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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스카이우스
스카이우스?

 

 
 
 
 
 
 
 
스카이우스:(끔뻑, 끔뻑 눈을 감았다 뜨지만 내가 느낀 것이 진짜 감각인지는 모르겠다. 천천히 수복되는 시야로 아래편을 바라보면 주먹을 쥐었다 풀어내는 내 손을 보고 현실감을 되찾았다. 어떤 말이 달리 없이 상체를 번뜩 일으켜고 근처에 툭 침을 뱉어 입 안에 있는 모래를 뱉어냈다.)
 
빌어먹을…….
 
 
스카이우스:(벙찐 얼굴을 짓고는 거대한 건물의 풍채에 몇 초 정도 압도당했다. 킁, 으음, 콧소리를 내 목을 가다듬은 뒤 몸을 완전히 일으켜 보았다.) 신기하네, 이거. (조난을 당해서, 우연히, 이곳에? 마치 짜인 것 같잖냐. 그럼…… 들어가 주어야 하지 않으려나. 입가를 손바닥으로 꾹 쓸어내려 정돈하고 저택을 다시 한 번 올려다보았다. 외관을 더 자세히 살펴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있을까?)
 
 
스카이우스:
 
 
70
이성(SAN)60 30 12
실패
 
 
스카이우스:(약하게 현기증이 이는 이마를 머리칼 아래쪽으로 밀어넣은 손바닥의 둔덕으로 밀어 눌렀다.)
 
 
스카이우스:(매우 당황스럽다. 그러니까 오히려 끌린달까?) ……하하. 꼭 부르는 것 같네? (그래도 나도 최선은 다 해 봐야지. 성급히 다가가진 않고 멀리서 저택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사람이 있진 않은지, 담의 높이는 어느 정도인지, 드나들 수 있는 문은 몇 갠지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그런데 이거 다 도는 데만 해도 반나절인 거 아니냐? 물이라도 마시고 싶은데……. 한숨이 다 나오고, 표정이 절로 일그러졌다.) 휴우.
 
 
스카이우스:(하늘과 가까운 저택의 지붕 꼭지를 보며 턱을 매만졌다. 담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체감상 높이가 비슷하다. 아득히 정신이 멀어질 것 같은 이 불볕에선 더 그렇다. 미친, 그때 내 착장이 어떤지 떠올렸다. 검은 셔츠라니…… 전혀 모래바닥을 종단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그나저나……)
 
 
스카이우스:
 
 
43
듣기50 25 10
성공
 
 
스카이우스:(말발굽 소리……? 이렇게 또렷하게 들리는 거면 뒤편이 아니라 저택 안쪽인가? 급하게 담에 몸을 부대껴 몸을 숨겼다.)
 
 
 
13
지능80 40 16
극단적 성공
 
 
스카이우스:
 
 
58
이성59 29 11
성공
 
 
스카이우스:(……하늘? 더위를 처먹었나. 헛것을 듣나.) 하하. 드디어 미친 건가. (원래 미친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나저나 어떻게 할지 감도 안 오네. 일단 들어가봐야……) 끄아아앗!!!
 
(오소소 소름이 돋아 어깨를 바짝 든 상태로 기척이 느껴진 방향을 돌아봤다.)
 
 
 
???:왜 여기까지 나와 계세요?
 
주인님의 영혼이 돌아오려면 한참 멀었어요.
 
 
스카이우스:뭐, 뭔 개소리야……! (느끼는 마음을 여과없이 말했다. 그것의 모습을 보고 있자 하면 자연스럽게 미간이 좁혀들었다. 담이 가려 주어도 뜨거운 태양의 열기, 건조한 모래 바람조차 왠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익숙해야 할 터였는데. 저택의 ‘등장’, 알 수 없는 존재. 어색하게만 느껴지는데, 뭐지……. 설마 꿈인가? 내 얼굴을 철썩 때려 보았다.) 아. (소리가 무심코 나왔다.)
 
(……아픈가?)
 
 
스카이우스:(……꿈이 아니다.)
 
 
 
튀징그:괜찮으세요?
 
