이야.
제법 큰 걸 바라는디? (눈을 둥그렇게 뜨는 시늉을 했다.)
 
카이 레스터:(어깨를 으쓱인다.) 소원이라며.
직접 갖다주는 것까지 바라는 건 아니니까, 들어갈 수 있는....... 믿을 만한 녀석을 알면 소개 좀 시켜 줘.
 
루주:것도 제법 큰 부탁인 거, 알고 있제? 신뢰할 수 있는 노마를 달라는 것 아녀.
 
카이 레스터:알지. (살짝 눈치를 보듯 시선을 굴린다.) 안 돼......?
 
루주:음? (눈치를 보는 듯한 행동아 눈을 깜빡이다 곧 웃음을 터뜨린다.) 하하! 아이, 그랄리가.
그정도의 어려움도 읎으믄 소원이랍시고 들어주기도 애매하제. 안 맞나.
 
카이 레스터:(루주가 웃으면 그제야 안심하며 눈매를 접는다.) 고마워.
 
루주가 무어라 말을 덧붙이기 직전, 교도관이 목소리를 냅니다.
 
 
교도관:작업 중지! 다들 수고했다.
할당량 못 채운 재소자들은 남아서 뒷정리하고, 다 채운 재소자들은 식당으로!
 
교도관이 식당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주며 외칩니다.
 
그의 손짓을 따라 할당량을 다 채우지 못한 루주가 이동하네요.
 
당신에게 잘 가라는 듯 산뜻하게 손까지 흔들어 보입니다.
 
…내기에서 진 사람 맞나요?
 
카이 레스터:(어딘가 이상하지만 정확히 무엇이 이상한지 짚어내지는 못한 채로, 덩달아 손을 들어 보이고는 식당으로 향한다.)
 
당신은 식당으로 가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저녁을 다 먹어갈 때쯤, 작업장 뒷정리를 마친 재소자들이 식당으로 차례차례 들어옵니다.
 
개중 루주의 모습이 보입니다.
 
거리가 멀어 당신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듯, 곧장 배급을 받으러 향합니다.
 
당신과 작업장에서 대화할 땐 곧잘 웃는 모습도 보여줬던 것 같은데….
 
지금은 여느 때와 같이 무감각한 얼굴입니다.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이따 수용실에서 만나게 됐을 때 그의 얼굴에 어떤 표정이 깃들어 있을지 말이에요.
 
카이 레스터:(마지막 남은 음식을 입안에 밀어넣으며, 무리에 섞여들어 시선으로 루주의 행동을 좇는다.)
 
그때, 배급을 마치고 본인 몫의 식판을 들고 온 에반이 당신을 부릅니다.
 
 
에반:카이. 다 먹었어?
방으로 돌아갈 거지? 그럼 자리 좀 비켜 줘.
 
카이 레스터:어어, 그래.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안 잊었지?
 
 
에반:응?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아차, 신발끈이 풀어져서 말이야. 식판 좀 들어줄래? (식판을 슥 내민다.)
 
카이 레스터:(식판을 들어 주며 자연스레 그 아랫면을 더듬는다.)
 
식판을 건네받자, 식판 밑바닥에 이질적인 금속 재질의 식기가 느껴집니다.
 
잊진 않은 모양이네요.
 
식당엔 보는 이가 많습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받아 숨기는 것이 좋겠어요.
 
카이 레스터:(숨겨진 숟가락을 소매 안으로 미끄러뜨린다.)
은밀행동
기준치: 40/20/8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소매에 챙겨넣습니다.
 
 
에반:고마워. (식판을 받아가며 눈짓한다.)
 
카이 레스터:에이, 이런 걸로 무슨. (찡긋해 보이며 그대로 자신의 식기를 돌려놓고 식당을 빠져나간다.)
 
혹시나 본 사람은 없겠지 하고 주변을 살피자, 누군가와 시선이 부딪힙니다.
 
교도소에 들어온 이후로 사사건건 당신에게 쓸데없이 시비를 걸던 갱단의 보스, 칼슨입니다.
 
당신보다 머리 하나는 훌쩍 큰 거구의 몸집을 이끌고,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느릿하게 다가옵니다.
 
 
칼슨:밥 다 쳐 먹었으면 재깍재깍 자릴 비켜야 매너 아닌가? 시간이나 끌고 말이야. 식판은 테이블에 대충 두면 되잖아.
 
