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좋은 아침, 스카이.
 
 
스카이우스:으음… (뒤척이다가 인기척에 눈을 번쩍 떴다. 누군지 확인하고서야 놀란 숨을 가라앉혔다.) 너였냐…? 좋은 아침. (애초에 이 녀석은 잠도 안 자는 거 아닌가? 하지만 덕분에 아침잠에 취하지 않고 번쩍 깨어난 건 확실히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난 곧 팔꿈치로 몸을 지탱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왠지 일상적인 대화가 어색했다.) …그, 뭐. 아직 안 바쁠 시간인가 봐?
 
 
테오:보고 싶어 목이 다 빠지는 줄 알았어. 누구 덕에 한숨도 자지를 못했더니. (마치 평소에는 잔다는 양 너스레를 떤다. 시간을 죽이고 싶을 때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법은 으레 있었지만, 결코 제대로 잠에 들지는 못한다. 어젯밤은 그조차도 하지 못해 튀징그들도 물려 놓고 달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더라지.)
 
네가 깨어 있는데 바쁜 일이 남아 있을 리가. (싱긋 웃으며 옆에 곱게 개어 두었던 옷 한 벌을 가져와 그에게 대 본다.) 역시 잘 어울리는구나.
 
 
스카이우스:(윽, 닭살. 미간을 찌푸리고 불퉁하게 대답했다.) 해 뜨자마자 낯간지러운 소리들만 하고 있네. (그래도 싫, 진 않나? 자신을 의심하는 표정이었다. 눈알을 데구루루 굴리다가 몸에 대어진 옷깃을 손바닥으로 덮었다.)
 
…뭔데. 이거 여기 있던 옷 아니냐? (옷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다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테오:자는 동안에는 들어 줄 귀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 (마냥 만족스러워 보이는 낯으로 소매를 끌어 그의 팔에 걸어도 보고, 자는 중에 헝클어진 머리를 손끝 세워 정돈해 준다.)
 
어때, 마음에 들어?
 
본래 네게 주려고 지어 두었던 옷이야.
 
 
스카이우스:아니, 이 자유분방한 손 좀 어떻게 해 봐. (인형이 사람 손에 놀려지듯 이곳저곳 간지러운 손길이 닿았다. 물론 나는 이런 행동을 곧이곧대로 받아 주는 사람은 아니다. 입꼬리는 들썩였으나 손은 뻗지 않은 걸 누군가 칭찬이라도 해 주어야 할 텐데!) 어, 예쁘긴 한데… (주인이 있을 거 아니야?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했지만 몸 이곳저곳에 재단하는 걸 보면 아마 내가 입어 주길 바라는 거겠지.)
 
(내게 주려고 했단 말에 홉뜬 눈으로 올려다보면서 직후 하려던 말을 바꾸었다.)
 
입을까?
 
 
테오:(이미 매 순간 집중하면서까지 참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는 할까. 노을빛 홍채가 반투명한 속눈썹 뒤로 완전히 숨겨져 버릴 듯, 눈웃음을 지었다가 옷 입을 자리를 내어 주는 것인지 침상 끝쪽으로 몸을 물린다.) 어서.
 
아, 혹시. (검은 셔츠에 감긴 팔목을 손바닥으로 받쳐 부드럽게 쥔다.) 입혀 주기를 기다리는 건가.
 
 
스카이우스:…미친, 기다리는 거겠냐? (엉덩이와 발로 몸을 밀어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구시렁대면서 이불을 완전히 들추어 침상 모서리로 폭삭 접어 둔 후에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렸다. 어어, 왠지 셔츠 벗으니까 쌀쌀한 거 같은데. 완전히 드러나서 떨리는 어깨 때문에 이를 악물고 무릎에 쌓인 옷더미를 뒤져 옷 입는 방법을 찾아냈다.)
 
 
테오:(쿡쿡거리기를 몇 번, 다리를 꼬아 올린 위로 팔꿈치를 지탱해 턱을 괸다. 자칫 손 한번 잘못 뻗었다가 문밖으로 밀려나기는 싫었으니 제 딴에는 얌전히. 톡, 톡. 단추가 구멍에서 빠져나올 때마다 흰 살갗이 드러나 태양열을 받은 곳과의 경계선이 도드라진다. 몸을 어색한 원단 안에 넣으려 팔이라도 들면 비죽 튀어나오는 어깨죽지, 두텁지 않게 붙은 근육 아래서 뼈마디가 구를 때마다 울렁이는 피부, 목덜미 위에서 넘실거리는 연하고 붉은 머리칼. 그 모든 것을 눈에 가득 담으며 착용을 마치기를 기다린다.)
 
 
스카이우스:(화려하긴 엄청 화려하네. 막 산 것을 쓰기 아까워 하는 표정으로 옷을 빤히 보다가, 천 아래에 숨어들듯 홀라당 팔뚝을 끼운 다음 옷깃을 여몄다. 무슨 시선이 이렇게 진득한지. 바라보고 있지 않아도 어디에 눈길이 와 닿는지 피부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왜 그렇게 뚫어져라 봐?!
 
(양손으로 각각 옷깃을 잡은 채 몸을 돌리며 말했다.)
 