 
스카이우스:(다시 고개를 들어 기괴하게 생긴 형체를 바라보며 저택을 당당하게 손가락으로 척 가리켰다.) 너, 여기 주인이냐?
 
 
스카이우스:
 
 
71
이성58 29 11
실패
 
2
 
 
 
튀징그:주인님의 영혼을 찾으시는 건가요?
 
 
스카이우스:(보고 있으면 헛구역질까지 나올 것 같은 쌍판이다. 이런 게 저기 주인이면 별로 도움 안 받고 싶다. 일단 사람 말을 할 줄 아는 거 같으니까…… 궁금한 것 정돈 물어봐도 괜찮겠지. 건조해 목도 축여지지 않는데 입맛을 다시고 다시 목소리를 냈다. 호기심은 스카이우스를 죽인다. 종종 있던 일이었다.) 주인님? 네가 주인장이 아니냐? ……영혼은 또 무슨 말이야?
 
 
 
튀징그:더위를 먹으셨나 보네요. 주인님의 영혼은 아직 돌아오시려면 한참이에요.
 
어디 다치진 않으셨나요?
 
사막에 나와 계시지 말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세요.
 
막 딴 석류를 준비해 두었어요.
 
 
스카이우스:하아? 난 목적지가 있고 지금 조난 당한 상태라고! 집이 있겠냐! (그러고 보니까 청엔 왜 가고 있었지. 뭔가 떠오르는 것이 드문드문하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덮어 앞머리를 손바닥으로 거칠게 쓸어내리는가 하면,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일그러진 낯을 지었다.) ……그으으, 당신, 나 알아?
 
 
 
튀징그:당신의 영혼을 모를 리가요.
 
역시 상태가.......
 
어서 들어가시는 게 좋겠어요.
 
 
스카이우스:(미간을 퍽 찌푸렸다. 그리고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고 내달렸다. 분명 달릴 만한 상태는 아닐 텐데도. 착실하게 조롱까지 하면서 달렸다.) 너 같으면 들어가겠냐! 멍청아!
 
(얼마 안 가 철퍽, 모래 위에 고개를 묻었다. 역시 무리구나…….)
 
 
 
튀징그:에휴.......
 
 
 
튀징그:이곳은 위험해요.
 
 
그리곤,
 
 
 
 
스카이우스:미친…… 뭐가 저렇게 많아? (몸이 붕 들렸다. 실시간으로 구경하면서 들려 갔다.)
 
 
스카이우스:그래서 느그 주인님은 날 이렇게 모셔 오라대? 이거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어이 없고 현실감도 없으니 그냥 즐기기로 했다. 정원을 보았을 땐 솔직히 놀랐다. 테라포밍……? 그리고 직감했다. 내 생각에 이곳은 인간 따위가 드나드는 영역은 아니라고. 아까부터 나가고 싶었지만, 어디든 들러서 몸 상태를 정돈해야 하는 건 사실이었다. 그냥 빈정거리기나 하기로 했다.)
 
 
 
튀징그:이곳이 계실 곳인걸요.
 
더위를 많이 먹으신 듯하니 우선 푹 쉬세요.
 
 
스카이우스:어, 아니. 아직……! (묻고 싶은 건 많은데. 스스로 돌아보아야 하나. 이런 불친절한…… 날 내려 준 곳은 어디지? 풍경을 살폈다.)
 
 
스카이우스:(시뻘개라. 그러고 보니, 아까 석류라고 했나. 난 물이 필요한데…… 아직 느끼기로서니 정신이 오락가락하지 않는 걸 보니 살 만은 한가 싶었다. 괜히 눈가를 비비적거리고 눈꺼풀을 끔뻑, 끔뻑. 등 안을 무심코 바라봤다. 무슨 모양이지?)
 
 
스카이우스:(무언가 신경 쓰이는 것들이 있었다. 벽 앞에 다가가 양각의 조형을 살펴보기로 했다. ……무엇이 새겨져 있지?)
 
 
스카이우스:(머릿속에 점등하던 전구가 탁 깨지고 물음표가 떴다.)
 