아, 역시나 아무 건수를 잡아 시비를 걸어옵니다.
 
급기야 당신의 어깨를 툭 건드리기까지 하네요.
 
카이 레스터:(나가려던 참이었는데, 이게 웬 시비인가. 말도 안 되는 덩치의 상대가 위협적으로 접근하면,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도망치고 싶지만 심기가 거슬린 척, 허세를 두른다.)
거 참, 비켜 주는 길이잖아? 왜 이렇게 예민하실까?
 
잘 생각해야 합니다.
 
당신의 소매엔 몰래 챙긴 도구가 있다는 사실을요.
 
괜히 시비가 붙어 교도관에게 걸리면 더 큰일이 벌어질지도 몰라요.
 
하지만, 칼슨은 당신을 놔줄 생각이 없는 듯 합니다.
 
 
칼슨:지금껏 밍기적거릴 이유가 있을 것 아냐. 어? (손으로 어깨를 툭툭 밀듯 군다.) 너... 뭐 챙겼어? 재깍 움직이던 놈이 고작 식당을 나가는데 몇 분이나 걸린 게 누가 봐도 의심스럽잖아?
 
카이 레스터:작업을 하도 열심히 했더니 오늘따라 얼이 좀 빠져 있었나~. 이야, 그나저나 우리 칼슨이 나한테 이렇게 관심이 많은 줄은 차마 몰랐는걸? (두 팔을 들어 보이며 거리를 벌리려 한다.) 팬이 생긴 기분인데. 하하.
서로 좋게 좋게 마저 갈 길 가지 그래? 사람 밥 먹는 데서 낯 붉혀서 좋을 게 뭐 있다고.
 
 
칼슨:지금 나와 장난하자는 거야?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낯을 힘껏 험악하게 구기고서 낮게 으릉거린다.) 하! 팬이라니. 네까짓것의 팬이 된 기억은 없어!
그래. 낯 붉혀서 좋을 것 하나 없지. 그러니까, 네가 떳떳하다면 소매든 주머니든 까뒤집어보지, 그래. 어?
 
카이 레스터:(이게 뭘 잘못 처먹었나, 못 처먹어서 이러나. 왜 이래? 들어올린 팔에 아무것도 없다는 듯 털어 보이며 안에 든 숟가락이 눈치껏 안쪽으로 더 들어갔기를 빌고는, 바지 주머니를 뒤집어 당긴다.) 자, 봐. 이제 만족해? 됐으면 나는 얼른 돌아가서 조용히 쉬고 싶거든~.
 
 
칼슨:(인상을 와락 구기더니 앞으로 성큼 다가서 거리를 좁힌다.) 네가 어디 허리춤에 숨겼을지 속옷에 숨겼을지 묘수를 썼을지 어떻게 알아? 내가 직접 까본다. 잡아!
 
더이상 시비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강도로 당신을 건드리는 칼슨입니다.
 
당장에라도 불꽃이 튈 것 같은 둘의 분위기에 밥을 먹던 다른 재소자들도 흥미를 가지고 슬금슬금 몰려듭니다.
 
덕분에 교도관의 눈에도 띄고 맙니다.
 
 
교도관:어이, 거기! 제대로 앉지 못해?!
 
하지만 교도관의 명령에도 칼슨은 당신을 위협하는 짓을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자 결국 교도관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점차로 다가옵니다.
 
이런, 위험해요.
 
이러다간 정말 소매 속을 들키겠어요!
 
카이 레스터:시발. (욕을 짓씹으며 칼슨을 떨쳐내려는 척 소매 안에 들어 있는 숟가락을 그의 주머니에 넣는다. 저걸 가지고 들키느니 차라리 뺏기는 게 낫지.)
 
그때,
 
하는 소리와 함께 칼슨의 머리 위에서부터 음식물이 흘러내려 바닥을 적십니다.
 
어안이 벙벙한 눈을 치뜨자,
 
칼슨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루주:어이고. 미안타. 무식허게 큰 기 길을 막고 서있길래, 잔반 처리대인 줄 알고.
 
 
칼슨:…루주…….
 
별안간 칼슨의 머리에 본인의 식판을 때려 부은 루주가 어깨를 으쓱입니다.
 
당신에게만 슬쩍 눈짓하는 게 보이네요. 본인의 주머니를 톡톡 두드리면서요.
 