 
테오:이리 어여쁜 것이 내 앞에서 춤을 추는데 어찌 눈을 돌려. (시선이 맞닿자 그대로 지긋이 바라보다가 무릎 한 쪽을 침대 위에 올린다. 충동에 떠밀려 성급히 행동하다가는 일을 그르칠 뿐이다. 그리곤 모아 두었을 뿐 아직 풀어헤쳐진 옷깃의 매듭을 아래서부터 하나씩 느릿하게 끼워 나간다.)
 
처음 입는 것일 텐데, 옷이 불편하진 않고?
 
 
스카이우스:쳇. (시선을 돌렸더니 얼굴이 뜨거워졌다. 네가 그렇게 좋아한다면 나도 기쁠지도, 아주 조금은… 맙소사, 내가 무슨 생각을? 미친 거 아냐? 부끄러워 하다니? 머릿속에 늘어나기만 하는 물음표를 말 대신 킁 콧김으로 내뿜었다. 정작 목소리는 차분했다.) …안 입어 주면 서운해 할 거라고 너, 얼굴에 쓰여 있거든? 못 본 척 넘어갈 무심한 사람은 아냐.
 
 
테오:(발갛게 달아 있는 뺨을 깨물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을까. 그리 상념을 곱씹던 중 눈썹이 들썩인다.) 내 기분을 고려했을 줄은……. (중얼이며 마지막 매듭을 고리에 톡 맞춰 넣는다. 원래대로라면 뱃속에서만 몽실거려야 했을 감각이 살갗에 번져 간질거린다. 멍하니 힘이 풀려 있던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몸을 일으켜 오른손을 뻗는다.) 자, 갈까.
 
 
스카이우스:(옷이 그렇게 화려했으니 아마 지금 나는 제법 눈에 띄는 착장이겠지. 그의 손이 내 옷가지를 정돈하더니 곧 눈 앞에 내밀어졌다. 잘 뻗어 단단한 손마디를 살며시 잡았다. 솔직히 이런 넓은 집이면 몇 시간을 산책해도 다 못 걸을 텐데. 그를 따라 몸을 일으켰고, 손을 놓지 않은 채 물었다.) 어디 가려고?
 
 
테오:(길게 뻗은 손가락들이 얹히면 유독 화사한 미소가 눈가에서 부서진다. 맞잡힌 것을 슬며시 안쪽으로 끌어 응접실을 통해 바깥으로 나선다.) 건너편의 서상방에 식사를 준비해 두었어. 딸기만으로는 역부족이었을 테니.
 
 
스카이우스:(꼭 아는 세상의 풍경이 아닌 것처럼 감동적이었다. 철학에도 예술에도 관심 없는 내가 내뱉을 수 있는 순간의 감상이라곤 멋있다, 예쁘다 정도뿐이지만. 정원에 발을 내딛을 때마다 들리는 엇갈려서 들리는 모래 소리를 들으면서 속도를 맞추었다. 식사까지 준비해 놓았다라. 그를 흘끗 올려다보며 묻는다.) 사람이 먹는 것도 먹냐?
 
 
테오:먹으라면 못 먹을 것은 아니지만……. (손가락이 허공의 건반을 두드리듯 흔들린다.) 필요하진 않아. (은은한 미소를 유지한 채, 정면을 응시하지 않아도 발 디딜 방향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시간이 유독 길다.)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시켜서 그런지 튀징그들이 내키지 않아 하더군.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듯 쿡쿡거리며 보폭을 살짝 좁게 걷는다.)
 
 
스카이우스:안 먹어도 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고. 네 말대로면 먹을 수 있다는 거네. (그렇게 말한 뒤 돌아다니는 하얀 괴물들을 시선으로 느리게 쫓았다.) ……그러고 보니까 저것들은 여기에서 일하고 뭘 받아? 식사라는 것도 쟤네가 만들었어?
 
 
테오:(가늘어진 눈매 사이로 태양빛 눈동자가 굴러가더니, 입술이 떨어진다.) 약속된 대가를 받지. 저들은, 글쎄. 잡일 담당이라고나 할까. 식사 자리를 정돈하거나, 관리하거나……. 아무래도 이 정도 규모의 잔칫상은 제법 손이 많이 가니 말이야.
 
 
스카이우스:(대가? 잡일? 아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절로 입맛이 확 돌아 침을 꼴깍 삼켜 넘겼다.)
 
이건…… 안 봐도 누가 했는지 알겠는걸.
 
 
테오:음식이 입에 맞았으면 좋겠네.
 
 
스카이우스:내가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하지만 이걸 다 먹을 수는 없는데.
 
 
테오:내키는 만큼만 먹어도 좋아. 네가 먹고 싶은 것이라면 매일 차려 줄 텐데 당장 입에 넣지 못한다고 아쉬울 것 있나.
 
 
스카이우스:그럼 사양 않고. 잘 먹겠습니다. (배가 고프면 더 짜증을 낼 법한데 진수성찬 앞이라 차분해졌다. 음식을 골라 식기로 자르고 정돈해 우물우물 먹었다. 그러면서 슬쩍 눈치를 보았다. 이렇게 잘해 준다고 뭐 어쩔 셈인지. 녀석 목적이라는 것은 밝힌 바 있지만…… 그 전에 이곳에서 나갈 방법은 과연 있는 건가, 그럼 선택이 아니라 강요가 되는 것 아닌가? 괜한 생각만 많아진다.)
 