 
 
1
이성56 28 11
대성공
 
 
스카이우스:(그냥 물음표만 떴을 뿐…… 특별히 놀란 건 없었다. 그러니까, 유럽에도 이런 게 있었지……? 따위의 말도 안 되는 생각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헛기침을 하고는 손으로 건드려 보지는 않고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아까 신경 쓰이던 건물 쪽에 가 보고 싶었다.)
 
 
스카이우스:(불교…… 곰곰이 떠올리며 걸어갔다.)
 
 
스카이우스:(일순 고개를 돌리고 일그러진 낯으로 벽을 재차 바라보았다.)
 
 
 
39
이성56 28 11
성공
 
 
스카이우스:(솔직히, 조금 소심해졌다. 몸을 수그리고 주변을 살피며 길을 따라 들어갔다.)
 
 
 
튀징그:어머, 후조방에 계시지 않았어요? 언제 나가신 거예요?
 
나가는 기척을 맡은 기억이 없는데.......
 
 
스카이우스:뭐…… 뭐얏! (오이 본 고양이처럼 튀어올라서 벽에 순식간에 붙었다.)
 
(의미심장한 말을 늘어놓는 게 여간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었다. 쩝, 입맛을 다시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올려다봤다.) 방금 나왔다. 목 마르거든. (손님을 이렇게 둬도 괜찮은 거야? 시시콜콜 투정 늘어놓듯 볼멘소리를 덧붙였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똑같이 생겨서는, 심지어 목소리도 다 똑같은 거 같았다. 뭐야? 주인이란 놈은 취향이 왜 이래.)
 
 
 
튀징그:물이라도 드릴까요?
 
안쪽에 갓 따온 석류를 준비해 두었어요.
 
 
스카이우스:……석류? (또 그 소리였다. 석류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오돌토돌 시뻘겋고 아주 먹음직스러운 자태가 떠오르는, 목구멍이 바짝 말랐는데도 침이 고이는 듯한 착각이 드는 단어였다. 하지만 아무거나 받아 먹을 순 없지. 나는 아직 엄연히 경계 중이라고. 흥, 콧김을 내뿜고 양쪽 팔을 끌어안아 팔짱을 끼웠다.) 목마른 게 우선이니까 물이 좋겠어.
 
 
 
튀징그:그럼 이리로.
 
 
스카이우스:(흰 괴물을 따라 졸졸 따라갔다.)
 
 
 
 
스카이우스:(이곳에 문이? 제법 놀란 눈을 하고 눈썹을 들썩였다. 주위를 동그랗게 뜬 눈으로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따라가다가도 잠시 멈추어서서 연못 안을 들여다본 것도 같았다. 이 건조한 곳에 물을 잘도 보존해 뒀네. 안에 무언가 살고 있는 생물이라도 있을까.)
 
 
스카이우스:(잠시 후 고개를 들고 정신을 차렸다. 나도 모르게 무심코 시선을 뺏긴 듯했다. 날 인도하던 존재를 다시 따라갔다. 여긴 정말…… 무엇 하나 현실 같지 않은 공간이구나.)
 
 
스카이우스:
 
 
19
정신60 30 12
어려운 성공
 
 
스카이우스:(결국 이곳까지 온 이유가 석류 때문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내려다보았다. 이렇게까지 내어 주는 건데 한 움큼 정돈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분명히, 저 탐스러운 것은 입 안에 들어가면 과즙을 내며 목을 적실 것이다. 그런, 지독하게 인간적인 충동만이 나를 지배했다. 그만큼 들이켜고 싶었다. 그러나…… 먹지 않아도 괜찮은 일이겠지.) 정말 여기가 내 집인가……. (사실 청에 가고 있던 것은 다 스스로 속인 구라였고, 여기가 진짜 내 집이라고 하면, 나는 모든 것을 부정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석류가 놓인 테이블 앞에 스르르 내려앉아 쭈그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또 한 번 절로 한숨이 다 나왔다.) 하아…….
 