카이 레스터:(이게 당최 무슨 상황인지, 멀뚱멀뚱 루주를 바라보다가 그 틈을 타 칼슨에게서 거리를 벌린다.)
 
루주의 얄미운 행태에 칼슨의 눈이 빙글 돌아갑니다.
 
그대로 주먹을 내지른 칼슨의 공격이 루주의 얼굴을 강타합니다.
 
그러나 공격을 예상했던 듯, 넘어지지 않고 버틴 루주가 짧게 웃습니다.
 
얼얼한 목을 꾹꾹 주무르며, 특유의 목소리로 읊조리기까지 하네요.
 
루주:다 보는 앞에서, 먼저 끊어줘가 고맙다?
 
마치 이때만을 기다린 사람처럼 칼슨의 복부를 발로 차버리는 것으로 싸움이 벌어집니다.
 
서로의 멱살을 휘어잡고 매서운 주먹을 휘두르고,
 
동시에 흥분한 구경꾼들이 소리를 높여 둘을 응원합니다.
 
삽시간에 왁자지껄해진 식당으로 당황한 교도관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나타납니다.
 
카이 레스터!
 
이 혼잡한 상황을 이용해 방으로 도망치는 것이 좋아 보여요!
 
카이 레스터:(왜 도와준 건지는 몰라도, 자리를 벗어날 기회가 생긴 건 확실하게 루주 덕분이다. 교도관들의 시선이 팔린 틈을 타 슬금슬금 물러나다가 방으로 향한다.)
 
당신은 시끄러운 식당을 뒤로하고 서둘러 방으로 돌아갑니다.
 
……
 
……
 
……
 
떠들썩했던 식당 쪽이 잠잠해지고,
 
머지않아 루주가 돌아옵니다.
 
 
::루주 HP 3 감소.
 
카이 레스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To GM): 행깎 하겠습니다.
 
불긋한 뺨이나 터진 입가 등이 눈에 띄네요.
 
그렇게 싸움을 못할 것 같아 보이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비겁한 칼슨 쪽 갱단원들이 싸움에 합세했나 봅니다.
 
그의 손에는 간단한 응급처치 도구가 들려있습니다.
 
작은 연고와 소독약, 거즈, 밴드 등이 보이네요.
 
카이 레스터:.......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걱정을 했던가. 교도관들이 바로 들러붙어 뜯어 말렸으니 크게 다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멀쩡하게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는 안도를 하고, 붉게 얼룩진 얼굴을 보고는 혀를 찼다.) 괜찮아?
 
루주:응? 어야, 보이는대로? (어깨를 으쓱이며 설렁 걸어들어온다.) 치료 받고 올랬는디, 의무실 직원이 외출했다 캐가. 내 알아서 한다 카고 갖고오느라 이 꼴이다.
 
카이 레스터:줘 봐, 내가 해 줄게. (분명 자신에게 걸린 시비였는데도, 싸움이 하고 싶었던 건지. 침대에 앉아 있던 몸을 일으키며 의료 용품을 향해 손을 뻗는다.)
 
루주:오. 그렇잖아도 도와달라 칼라 캤는디. (선뜻 손에 약품을 얹어주며 근처에 털썩 주저앉는다.) 살살 해도~ 금마들 응그이 손맛 맵드라.
 
카이 레스터:밖에서 조폭질 하다 온 놈들인데, 그럼....... (상처라는 것이 으레 그렇듯, 가까이서 보니 더 심했다. 어쩐지 자신 때문에 다친 것 같아 눈쌀을 살짝 찌푸리며 거즈에 소독약부터 스며들게 해 뺨과 입가를 조심스레 톡톡 닦아 낸다.)
 
루주:(따끔함에 반사적으로 낯을 찡그리고 있다 얌전히 표정을 풀고서 고개를 살짝 들었다. 상처를 네게 고스란히 보여주며 표정을 살피다, 입가를 두드리는 손길이 멎으면 목소리를 내었다.) 니 땜시 이래 된 그 아이니까 표정 풀어라~ 금마가 내 가는 길을 막아가 사단이 난 기니께.
 
카이 레스터:조금 아파도 참아. (한쪽 눈썹을 들어 보이며 어이 없다는 듯 눈을 맞췄다가, 차례대로 연고를 꼼꼼하게 발라 낸 뒤 밴드를 붙여 준다.) 말 같은 소리를 해야 믿어 주지, 누굴 바보로 알고.
응급처치
기준치: 50/25/10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나 오기 전에 이미 독방도 다녀왔다면서.
 