 
테오:(바라보는 시선에 만족감과 호기심이 부유한다. 인간의 기준으로 맛이 좋다는 요리만 선별해 차렸지만, 무어가 그리 맛있는지. 우물거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따라서 한 조각 먹어 볼까, 하는 괜한 생각마저 들어 헛웃음을 지으며 병목 길쭉한 물병의 내용물을 잔에 따라 준다.)
 
 
스카이우스:(액체 따르는 소리에 시선이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주는 걸 사양할 필요는 없지만 배가 차니 잡념이 많아졌다. 무언가 채워진 찻잔을 넌지시 내려다보았다. 이 호의, 어디까지 받아도 되는 거지?) 이건 무슨 차야?
 
 
테오:보리차라고 하던데. 이곳에선 식사에 자주 곁들이곤 하는 모양이야. 직접 마셔 보지 않아 맛은 보장할 수 없다만……. (짧은 고민 끝에 새로운 잔에 같은 음료를 소량 채우고 홀짝여 보니, 눈썹이 복잡미묘하게 움찔인다.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물 같기도 한 것이.) 마실 만은 해.
 
 
스카이우스:마실 만해? (그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잘 마실게. (수상한 걸 건넬 리 없다는 것 정도는 머리로 알고 있으니까 마시는 건 딱히 개의치 않았다. 그의 행동을 따라 한 모금 꼴깍 들이켠다. 어느 정도 식사를 마친 모양이라 옷가지를 툭툭 정리하고 꼿꼿이 정좌해 앉았다.)
 
(그래봤자 제 앞에 있던 그릇 몇 개에 손을 댄 정도지만. 오래 굶은 게 타격이 컸는지 오히려 더 못 먹은 기분이었다.)
 
 
테오:(눈동자가 슬며시 내려갔다 올라오는 것이, 복부를 흘끗 보았던가. 성에 차지는 않았지만, 이만큼이라도 먹은 것이 어디일까. 손에 음식을 쥐여 주어도 들지 않던 기억을 떠올리면 채근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검지를 세워 의자 팔걸이를 톡톡 두드린다.) 그래서.
 
이곳 생활은 어찌 성미에 좀 맞던가?
 
 
스카이우스:뭐……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뒤집어질 정도로 호화롭지. 너도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모양이던데, 내가 설마 뭣 같다고 생각하겠어. (차가운 차를 한 모금 더 마시고는 느린 한숨을 뱉어냈다. 흘끗 그를 바라보며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렸다. 그래서 역시 내가 겪기엔 너무 호화롭달까…… 꼭 꿔서는 안 되는 꿈 같달까…….) 왜, 안 맞는다 하면 어쩌려고?
 
 
테오:맞지 않는 것은 찾아 지우고, 새로운 것을 들여 채워야지. 네가 즐거움을 느낄 만한 것으로. (당연한 이야기라는 듯 답하며 작은 말소리를 중얼거리던 입매를 빤히 바라본다.) 네가……. (끊어진 문장 속에서 입술이 한참을 달싹이고, 줄곧 맞닿아 있던 시선이 떨어진다.) 네가 만약, 내 곁을 떠나고 싶다면. 억지로 붙들어 놓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머물겠다면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안겨 주겠다 약조하마. 이 삭막한 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둥지를 옮겨도 좋아.
 
 
스카이우스:(나한테 맞추겠다고? 나한테 맞추고 내가 니랑 같이 있겠다고 하면 넌 그걸로 된 거냐고, 어쩔 셈인데? 물으려던 건 결국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했다. 눈치라곤 좆도 안 볼 것 같은 성격과 지위에 왜 내 비위 맞추느라 급급한 것인지. 과하게 완벽하다. 이렇지 않은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미묘한 짜증이 치밀어올라 인상을 찌푸린 채 물었다.) 너는…… 미친, 뭐 때문에 그렇게 맹목적인데? 내 맘에 들고 안 들고의 문제냐?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달 게 없어? 내가 네 곁에만 있으면 다야? 그 이후의 목적이 뭔데.
 
니가 얼마나 살았는지는 몰라도 내가 절대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겠지. 모든 걸 이해하고 있다면 감정적인 동요도 별로 하지 않겠지. 내가 사는 시간은 너보다 훨씬 짧다고. 만일 네가 생각하는 미래가 둥지인지 뭔지 안에서 안정적이고 호화롭게 평생을 지내는 거라면 아마 나는 그 미래에 없을 거야.
 
그러니까 뭐라도 말해 봐라. 궁극적인 목적이…… 대체 뭐야?
 
 
테오:…….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두고자 하는 마음에, 부가적인 목적이 필요하던가?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 한들 처음부터 없었던 것에 비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모르지 않을 텐데. 내 유일한 염원은, 너를 온전히 내 곁에 두고 남은 여생을 함께하는 것이다. 네 안에 잔존해 있는 결핍을 채워 주려 조각조각……. (속눈썹이 무겁게 가라앉고, 미간에 약한 힘이 실린다.)
 
사랑해, 스카이우스. 이제 그것만으론 부족해……?
 