 
스카이우스:이게 뭔 일이냐……. (개 같네. 스스로 머리를 헝클이고선 한 차례 뒤로 넘겼다. 지옥을 관장하는 신을 따르는 크리쳐들의 저택이라도 되는 거냐고. 저 하얀 괴물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좋으니 나타나서, 정답이 아니라도 좋으니 우유부단한 내게 무언가 강경책을 내밀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게 차라리 나을지도. 있지도 않은 신이라도 찾고 싶은 기분이었다.)
 
 
스카이우스:(그러나 이번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뭐가 어떠냐? 슬쩍 든 시선에 종이를 발견하고 몸을 확 일으켜는 순간…… 쾅! 머리를 박았다. 조금 더 뒤로 물러나 있는 건데……) 아야야……. (정수리를 벅벅 비비다가 종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저런.
 
 
스카이우스:아까 그것이 후조궁…… 이라고 했지? (정신 차리자. 나는 제대로 잘못 걸린 게 분명하다. 크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당한 것이 납치라도 되는 것처럼 전신에 긴장감이 돌았다. 검지로 종이 위를 짚어가며 톡톡 종이 위를 건드렸다. 어느새 석류는 뒷전이고 박았던 머리나 뭉근하게 문질렀다.) 여긴 정방…….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는 어디어디 있는지, 이곳에서 어떻게 향해야 하는지 등을 자세히 살펴 두었다. 아까 그 긴 건물 끝은 어디로 향하는 길인지도.)
 
 
스카이우스:(다른 게 있네? 약도의 뒷면을 팔랑팔랑 들추다가, 자세를 고치면서 다음 페이지처럼 놓여 있는 아래 종이를 살펴보았다.)
 
 
스카이우스:
 
 
67
관찰력45 22 9
실패
 
이게 뭐여.
 
 
스카이우스:(여긴 온 적도 없으니 본 적도 없겠지만 슬쩍 본 필체를 기억해 두기로 했다. X자, 이디스…… 별로 긍정적인 울림은 아니구먼. 누구지? 장을 다시 팔락 뒤집어, 지도만 눈으로 재차 스캔한 뒤에 톡 내려놓고선 어깨를 으쓱였다. 대문으로 나갈 방법은 없겠네.)
 
 
스카이우스:(주위를 슬쩍 둘러봤다. 앉을 만한 자리는 없나?)
 
 
스카이우스:이럴 때일수록 쉬어가야 한다고…… (하아, 이제서야 다시 자각했지만 몸이 찌뿌둥하다. 여기저기 관절마다 모래가 버석버석 끼인 듯한 기분에…… 어깨도 결리고…… 목도 뻐근해. 양팔을 교차해 쭉 밀어 들어 고장 난 듯한 허리를 길게 뻗었다. 의자에 앉기 전에, 가장 먼저 그림이 시야에 들어왔다.)
 
 
스카이우스:(저 그림은 움직이지 않던가?)
 
 
스카이우스:(다가서면서 자세히 살펴보다가 바로 아래 놓인 작은 테이블을 살폈다.)
 
 
스카이우스:(조각상? 그 전에 책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없는지 둘러보았다.)
 
 
스카이우스:(표지의 생김새나 제목을 살펴 보았다.)
 
 
스카이우스:(노트인가…… 함부로 살펴 봐도 괜찮은가? 하지만 이미 손은 펼치고 있었다.)
 
 
스카이우스:(필체는 특별히 대조해 보지 않아도 아까 ‘이디스’라는 글자와 이곳에 적힌 같은 글자가 동일할 것이라 은연중에 직감했다. 책을 눈에 꾹꾹 눌러담아가며 활자를 읽었다. 석류는 무엇이며, 내 이름을 적은 이 지독한 사랑 편지는 무엇인지……. 미친놈처럼 피식 웃음이 터졌다.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세상에 또라이가 나만 있는 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주인장 되시는 분이겠구먼. (거북하지가 않지. 이 애틋함의 근원지를 찾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조용히 서책을 덮었다.)
 
 
스카이우스:(생각이 많아지면, 아까 석류가 놓여 있던 테이블 앞에 있던 것 중 가까운 의자 앞에 앉았다. 등받이에 푹 기대서는 낯짝을 온통 쓸어내렸다.) 어렵네, 이것 참.
 