루주:진짠디~ 윽, 아야. (엄살을 부리듯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꾹 감고 있다 느리게 뜨며 몇 차례 깜빡인다.) 왐마. 생각보다 자의식이 강하다든가 하는 그런~? 오해하믄 곤란한디! (키득이며 웃다 입가가 쓰라린듯 손끝으로 조심히 더듬었다. 끙.)
응? 어야, 독방도 댕기왔제. 에법 있었다.
 
카이 레스터:3
하? 자의식이라니....... (순간 정말 자신이 오해를 한 건가 싶어져 귓가에 화끈하게 열이 오른다. 소독약이 든 병과 연고를 그의 옆에 내팽개치듯 던지며 쭈그려 앉아 있던 몸을 일으킨다.) 됐어, 그럼.
나 때문에 다친 거 아니니까 잘 낫든지, 말든지.
 
루주:하하! 어야, 고맙다. 뉘 솜씨가 좋아가 잘 나슬 것 같네. (뺨을 톡톡 두드리며 장난스레 웃는 낯을 취하고선, 연고며 남은 밴드를 주섬 챙겨두었다. 가져다주지 않으면 또 난리를 칠 게 뻔하니 연고 정도는 가져다주자. 밴드는~ 꽁쳐둬도 될 것 같은디. 입맛을 가볍게 다신다.)
아, 참. 금마헌티 뒤집어 씌울라 카드마. 잘 챙기가 왔제?
 
루주가 당신의 소매 언저리를 보며 말합니다.
 
카이 레스터:나름 안 보이게 챙긴다고 챙긴 건데, 용케 그걸 봤네. (칼슨 녀석도 트집 잡더니, 티 났나? 중얼거리며 소매 안에서 숟가락을 꺼내 확인한다.)
 
당신이 숟가락을 꺼내는 것을 확인하자, 그의 입가에 오묘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런데도 도와준 것이 아니라니.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루주:(연고를 바스락 정리하고 몸을 일으킨다.) 듣자 하니 밖에서 꽤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다녔다드마. 참말이가?
 
카이 레스터:....... (숟가락을 구멍 안에 잘 숨겨 놓고 돌아선 낯이 잠시 굳는다.) 응.
그래도 너보단 덜했을걸?
 
루주:(빤히 바라보고있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맞나.
그랄 수 있제. 내가 워낙에 그랬어야지. (짧게 웃고서 손을 가볍게 흔든다.)
 
카이 레스터:(그 반응에, 실감이 난다. 나는 지금 연쇄살인마와 동침하고 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여럿 죽인 걸로도 모자라 사체까지 훼손했다던 사람과. 그러고도 저런 가벼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반응이라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지, 표정을 유심히 살핀다.)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그의 표정을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긴, 우린 만난지 이제 이틀 째인걸요.
 
당연한 말입니다.
 
하지만, 뭐라고 할까...
 
보이는 게 다는 아닌 모양이군요.
 
카이 레스터:(본능적으로 경계를 세우고 있으면, 어젯밤에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며 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런 곳에서 타의로 예정된 죽음을 맞이해도 괜찮을 정도로 바깥 세상에 미련이 없다는 건 무슨 기분일까. 웃는 낯을 빤히 들여다본다.)
들어온 지는, 얼마나 됐어?
 
루주:음? 어데, 어데. 사형이 정해질 때까지 시간 꽤 걸렸으이까네. 몬해도 3년은 더 있었을라나. 달까지 헤아리는 건 그만둬가, 잘 모르것다. 마, 인자야 별 의미 없는 일이기도 하구~ (어깨를 으쓱이며 가볍게 말을 이었다.)
니는, 흠. 3 개월 정도것네. 내를 그때 보는 기 처음이었던 것 같으이까.
 
카이 레스터:오자마자 소란을 좀 피워서, 웬만해서 나 처음 본다던 놈은 없었는데 말이야. 어떻게 타이밍이 딱 그렇게 됐네.
 
루주:딱 그 타이밍에 내가 독방 드가가 그른다. 마아, 니는 독방 안 드가게 조심혀라. 소문이 다 나가 알것지마는, 사람이 있을 곳이 아이그든~
 
카이 레스터:안 그래도 소문 흉흉하더라. (눈치를 보며 뜸을 들였다가 말을 잇는다.) 뭐 어떻길래 그래?
 