 
스카이우스:(눈가가 까딱 움츠러들고 떨렸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군.) 내가 이곳에서 떠나겠다 하면 어쩔 건데? 너랑 같이 있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면.
 
대체 뭔데. 니가 생각하는 사랑은…… 그저 함께 있는 거냐?
 
 
테오:(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팔걸이 끝에 감긴 손가락을 꾹 쥐었다 풀어 내기를 몇 번, 건너편을 응시하는 홍채의 빛깔은, 강풍에 사그라지는 불꽃처럼 흐릿해져 있다.) 그럼에도 나는 너를 사랑하겠지.
 
수백 년을 그래 왔듯. 봄에 지는 꽃을 보며 너를 떠올리고, 고요한 밤바람에 네 목소리를 담아 듣고, 네가 남긴 문장들을 되새기며.
 
 
스카이우스:니가 자처해 한 일에 보상이라도 바라는 것 같네. 그것도 아주 이기적인 방법으로. (자신이 꼭 처절하고 비참한 것처럼…… 숨이 막혀 답답해질 지경이 되자 느리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바란 적 없어. 그 사람은 바랐을지 몰라도. 이봐, 테오. 그게 정말 나를 위한 행동이고 나를 위한 사랑이라고 생각하냐? 그 오랜 시간 고민했다며? (아직도 결론 같은 결론을 못 얻었군. 대답을 듣지 않고 바깥으로 걸음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보인 표정은 좀 씁쓸해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테오:…….
 
 
스카이우스:……하.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깊은 한숨을 뱉었다. 여태 제대로 살피지 못했던 수화문 쪽으로 무작정 걸음을 옮기며 복잡한 머릿속 생각을 이리저리 재단했다.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그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물론 그것은 금방 자각했다. 당연해. 그림 속의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 문장으로 생각하니 속이 후련해진 기분도 들었지만, 마음의 다른 한쪽 길이 턱 막혔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 떠나 버리면 곁에 누군가 있어야만 할 것처럼 위태로운 그는 어떻게 되는 거지?)
 
(……잠시만, 미친. 내가 무슨 생각을? 전혀 감정 쓸 필요 없잖아.)
 
 
스카이우스:(그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게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의 감정이냐고. 내게는 불쑥 나타나고 불쑥 없어질 존재에 불과하잖아.)
 
(내 힘으로 밀고 나갈 수 있을 만한 곳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벽을 따라 걸었다.)
 
 
스카이우스:(깊은 생각을 그만두고 주위에 하얀 괴물이 없나 둘러보았다.)
 
 
스카이우스:(여태 그것들에 의해 놀라고 당황한 기억들뿐이었지만, 먼저 말을 걸어 보는 것도 굉장히 께름칙하지만, 내 말을 들을지 전혀 모르겠지만!!!)
 
(거리를 좁히진 않고 목소리만 내어 봤다.) 거기, 지나가는 튀? 튀징그. (이름이 맞나? 들었던 발음을 대충 흉내내 본다.)
 
 
 
튀징그:무슨 일이세요?
 
 
스카이우스:저!!!
 
(그 이상 다가오지 않을 것을 말하듯 한 손바닥을 뻗어 보인 채 큰 소리를 냈다.) ……이거, 문 좀 열어 줄 수 있을까?
 
 
스카이우스:바깥, 에도…… 하하하, 공간이 있어 보이던데, 구경하고 싶어서 말이지.
 
 
 
튀징그:밖으로 나가고 싶으신 건가요?
 
그러면 주인님의 영혼께 허락을 받고 올게요.
 
그러고 보니 어딜 가신 걸까요. 조금 전까지는 서상방에서 주인님의 영혼의 냄새가 났는데…….
 
 
스카이우스:(눈? 같아 보이는 것에서 시선을 피하고 중얼거렸다.) 꼭 허락을 맡아야 돼? 어차피 건물 바깥으로 나가는 것도 아닌데.
 
 
 
튀징그:전원 산책을 하고 싶으신가요?
 
 
 
튀징그:따라오세요.
 
 
스카이우스:(최대한 살펴보고 돌아와야겠다. 저벅저벅 뒤를 따라간다.)
 
 
스카이우스:(완전히 문 바깥으로 돌아서고 나서도 눈치를 보다가, 조금 걸어가는 척하고 다시 돌아보았다.)
 
 
 
튀징그:(싱긋?)
 
 
스카이우스:……아니, 왜 그렇게 부담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거야?
 
 
 
튀징그:같이 산책해 드리기를 바라시나요?
 
 
스카이우스:그건 아니지만, 됐어. 신경 쓰이잖아. 돌아가도 돼!
 
 
 
튀징그:그럼……. 이 앞에서 기다릴게요.
 
 
스카이우스:(뒤돌아서 발을 일부러 크게 굴려 걸어간다.)
 
 
스카이우스:(눈에 띄는 점이 없는지 걸어가면서 샅샅이 눈으로 살폈다.)
 
 
스카이우스:(바깥엔 특별히 이전과 다른 게 없는 것 같네. 도좌방 안쪽으로 들어섰다.)
 
 
스카이우스:어, 안녕……. (인사를 어설프게 몇 받아 주다 돌아나가서 슬쩍 대문 쪽으로 향했다. 주변에 튀징그는 없나?)
 