 
스카이우스:(여기서 조금만 쉬고 가자. 그러면서 눈을 잠시 감았는데 느껴지는 기척에 그것을 살폈다. 종이? 허리를 수그려 들어올렸다.)
 
 
스카이우스:
 
 
5
지능80 40 16
극단적 성공
 
 
스카이우스:(문장 외에도 특별히 눈에 띄는 표기는 없는지 확인해 보았다. 바람에 휘날리는 종이의 재질로 보아서는 가벼운 모조지인 모양이고…… 뒤집었다 다시 돌려 종이를 빤히 내려다보며 눈을 끔뻑였다.)
 
 
스카이우스:(그렇다면 이곳의 주인장이겠지. 괴물들이 숭배할 정도라면 인간이 아니라는 쪽에 조금 더 유력한 가설을 두게 되었다. 조금 신경 쓰이는구먼. 냄새를 맡는다고 했나. 이대로라면 몰래 나가는 것은 절대 용납이 안 되는 일이겠다. 잠시 산책을 다녀오겠다,라고 말이라도 하고 하얀 괴물 중 하나를 꼬드긴다면 어떨까. 만일 이 쪽지에 적힌 ‘당신’이란 작자가 아끼는 게 나라면 적어도 날 함부로 대하진 않을 테다. 좋아, 그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석류에는 어쩐지 시선을 주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할 것도 없으니…… 몸이라도 움직여야겠다. 목은 여전히 침을 넘기기 버거울 정도로 갑갑하지만.)
 
(저쪽 길로 향하면 서이방…… 이라고 했나. 드문드문 기억에서 약도의 기억을 더듬으며 그쪽 방향으로 향했다.)
 
 
 
 
 
???:……. 뭐지?
 
 
스카이우스:헉! (놀라 소스라쳐 어깨를 퍼드득 떨었다. 소름이 돋으려고 하는 뒷목을 잡은 손을 겹쳐 잡아 떼어내려 하면서 뒤로 돌았다.) ……미친! 이 동네 사람들은 왜 다 뒤에서 나타나는 건데!
 
아, 아까 그건 사람이 아니었네……. 어쨌든, 누구? (어쨌거나 저쨌거나, 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흰 괴물이라기엔 하대하는 듯한 말투였는데.)
 
 
테오:넌, ……. (얼굴을 확인하곤 눈을 둥그렇게 떴다가, 이내 푸스스 웃음을 터뜨린다. 무심코 한 행동이었는지 금방 웃음기를 적당히 덜어냈으나 뒷덜미를 쥐었던 손을 놓아 주곤 그것을 들어 입가를 가린다.)
 
이곳의 주인이지.
 
네가 누구인지는 내가 먼저 물었다만.
 
 
스카이우스:(미간을 퍽 찌푸린 얼굴로 상대를 응시했다. 완전 처음 보는 사람인데…… 뭐, 왜, 잘생겼네? 상당한 미인이다. 고요하고, 잔잔하고, 정적이라…… 고인 연못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이 자유로워지면 어깨를 들썩여 옷매무새를 정돈하곤 똑바로 마주 섰다.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던가? 그 말이 어쩐지 턱 아래까지 차올랐는데 가시로 박힌 것처럼 잘 나오지 않았다.) 잘 만났네. 나 여기 끌려 들어온 사람이야.
 
가던 길이 있어서 나가고 싶거든?
 
주인장이 저 놈들 좀 어떻게 해 줘. 하얀 것들.
 
 
테오:(신기한 것을 관찰하듯 허리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 하고 이리저리 들여다보는 행색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듯하다. 입매를 문지르며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더니, 눈꼬리를 곱게 휘어 낸다.)
 
그건 좀 곤란한데.
 
그리도 이곳이 싫나?
 
(그러더니 눈을 가만히 마주보고 한참을 있었던가. 일순 애틋하게도 보이는 기색이 스쳐 지나간다.) 어여쁜 눈을 가졌군.
 
 
스카이우스:뭐, 왜 이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면 시선을 이리저리 굴렸다, 물러서자니 뒤에 문짝이 있고……. 예쁜 눈을 가졌다는 말엔, 최대한 물러날 수 있는 만큼 물러나 버렸다. 어찌 해 줄 수 없다는 듯한 태도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럼 이유라도 묻자. 내가 여기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뭔데?
 