루주:마아, 지금은 옷 입어가 잘 모르는디, 흉이 꽤 남아갖고. 고문도 고문이지마는 다른 노마들 비명 소리를 듣는 기 또 쪼~까? (장난스레 눈을 찡긋이며 짐짓 가벼운 목소리로 읊었다.)
 
카이 레스터:(고문을 한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나. 자연스레 목 아래 가슴께, 그리고 허리로 눈길이 간다.) 그걸 아는 놈이....... (작게 중얼거리곤, 머리칼을 헝클이며 의자에 앉아 몸을 돌린다.)
아, 너 씻고 싶을 땐 말해. 잠깐 나가 있을 테니까.
 
루주:(예상치 못한 배려에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있다, 소리를 터뜨리며 웃고서 허리를 접었다.) 하하! 하, 참말. 그런 소리를 듣는 건 또 첨이라가 재밌네. 니가 보기 싫은 기 아이라, 보이기 싫을까봐 그래 해주는 기가?
닌테 죽임 당한 노마는 윽시 나쁜 노마였는갑다. 니 원한 사기 쉽지 않아 봬네.
 
카이 레스터:뭐, 음. 나도 그런 소리 듣는 건 처음인데. (등을 돌린 상태라 보이지는 않지만, 유쾌한 웃음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지면 등받이에 쭈욱 기대어 다리를 편다.) 왜, 사람 죽일 치로는 안 보여?
 
루주:어야. 그래 안 보인다. (담담히, 그러나 별다른 고민 없이 그러한 것을 읊고서 시선을 곁으로 두었다. 무릎 위로 팔을 얹어 턱을 괴고, 창살 바깥을 멀거니 바라본다.) 마아, 겉으로 전부 판단허믄 몬 쓰것지만서두 말여.
 
카이 레스터:그렇지. (시야에는 천장의 회색빛 단색이 꽉 차게 들어오고, 그대로 한참을 아무런 대꾸도 없이 앉아 있으면 공기가 조용하다. 먼 발치에서 간간이 다른 재소자들의 소란이 들려와 무의식에 깔렸던 것도 같다. 누명 썼다는 이야기를 믿어 준 것도 아닌데, 담담한 한마디가 위로가 됐던 걸까. 타의에 의해 묵살되어 켜켜이 쌓인 억울함, 묻어 두었던 서러움이 수면 아래서 넘실거리는 듯해, 마른 세수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소등하기 전에 바깥 바람 좀 쐬고 올게.
 
루주:응? 벽 쪼매 더 파둘라는 줄 알었는데. (선뜻 나서겠단 움직임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마음대로 하라는 듯 몇 차례 끄덕이며 침대 위로 몸을 늘어뜨리듯 굴었다.)
 
그러고보니, 그렇죠.
 
이렇게 한가하게 수다를 떨 때가 아니었습니다.
 
점호가 시작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다음 루트를 파놓아야 합니다.
 
카이 레스터:(핑계였을 뿐인 산책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 주변 풍경이라곤 매일 보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 커피 한 잔을 단번에 들이켜고 방으로 돌아왔을 땐 5 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터벅터벅 걸어들어와선 루주에게 잠시 시선을 두더니 책상 뒤 구멍으로 몸을 넣는다.)
 
시간은, 약 1시간가량이 남았네요.
 
루주가 탈옥에 가담하지 않는다곤 했지만,
 
망을 봐주는 것 정도는 부탁해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카이 레스터:(울퉁불퉁한 단면을 짚은 채 눈치를 보는 듯하더니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 입을 연다.) 오는 소리 들리면 불러 줘.
 
루주:(눈을 깜빡이고 있다, 곧 짧게 웃으며 손을 까딱했다. 동의의 의미로 흔든 듯 하다...)
 
카이 레스터:(머리마저 쏙 사라지면, 설비 공간 안이다. 일전 봐 두었던 길대로 환기구를 통해 식품 창고로 향한다.)
 
당신이 그리로 향할 때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당연한 걸요!
 
이 구멍을 아는 건 당신과 루주밖에 없잖아요.
 
막혀있지 않습니다.
 
카이 레스터:(저쪽은 사람이 잘 다니지 않으니 괜찮다 해도, 여긴 아무 데나 구멍이 나 있으면 들킬 것 같은데. 입술을 가볍게 우물거리며 안쪽을 빙 돌아 어디에서 작업을 시작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상자 뒷편의 벽을 뚫는 게 좋겠습니다.
 