 
스카이우스:……
 
(뭐야? 이 서늘한 기운? 내가 이걸 만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문의 생김새는 평범한가?)
 
 
스카이우스:(침을 꼴깍 삼키고 슬쩍 만져 밀어 본다. 여기까지 왔는데.)
 
 
스카이우스:(어? 밀리나?)
 
 
스카이우스:(잠금쇠가 있다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급하게 살폈다.)
 
씨벌…… 뭐. (이건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스카이우스:(돌아선다. 잘 알았다. 문짝이 폼이라는 걸.)
 
 
스카이우스:(수화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스카이우스:
 
 
79
지능80 40 16
성공
 
(그야, 내가 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면 되겠지. 뭐 그 정도인가?)
 
 
스카이우스:(그런 원초적인 거였냐…….)
 
 
스카이우스:(아!!!)
 
(확실히 보지 않았다…….)
 
(휴…… 기억력에 탄식하며 수화문 너머로 다시 돌아갔다. 너머에 아까 그 튀징그가 있는지 살폈다.)
 
 
스카이우스:……흠. 산책은 잘 마쳤어.
 
 
 
튀징그:기분 전환이라도 하신 건가요?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시다면 불러 주세요.
 
 
스카이우스:그래, 나는 테오에게 볼일이 있으니 찾으러 가 봐야겠어.
 
 
스카이우스:(는 개뿔, 지금은 최대한 마주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하…… 저 징그러운 것…….)
 
(하지만 오래 보니까 정 드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무슨 생각을! 연못을 지나 거실을 거쳐 정방으로 향한다.)
 
 
스카이우스:(기억을 되짚어보았다. 살펴보길 잊었던 조각상부터. 그 앞에 다가가 위부터 아래까지 눈으로 훑어본다.)
 
 
스카이우스:(꼭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 멍하니 조각상을 살피고 있었다.)
 
 
 
90
듣기50 25 10
실패
 
 
스카이우스:(작품일 뿐인 조형물에서 또 소리가 들렸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영혼……?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45
지능80 40 16
성공
 
 
스카이우스:……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그와 섞일 수 있는 방법이……?)
 
(내가 여태 살펴보지 않은 곳이 있는지 떠올려 본다.)
 
 
스카이우스:(조각상들이 하는 말들에 다시 한번 귀를 기울인다.)
 
 
스카이우스:
 
 
23
듣기50 25 10
어려운 성공
 
 
스카이우스:(화들짝 놀라 조각상에서 떨어졌다. 키스를 해야 한다는 거냐고?)
 
 
스카이우스:(하지만…… 나가서도 걱정이 많다. 그자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겠지만 내가 없으면…… 하, 씨팔. 지금 왜 책임감을 가지는 거지? 생각을 지우고 정방 안에서 살펴보길 잊었던 것이 없는지 둘러보았다. 이쯤 되면 다 본 것 같은데.)
 
 
스카이우스:(어떻게 되든 그게 최선의 파훼법일 거야. 최악의 상황만 안 오길 바란다.)
 
(테오를 찾으러 방 바깥으로 나선다.)
 
 
스카이우스:(애초에 내가 서상방에서 나왔고, 아직 그는 거기 있었을 시간 즈음일 텐데. 사라졌다고? 영혼의 냄새 같은 걸 숨길 수도 있는 건가? 인상을 콱 찌푸리고 서상방을 노려본다. 안 가 보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그대로 바라보던 방향을 향해 걷는다.)
 
 
스카이우스:(그 짧은 시간에 그게 다 없어졌네. 나는 배가 부른 기분인 것 같은데…… 음, 아닌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와 내가 앉아 있던 자리 쪽으로 갔다.)
 
(반짝이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스카이우스:(금 목걸이? 왠지 불안하지만 들어 본다. 손으로 만졌을 때 별다른 반응은 없나?)
 
 
스카이우스:으윽…… (갑자기 일어난 현기증에 숨을 가다듬다가 목걸이에서 일어난 현상을 목도했다. 정신을 차리고 떨어진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스카이우스:아, 설마……. (그래, 유리 구슬을 봤었지. 떨어진 유리 구슬을 주워서, 챙겨 두었던 것과 얼추 맞는지 완전히 붙이진 않고 빛에 비추어 본다. 조심조심 다치지 않도록.)
 
 
스카이우스:(순식간에 머릿속이 나아져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고민하다 구슬을 하나로 맞추어 보기로 했다.)
 
 
 
 
스카이우스:(소리를 듣자마자 떨어뜨릴 뻔한 구슬을 품 안에 넣고 저택의 가장 안쪽, 후조방을 향해 뛰어갔다. 방금 구슬에서 퍼진 그 빛은 뭐지? 이곳에 평범한 것이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내가 모르는 것이 그만큼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스카이우스:(나만 들은 거야? 아니, 그 먼 곳까지 들렸는데 그랬을 리 없다. 이곳으로 온 이가 정말 나밖에 없겠느냐고. 숨을 고르며 급히 문을 열어젖혔다.)
 
 
스카이우스:(정말, 다 가짜 같다. 눈을 끔뻑이다가 정원 사이로 들어가 보았다. 정말 이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린 게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스카이우스:(뭘 가두어 둔 거 아니야? 자물쇠를 들어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이렇게 물리적인 방법으로?)
 