 
테오:(구태여 자신이 옥죄지 않아도 달아날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지, 물러서는 것을 막아서거나 몰아세우지 않는다.) 환생이라 해도 이렇게 닮았을 줄은……. (혼자 중얼거리기나 하고 나서야 질문에 반응한다.)
 
내게 너를 보내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
 
 
스카이우스:나 가야 한다니까? 말이 안 통하네. (허, 나 참. 말간 탄식이 뒤따랐다. 답답함에 손을 들어 뒷머리를 헤집고 그르릉대는 소리를 뱉었다. 나지막하게 다음 말을 중얼거렸다. 안달복달한 마음을 감추고 최대한 신경을 긁지 않기 위해 노력한 말이었다.) ……어떻게 하면 보내 줄 건데?
 
그리고…… 환생은 무슨 말이야.
 
 
테오:환생?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재차 눈매가 휘어지며 시치미를 떼는 손길은 헝클어진 분홍빛 머리카락 위로 향해 그것을 부드럽게 빗어 내듯 정돈한다.) 이곳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
 
좋아해 줬으면 했는데……. 취향이 아니었던 모양이군.
 
전부 허물고 새로 짓는 것도 나쁘지 않지.
 
 
스카이우스:……비밀로 할 거면 처음부터 속으로 생각하던가. (부루퉁하게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이 어쩐지 편안해서 가만히 있었다가도 정신을 퍼드득 차리고 손을 잡아 쭉 밀어냈다. 흥, 콧김을 뿜고 뻔뻔하게 올려다봤다. 정황상으로 미뤄 보아 이 녀석이 이 방의 주인이고 저 서책의 필자렷다. 내가 생각한 또라이가 여기에 또 있는데 재미 못 볼 것도 없다 싶었다.) 뭐, 언제 봤다고 취향 운운이람. ……좋아, 당장 뛰쳐 나가겠단 소린 안 할 테니까. 저, 물이라도 한 잔 줘. 아까부터 되게 힘들었거든. (말끝엔 헛기침을 도로 했다.)
 
 
테오:(손을 밀어내면 눈썹을 축 늘어뜨리는 듯하더니 금세 맞닿은 것을 엮어 건조하게 거칠어진 손등을 살살 쓸어 낸다. 잇따라 툴툴거린 요구에는 그대로 끌어올려 뺨에 문대려던 동작이, 아차 싶었는지 멈칫한다.) 물이라면 저쪽에…….
 
(테이블 위로 향한 시선이 도로 거두어진다.) 없군.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인 후에는 잡은 손을 놓고 뒤돌아서서 허공을 휘젓는 모양새를 취했다가, 어디서 가져온 건지 맑은 물이 담긴 찻잔을 손에 쥐여 준다.)
 
더 바라는 건 없고?
 
 
스카이우스:(손이 질척하게 엮여 옴에 등골에 소름이 확 끼쳐 나도 모르게 숨을 확 들이켜고 말았다. 여기에서 성을 내면 외려 지는 거다. 쓸데없는 승부욕으로 억울해진 표정을 짓고는 입술을 꾹 앙다물었다. 그리고 눈 앞에서 벌어진 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디서 난 거야? (받아서 확인해 보면 물이 맞다. 그것도 시원한 거…… 아니, 지금 마신다면 과장을 보태 방금 끓인 물도 시원하게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꼴깍꼴깍 전부 들이켜고 나서야 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어디서 났냐는 질문은 대답을 바라고 물은 것은 아니었으니 감탄사에 가까웠다.) 바라는 거? (맘 같아선 다시 나가겠다며 공연히 심술이라도 부리고 싶었지만 기색을 보니 딱히 내보내 줄 생각이 없는 듯해 일찍이 포기했다. 지금으로서 더 바라는 거라면……) 뭐, 글쎄. ……말동무라도 해 줄래?
 