시야로도 적당히 가려지니까요!
 
카이 레스터:(결정을 내린 뒤에는 곧바로 큼지막한 상자 뒤쪽에 자리를 잡고 아직 둥근 모양 그대로의 뭉툭한 숟가락을 단단히 쥔다. 이 짓만 몇 개월 했더니 손바닥은 굳은살로 뒤덮인 지 오래다.)
 
카이 레스터:
손놀림
기준치: 40/20/8
굴림: 47
판정결과: 실패
 
팍, 팍, 팍...
 
역시 뭉툭해서 잘 안 되는 걸까요?
 
속도가 지지부진합니다.
 
카이 레스터:(내려치고, 내려치고, 내려치고. 속도가 전혀 나질 않는 반복 작업을 하다 보면 멍하니 잡념에 빠진다.)
 
카이 레스터:
손놀림
기준치: 40/20/8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이게, 좀처럼. 쉽지 않군요!
 
왜 이러는 거지?
 
혹시 힘이 빠지기라도 한 걸까요?
 
역시 도구 탓인가?
 
다시 한 번 해봅시다.
 
카이 레스터:(어느새 땀방울 맺혀 가는 이마를 손등으로 훔치며 힘을 주어 벽을 찍는다.)
손놀림
기준치: 40/20/8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
 
드디어 벽이 조금이나마 뚫리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것에 힘을 얻어 팍, 팍, 벽을 뚫기 시작하면...
 
시간이 얼마나 지났죠?
 
너무 집중한 나머지 생각보다 시간을 지체한 것 같습니다.
 
슬슬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카이 레스터:(공들여 만들어 낸 작은 크레이터를 보며 날숨을 쉬고는 무릎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직 루주에게서 아무런 신호가 없었으니 여유 있겠지, 생각하며 흔적을 잘 숨겨 두고 벤트에 올라타 수용실로 돌아간다.)
 
환풍구를 통과해 설비 공간을 지나고,
 
벽을 지나 수용실로 들어가기 위해 구멍으로 머리를 들이밀자,
 
그 앞에 루주가 쭈그리고 앉아서 손을 내밀어 줍니다.
 
루주:늦었네. 교도관은 이미 지나가뿟다. 니 상태는 얼추 둘러댔구.
 
카이 레스터:까, 깜짝이야. (그곳에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해 눈을 마주치자마자 흠칫한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줄 줄이야. 떨떠름한 듯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뻗어진 손을 잡고 짤막하게 입꼬리를 밀어올린다.) 고마워.
 
루주:허이구. 몬된 짓 한 것 마냥 구네. 마, 몬된 짓이 맞긴 허지마는. (잡은 손에 힘을 주어 일으켜 세워주고선 키득여 웃었다.)
(그리곤 침대를 가리키며 고개를 까딱 한다.) 컨디션 나쁜 노마같제?
 
그가 엄지로 가리키는 곳을 보자,
 
당신의 침대 위에 사람 형태의 이불 둔덕이 보입니다.
 
정말 사람이 들어있는 양, 그럴듯하게 꾸며낸 모습이네요.
 
카이 레스터:(등허리 언저리며 먼지가 묻은 자리들을 털어내다가 가리키는 곳을 시선으로 따라가면 웃음을 터뜨린다.) 제법 그럴싸하네.
 
루주:그제? 내가 이런 재주는 또 좋그든. (눈꼬리를 둥글게 휘며 어깨를 으쓱한다.)
 
그는 제법 만족스러운 모습입니다.
 
당신의 탈옥 계획에 흥미 없다는 듯 굴어놓고, 어째서 이렇게까지 도와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카이 레스터:(뿌듯해 하는 낯을 빤히 쳐다보다가 마저 작업의 흔적을 정리하고 침대에 앉아 '카이 레스터' 옆에 풀썩 눕는다. 한참 진 빼다 왔더니 역시 힘들다.)
....... 나랑 내기 하나 할래?
 
루주:(그가 눕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2층 침대 위로 올라가 눕는다. 자리를 잡는 듯 한참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이어지는 목소리에 살짝 몸을 일으키는 듯 부스럭거린다.) 어잉?
내기라니. 어떤?
 
카이 레스터:가볍게,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안마 해 주기.
 