 
스카이우스:(이것도 영혼과 관련된 건가.)
 
(음각의 너비는 어떻지? 혹시나 싶어 패인 면에 구슬을 가져다 대 본다.)
 
 
철컥.
 
 
스카이우스:(이게…… 진짜냐. 문을 열기 전에 눈치를 살피며 주위를 둘러본다.)
 
 
스카이우스:(미묘하게 떨리는 양손으로 빗장을 잡고 들어올렸다. 악력을 거의 주지 않는 것처럼 앞으로 걷는 힘만으로 문을 당기든 밀든 열리는 방향으로 열었다.)
 
 
끼이익.
 
 
 
 
암흑.
 
 
스카이우스:(멍하니 관을 바라보았다. 등 뒤에서 문이 닫히자 뒤돌아 잡아 다시 밀어 보았다. ……뭐야? 문이 왜 닫혀? 미친.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스카이우스:(하…… 씨발. 어이 없는 눈치로 다시 뒤를 돌았다.)
 
으아아악!!!
 
 
스카이우스:(놀라면 놀라는 대로 거침없이 소리를 질렀다.)
 
 
…….
 
 
스카이우스:(시. 시발. 뭐야?) ……저기요. 괜찮,
 
 
스카이우스:괜찮아요?
 
 
스카이우스:(목을 숙여서 얼굴을 확인해 보려다가 번뜩 고개를 드는 모습에 당황했다.)
 
 
스카이우스:……씹. (씨발. 좆됐다. 진짜.)
 
 
스카이우스?:괜찮아요?
 
……씹.
 
 
스카이우스:(가늘어진 눈으로 자신 같은 이를 바라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이렇게 마주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빙글 그를 돌아가 관 안쪽을 살펴보았다.)
 
 
스카이우스?:(침을 꼴깍 삼키곤 빙글 돌아서서 함께 관 안쪽을 살펴본다.)
 
 
스카이우스:(눈짓으로 그가 하는 행동을 살폈다. 내가 하는 걸 똑같이 하네…….)
 
 
스카이우스:(……그것이 무슨 냄새인지는 파악해 볼 수 없을까? 맡아 본 적 있나?)
 
 
스카이우스:(이건 테오 그 녀석이 만든 건가? 심장이 빠르게 뛴다.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73
정신60 30 12
실패
 
 
스카이우스:(손이 덜덜 떨린다. 벙찐 낯이 되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주체할 수 없는 충동에 팔을 뻗어 그의 목덜미를 쥔다. 힘만 주면. 그러면 이 불쾌한 존재를 지울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촉발했다.)
 
 
스카이우스?:(끼긱, 고개가 돌아가더니 당신의 목덜미를 향해 마주 팔을 뻗는다.)
 
 
 
 
라운드 1
 
 
스카이우스:(목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내 얼굴을 하고…… 내 전생이라고? 전생이면 전생답게 죽어 있어야 할 거 아니야…….)
 
……기분 나빠…….
 
 
 
81
비무장50 25 10
1
실패
 
 
스카이우스?:……기분 나빠…….
 
 
스카이우스?:(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자신의 목에 감긴 손가락과 동일한 악력으로 힘을 준다.)
 
 
 
19
비무장50 25 10
2
어려운 성공
 
 
스카이우스:(목이 졸리자 숨을 참고 손을 뗀 뒤 몸을 뒤로 물렸다.)
 
(회피 시도하겠습니다.)
 
 
 
22
회피30 15 6
성공
 
(그와 거리를 두고 전후좌우로 빠져나갈 곳을 살폈다.)
 
 
라운드 2
 
 
스카이우스:(좆됐군. 방법이 없나……. 상대를 거칠게 밀어 넘어뜨리려 했다.)
 
 
 
94
비무장50 25 10
1
실패
 
 
스카이우스?:(당신을 거칠게 밀어 넘어뜨리려 한다.)
 
 
 
17
비무장50 25 10
1
어려운 성공
 
 
스카이우스:(한 차례 뒤로 넘어지면, 계속 반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달려들었다.)
 
 
스카이우스:후우. (아픈 등을 뒤로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짧은 기합과 함께, 살의를 가지고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무기도 없이 패서 쓰러뜨리는 걸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13
비무장50 25 10
2
어려운 성공
 
 
:스카이우스? 체력 -2.
 
 
라운드 3
 
 
스카이우스:(손이 얼얼하다. 다시 한번의 공격. 발을 들어 그의 허벅지를 차 넘어뜨리려 했다.)
 
 
 
44
비무장50 25 10
2
성공
 
 
스카이우스?:(당신의 허벅지를 향해 다리를 휘두른다.)
 
 
 
51
비무장50 25 10
1
실패
 
 
:스카이우스? 체력 -2.
 
 
라운드 4
 
 
스카이우스?:(비틀거리며 일어나 원래의 자세로 돌아온다.)
 
 
스카이우스:(그가 완전히 자세를 잡기 직전에 달려들어 넘어뜨리려 하며, 목을 졸라 압박했다.)
 
 
 
39
비무장50 25 10
2
성공
 
어떻게 일어나는 건데……!!! 무슨 원리냐고.
 