 
테오:(여전히 보내 주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불만이 많다 얼굴에 쓰여 있는데도 입밖으로 내지 않는 것이 퍽 귀여워 고개를 기울였다가 먼저 동이방 쪽의 의자를 차지하고 앉는다. 움직이며 함께 흔들린 귓가의 보석들이 서로 부딪히며 청량하게 자그락거린다.) 마음에 드는 대답을 해 주기도 하는구나.
 
나 역시 네 이야기를 좀 더 들어 보고 싶던 참이니.
 
(맞은편에 앉으라는 듯 테이블에 턱을 괴고 기대어 있다가 잠시 입을 달싹인다.) 책은, 지금도 좋아해?
 
 
스카이우스:남이사 맘에 들든 말든. (말과는 달리 눈치를 살살 살피다가 맞은편 자리의 의자를 차지했다. 앉자마자 팔짱을 끼워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기대 몸을 지탱한 채로 그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어지는 목소리를 들으면 제법 커진 눈으로 번쩍 눈썹을 들썩였다. 그걸 어떻게 알아?라고 물어도, 저 은은한 미소만 돌아올 것 같달까. 되묻기보단 대답을 하자고 결심했다.) 책이라. 좋아해.
 
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지식에 목말라서 매번 서고에서 몰래 책을 빼 가는 걸 동네 어른들한테 들키고는 했었지. (자세를 미묘하게 고치며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 방으로 미루어보아 그의 관심사는 단 하나뿐인 것 같았다.) 너는……
 
누굴 그렇게 찾고 있는 거냐?
 
(찾는다는 건, 두 명의 사람이었지. 어느 쪽이든 궁금한 건 매한가지였다. 대답이 돌아오기 전……)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바, 방 훔쳐보는 나쁜 취미가 있는 건 아냐. 나도 나가야 하니까 주변을 둘러보던 중에…… (아, 이미 다 들켰을 것 같긴 하지만. 쩝, 입맛을 다시고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말을 얼버무렸다.)
 
 
테오:(종알거리는 것을 빤히 눈에 담던 은은한 낯에 미세한 균열이 인 것은, 분명 질문이 던져진 직후였으리라. 슬피 우는 눈도 아닌, 분에 가득 찬 눈도 아닌, 되려 그 모든 것이 세월 위에 켜켜이 쌓이고 쌓여 톡 건드리면 바람에 흩어질 듯한 눈을 했던가. 앞에 앉은 이를 보면서도 그 너머에 시선을 두었다가 눈웃음을 짓는다.) 그런 것 치고는 꽤나 꼼꼼히 훔쳐본 것 같은데.
 
너를 찾고 있었어. (반응이 궁금하다는 양 가볍게 대답을 하고는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놓여진 손 위로 겹친다.) 그래도 가고 싶어?
 
 
스카이우스:(꼭 발뺌하는 것처럼 시선을 이리저리 굴렸다. 살갗이 닿았을 땐 화들짝 놀랐으나 손은 한 템포 느리게 빼냈다. 일면식조차 없는 상대에게 이러는 건 조금 곤란하지 않나. 그것도 인간이 아닌 존재 같은데…… 그런데 뭐랄까, 거북하진 않았다. 딱 피하지 않을 정도. 그 정도의 감상이었다. 이게 현실 맞나? 아까 뺨을 때려 봤을 땐 안타깝게도 꿈이 아니었다.) 그, 그게 무슨. 저기. 우리 오늘 처음 보거든? 날 찾고 있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테오:아, 그래. 그랬었지.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안 했군.
 
(작게 소리 내어 웃더니 뻗었던 팔을 거두고 자신을 지칭하듯 가슴 위에 손을 살짝 대었다 내린다.) 테오라고 불러. 주인장이라는 호칭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말이야.
 
 
……. 그때입니다.
 
 
테오:왜 그러지?
 
 
스카이우스:(눈을 홉뜬 채 치렁치렁한 그의 장신구와 눈을 갈마보며 눈치를 살살 살피고 있었는데,) ……어어? (홱 몸이 한 쪽으로 기울어졌다. 절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세상에 넘어지고 싶어서 넘어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테오:스카이, 스카이우스! 정신 차려. 너마저 잃을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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