루주:와. 몸이 윽시 뻐근하기라두 한갑지?
 
카이 레스터:쭈그려 앉아서 벽만 두드렸더니 좀 쑤신다.
(흡, 힘 주는 소리와 함께 반동으로 상체를 일으키더니 발은 내리지 않고 고개만 쭉 빼서 2 층을 올려다본다.) 어때?
 
루주:으음. (여전히 반쯤 누워있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슬금 고개만 쏙 빼 아래를 내려다본다.) 뭔지 들어는 보자.
 
카이 레스터:(거기까진 생각해 두지 않았던 탓에 몇 초 간 정적이 흐른다.) 팔씨름?
 
루주:…지금 오로지 힘만으로 벽을 뚫은 노마랑 팔씨름을 하란 기가, 내더러?
 
카이 레스터:그러니까 몇 개월이나 걸린 건데, 자신 없나 봐?
 
루주:(눈썹을 까딱한다.) 지금 덤비보잔 긴가?
 
카이 레스터:질 것 같으면 빼도 되고. (어깨를 으쓱이며 됐다는 듯 뒤로 반쯤 눕는다.)
 
루주:(쫄에 1. 넘어간다. 2. 넘어가지 않는다. 1)
허. 까짓 거 함 해보자고. (몸을 움직여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성큼 내려온다.)
 
카이 레스터:(자신이라고 특별히 이길 자신이 있어서 내던진 건 아니었지만, 어쩐지 도발해 버린 상대를 보고 작게 웃으며 책상을 끌어다 방 중앙에 놓는다.) 자, 이리로.
 
루주:(비장한 낯을 하고서 중앙의 책상 곁에 섰다.) 이래놓고 니가 지믄 니만 고생인 그 알제?
 
카이 레스터:이길 거니까 걱정 마. (반대편에서 책상 모서리를 감싸고, 손바닥 펼친 팔꿈치를 윗면에 댄다.)
 
루주:(반대편에 팔꿈치를 대고, 자세를 잡은 채로 펼친 손바닥을 꾹 잡았다.) 맞나. 이깄으믄 좋겠네.
 
카이 레스터:(살이 맞닿고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감돈다.) 하나, 둘........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루주:
근력
기준치: 65/32/13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앗.
 
벽을 뚫으며 너무 힘을 쓴 탓일까요?
 
루주를 이기지 못하고 팔이 휙 넘어가고 맙니다.
 
카이 레스터:아윽. (힘이 어설프게 주어진 팔이 맥 없이 고꾸라지자 아예 틀어지고 나서도 발버둥을 쳐 보다가 책상 위로 축 늘어진다.) 힘 더럽게 좋네.......
 
루주:(킥킥 웃으며 손을 풀어주고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구멍을 살짝 가리고 선다.) 하모. 내가 힘이 그래 좋지 않았으믄 사람을 몇이나 직일 수 있었것나?
 
카이 레스터:(섬짓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엎어진 상태 그대로 미동을 않다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네가 살짝 걸쳐져 있던 자리에 책상을 돌려놓는다.) 아아, 그건 내가 할 말인데.
내기는 내기니까. 해 줄게, 누워 봐.
 
루주:(슬금 몸을 돌려 원위치에 두는 것을 돕고서 눈을 가늘게 뜨더니, 곧 짧게 웃는 소리를 내며 '카이 레스터'의 곁에 풀썩 자리를 잡고 누웠다. 거정을 않는다는 듯.) 어야, 어데 얼마나 잘하나 함 보까?
 
카이 레스터:잘한다고는 안 했어. (침대는, 재소자에게 주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 자세를 잡기 위해 네 허리 양옆으로 무릎을 대고는 몸을 숙인다. 2 층 프레임에 부딪힐 뻔했던 머리를 쓸어넘기고 목에서부터 어깨까지 잡힌 근육에 손을 턱 얹더니 느긋하게 주물러 나간다.)
 
루주:(끙. 엷게 앓는 소리를 내고서 주무르는대로 힘을 풀고 앓는 소리를 낸다.) 으응, 맞나. 아이, 지금 꽤 시원한 것 같은디…. (키들이며 웃는 소리를 내고서 베개를 슬금 끌어와 푹 안는다.)
 