 
스카이우스?:(반사적으로 몸이 튀어나간다. 달려들며 팔을 뻗어 목을 조르려 한다.) 어떻게 일어나는 건데……!!! 무슨 원리냐고.
 
 
 
77
비무장50 25 10
2
실패
 
 
:스카이우스? 체력 -2.
 
 
라운드 5
 
 
스카이우스:(씨발…… 이러고 있는 것도 졸라 멍청하군. 패턴이 단조롭고 무식하지만 내 행동을 똑같이 따라한다는 점에서 피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이제 잡았지. 목을 감싸쥔 양손에 힘을 준다.)
 
 
 
99
비무장50 25 10
3
실패
 
 
스카이우스?:(양손으로 당신의 목을 감아 힘을 싣는다.)
 
 
 
84
비무장50 25 10
2
실패
 
 
라운드 6
 
 
스카이우스:(되는 게 없네. 손은 미끄러지고…… 집에 가고 싶다. 퍽 서러워져서 표정이 일그러졌다. 목을 잡은 채로 무릎을 높게 들어 그의 다리 옆을 가격했다.)
 
 
 
54
비무장50 25 10
1
실패
 
 
스카이우스?:(서럽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팔을 떨구더니 무릎을 맞부딪힌다.)
 
 
 
65
비무장50 25 10
2
실패
 
 
라운드 7
 
 
스카이우스:(왼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손으로 그의 얼굴을 사선으로 가격했다.)
 
 
 
11
비무장50 25 10
3
어려운 성공
 
 
스카이우스?:(왼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손으로 당신의 얼굴을 사선으로 가격한다.)
 
 
 
22
비무장50 25 10
2
어려운 성공
 
 
:스카이우스? 체력 -3.
 
 
 
 
스카이우스:(……그는 원해서 이런 곳에 있던 게 아닐 텐데.)
 
 
 
 
스카이우스:미련한 새끼. (풀린 시선이 그를 향했다. 후련해진 기분으로 열린 문 바깥으로 나서서, 잠시 멈추었다. 나를 둘러싼 정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이만 떠날 거다.
 
 
테오:무슨, ……. 어떻게 여기에.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이리저리 헤매던 시선이 그의 말에 휙 돌아간다.) 잠시만, 스카이.
 
스카이우스.
 
정말……. 가려고?
 
 
스카이우스:그럼.
 
나는 두 발로 사막을 걷고, 물을 건너고, 이 정원보다 아름다운 곳도 지나서…… 직접 도착한 곳에서 내가 못 먹어 본 것도 먹고. 아, 이참에 너도 같이 가는 건 어때? 정, 네가 인간처럼 살아 보고 싶다면야. (돌아서 그를 물끄러미 봤다가, 우문이었다는 듯 시선을 거두고 한숨을 내쉬었다. ……뭔 생각을, 나도 참.) 너도 여기에서 할 일이 있겠지.
 
 
테오:네 뜻이 정 그렇다면, 가려거든……. (일그러지던 불꽃이, 예상 밖의 질문에 깜빡인다.) 같이? (그리곤 헛웃음이 터진다. 어찌 네 입에서는 나의 사고 내의 발언이 뱉어지는 법이 없구나. 그래, 그리 보고 싶다면 너를 내 곁에 묶어 둘 게 아니라 내가 네가 있는 곳으로 가면 되는 일이었다.) 네가 오지 않는 곳에서 내가 할 일이 무어가 있겠어.
 
어디로 가든 좋아. 인간 노릇을 계속 하려면 새로 배워야 할 것이 많겠지만……. 네가 사는 세상을 내게도 보여주련.
 
 
스카이우스:(돌아온 대답에 놀라 눈을 둥그렇게 떴다가, 곧 웃기다는 듯 환하게 표정을 바꾸고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생각해 보니까 악마가 할 일이라곤 장소의 제약 같은 건 없겠지. 정말 같이 갈 수 있으려나~ (이죽거리며 대꾸하고, 방금 내 손으로 흩어 버린 영혼들이 있던 장소, 그 안쪽을 바라보았다. 저건 나의 전생이 아니다. 그가 만들어낸 사념체겠지.)
 
……내가 밉지 않아? 저거, 겨우 흉내 내던 걸 부숴 버렸는데. (나는 그가 손 하나 까딱하는 걸로도 죽을 수 있겠지. 아니, 평생 고통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지옥도처럼. 하지만 지금의 그는 작은 동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너무 온순해 보였다.)
 
그래도 나랑 함께 간다고 하면, 네가 무엇을 잃어 버린 건지 같이 찾아 줄 수 있어.
 
 
테오:육신이 사그라져 버린 것은 유감이지만, 밉지도 아쉽지도 않아. (낯색을 숨길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지 순수한 기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조심스레 손을 들어올린다. 손끝이 그의 뺨에 톡, 닿는다.) 내가 찾던 건 전부 이 안에 들어 있거든. 같이 가자.
 
(느릿하게 원을 그리며 살결을 매만지더니, 가벼운 날숨에 음성을 섞어 고민하는 시늉을 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조금 긴 이야기가 될 터인데.
 
 
스카이우스:(문득 가장 궁금한 질문을 떠올렸고, 그걸 고민하지 않고 뱉었다.) ……그를 정말 사랑한 건 맞아?
 
 
테오:(당연하다는 듯 돌아오는 답변은 절대 가볍지 않다.) 응, 지금까지도. 사랑하고 있어.
 
 
스카이우스:(너무도 달라 이해할 수도 섞일 수도 없었다. 하지만 공존할 수는 있다는 건가. 그게 한계가 있더라도 그는 정말 나를 믿는 건가. ……우리는 서로를 믿을 수 있을까?) 나는 항상 음식도 먹어야 하고, 피곤하면 잠도 자야 돼. 그리고, (인간의 생이란, 그에게는 너무도 짧겠지만 내겐 너무도 긴 세월, 차마 어떻다고 말 한마디에 담을 수 없는 일들이라 말하기를 망설였다.)
 
너처럼 영원히 살 수 없어. 그 사람도 같았을 거야. 그런데도, 괜찮냐?
 
언젠가 다시 혼자가 되는 게 당연할 텐데, 두렵지 않아?
 
 
테오:(악마 걱정을 하는 인간이라. 다시 태어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나 보다. 즉답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며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관절 언저리가 붉게 번진 손을 맞잡아 끌어올리고, 잔잔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를 들어 눈을 맞춘다.) 그래, 인간의 수명은 짧지.
 
내가 이곳에서 지낸 시간의 반도 채우지 못하고 네 육신은 스러질 거야. 그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의 제법 큰 토막은 잠들어 있을 테고, 깨어 있는 동안에도 내 곁에만 있으려 하진 않을 것 같으니.
 
(씁쓸한 듯 맑은 웃음 소리를 내곤 이어나간다.)
 
두려워. 하지만 네 필멸이 두려워 이대로 익숙함에 안주하기에는, 너를 두 번 놓치는 것이 훨씬 더 두렵구나.
 
 
스카이우스:……그럼 같이 가 봐. 그러면 되겠네.
 
나는 변덕스럽고 간절하게 바라는 것도 없는 인간이야. 야, 그런데 생각보다 하루 안에 할 수 있는 건 엄청나게 많다? 짧아 보여도 하루가 정말 즐겁다고. 알려 줄게. (잡은 손을 뿌리치지 않고 되레 힘을 주었다.) 나랑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비슷한 높이에서 보러 가자.
 
 
테오:인간들이 하는 말을 들어 보니 사랑하는 이와 함께할 때는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던데, 네 곁에 있으면 내 하루는 더 길어질지도 모르겠어.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 숙여 단단히 붙든 손등에 입술을 댄다.)
 
기대해 볼 테니, 내킨다면 네가 살고 싶은 여생을 나와도 나누어 줘.
 
 
스카이우스:……거, 이제야 좀 대화하는 느낌이 나네. (헛기침을 큼! 하며 빈손으로 코 아래쪽을 쓸었다. 곧 잡은 손에 부드럽게 힘을 주더니 민망한지 손을 풀어내었다.) 그래, 조만간 나가자. 집은…… 오늘부터 정리해라. 뭐 니야 손가락 하나 딱! 하면 다 정리할 수도 있겠지만 발로 움직이고 손을 써서 정말 들고 가고 싶은 것 가방 하나에 챙겨 봐. 그것 꽤 어렵겠지만.
 
 
테오:짐을 일일이 직접, 가방 하나에……? (퍽 당혹스러운 낯이 되어서는 입술을 몇 번이고 달싹이다 결국 수긍한다.) 그리 번거롭게 일을 해야 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알았다. (남은 것들은 두고 가라는 의미인가. 무엇이 필요할지, 무엇이 아쉬울지조차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입매를 문지르며 고뇌하더니, 그도 얼마 가지 않아 표정이 풀어진다. 너도 긴 여행을 준비할 때면 이런 고민들을 했겠구나. 그리 생각하니 나쁘지 않다.)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켜 주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면, 멀지 않은 곳에서 낙타를 구해 타고 갈 수 있을 거야.
 
 
스카이우스:떠나 보면 이유도 알게 될 거야. (씩 웃어 보였다가, 눈썹을 추켜들었다.) 낙타 좋은 방법인데. 여기까지 걷다가 죽을 뻔했던 거 생각하면 포상이지. (장난스럽게 그의 뒤로 돌아가 등을 살살 떠밀었다.) 자, 자. 갑시다. 이 넓은 데에서 챙기고 싶은 거 고르려면 한참이 걸릴 거니까.
 
옷…… 도 좀 어떻게 해 보자고. 이런 옷을 입고 나갈 순 없겠는데.
 
(그를 밀면서 정원에서 나가는 동안 앞으로 벌어질 일을 신이 나 가벼운 목소리로 늘어놓는다.)
 
 
 
 
Credit
 
 
KPC생환
 
 
PC생환
 
 
Cast
 
 
KPC테오
 
 
Staff
 
 
KP메리
 
 
PL모리
 
 
Sponser
 
 
 
 
스카이우스가 가지고 있던 영혼의 결핍은 치유됩니다. 성격이 딱히 변하지는 않습니다.
 
변해도 괜찮고요.
 
보상 이성 1D10 회복.
 
 
스카이우스:1
 
 
:?
 
 
스카이우스:(또륵...)
 
 
:3
 
…….
 
테오랑 스카이우스는 함께니까 4 회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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