카이 레스터:(지금까지도 쭉 그래 왔으니 새삼스럽지만, 경계가 지나치게 낮다 싶다. 원래 그런 건지. 자연스레 힘이 풀어져 말랑하게 잡히는 살덩이를 꾹꾹 누르다가 척추 따라 두드리기도 하고, 그 끝에서 양쪽 엄지를 몇 번 돌리고 나면 문득 장난기가 돌아 옆구리를 쿡 찔러 본다.)
 
루주:(으윽. 눈가를 찡그린 채로 눈을 질끈 감고서 근육이 풀리는 걸 마냥 기다리고 있다, 옆구리를 쿡 찌름에 화들짝 놀라 벌떡 몸을 일으키며 반사적으로 상체를 퍽 민다.)
(저도 놀라서 눈 둥그렇게 뜨고 눈썹을 늘어뜨린다.) 미안타. 내도 놀라가~
 
카이 레스터:컥. (아래에 깔려 있던 몸이 들썩이면서 낮은 천장에 뒤통수를 제대로 찧었다. 침대 한쪽에 구겨진 채로 얼얼한 머리를 문지르며 눈을 꾹 감았다가 뜬다.) 이야, 이렇게 요란하게 반응할 줄 알았으면 얌전히 안마나 마저 하는 건데. 혹 나는 거 아닌가 몰라.
 
루주:(아이고. 쿵, 박는 소리가 제대로다. 너무 세게 밀었나, 아니면 반응이 거셌던 건가. 드물게 당황한 표정을 짓다, 곧 손을 뻗어 뒤통수를 슥슥 쓸어주었다.) 니가 키가 커가 더 지대로 찧었는갑네. 그르게~ 니가 이런 장난을 칠 줄 알었으믄 쪼매 더 경계허구 있을걸 그랬제~?
 
카이 레스터:(순간 통증이 사라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누군가 머리를 쓰다듬을 일이 없어서 그런지, 그걸 네게서 예상하진 못해서 그런지. 눈만 깜박이며 얌전히 손길을 받다가 얼마 남지 않은 침대의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드러눕는다.) 어쨌든 안마 끝.
넌, 그래. 좀 지나치게 무방비하긴 하다.
 
루주:근육 제대로 안 풀렸는디? (장난처럼 그런 걸 읊으며 고개를 기울이다, 눕기 편하게끔 침대 밖으로 몸을 빼 완전히 나선다. 2층으로 오르기 위해 손잡이를 잡고서 몸을 올리다 문득, 길게 침음하는 소리를 내더니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맞나.
니한테만 글타. 아까 식당서 만만치 않단 그 알았다이가.
 
카이 레스터:그건 확실히....... (아직 입가에 잘 붙어 있는 밴드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가, 미묘한 기분을 느끼며 일어선 너를 따라 시선을 올린다. 싫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당연한 질문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도대체.) 왜?
 
루주:음~ (금방이라도 답을 해줄 것처럼 입을 열었다가, 씩 웃으며 입을 닫고 통, 통 소리를 내며 사다리를 올랐다.) 같이 지내다보믄 알게 될 기다.
 
카이 레스터:뭐야, 싱겁긴. (위쪽의 소리들을 들으며 이불을 턱끝까지 끌어올린다. 같이 지내다 보면 알게 될 거라니, 더 감이 잡히질 않아서. 그렇게 한참, 낮은 허공을 쳐다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긴다.)
 
당신은 멍하니 생각에 잠깁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탈옥 이후에 무엇을 할지, 생각은 해뒀나요, 카이?
 
카이 레스터:(아직 아는 것이 얼마 없는 그에 대해서는, 한참을 고민해 봐도 생각이 도돌이표다. 그러다 문득 시야가 완전히 검어지고 사고가 자유분방하게 튀면, 철창 바깥의 사회가 어땠더라, 그려 보고 있었나. 누명 벗는 것을 포기한 이상 해외로 뜨는 것이 나을 테다. 날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서. 바텐더 일을 배워 보고도 싶었고, 바이크 타고 달리면 풍경이 예쁠 곳으로 찾을 테다. 평범하게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 깜찍한 두 까망이들이 기다려 주는 일상. 그리고 그렇게 지낼 때 즈음이면 너는.......)
 
그렇게 지낼 떄 즈음이면 그는, 아마 이미 죽은 채겠지요.
 
사형수니 당연한 말입니다만.
 
당신은 그러한 것을 떠올리다, 점차 잠에 빠져듭니다.
 
부지런히, 움직일 수 밖에 없겠어요.
 
적어도 지금 당장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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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