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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주

 

카이
루주?

 

 
 
부스럭, 천이 스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붕 떠있던 의식이 천천히 돌아옵니다.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어쩐지 숨을 쉬기 어렵네요.
 
이상하다?
 
방금까지 집에서 잠이나 자고 있던 거 같은데.
 
카이 레스터:(노아랑 쿠로가 가슴에 올라타기라도 했나. 뭐가 이렇게 갑갑하지.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허파가 팽창하다 턱 막히며 불편한 감각이 들어 인상을 찌푸리며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눈을 뜹니다.
 
주변은 어둡습니다.
 
무언가에 갇혀있는 듯 몸을 움직이기도 어렵네요.
 
게다가 바로 앞에 사람이 있습니다.
 
카이 레스터:헉, 씨발. (어둠 속에서 인영을 읽어 내면 자신도 모르게 들숨에 욕지거리가 섞인다. 어제 그렇게 피곤하더라니까, 가위라도 눌린 걸까. 쿵쿵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손가락 끝이라도 움직이려 해 본다.)
 
놀랍게도, 손가락이 움직입니다!
 
어라? 가위가 아닌가?
 
카이 레스터:......? 뭐야, 왜 이렇지.
그냥 개꿈인가......?
 
당신의 의식이 점차 또렷해지고 시야가 어둠에 익어가면 깨닫습니다.
 
이곳은 당신이 잠들었던 곳이 아닌 비좁은 철제 공간 안으로,
 
당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어제 당신과 가볍게 다툰 루주네요!
 
당신의 욕설에 그가 꿈질이며 눈을 뜨는 것 같습니다.
 
카이 레스터:....... (여전히 영문을 알 수 없는 공간을 조금 더 파악하고, 동시에 함께 갇혀 있는 사람이 누군지 깨닫자 눈을 질끈 감는다. 적어도 하루는 더 연락을 씹을 생각이었는데.)
 
루주:(끙, 앓는 소리를 내며 불편한 듯 몸을 뒤척이다,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은 듯 눈을 꿈뻑이며 뜨고 앞을 본다.) …? ……. ……?
 
루주 또한 당황한 표정을 짓습니다.
 
눈을 굴려 당신의 차림새를 보더니, 곧 평소와 같이 웃는 낯을 짓네요.
 
루주:닌테 이런 취향이 있을 줄은 몰렀는디…. 암만 캐도 오밤중에 사람을 이래 데꼬 오믄 쓰나.
 
카이 레스터:(뒤척이는 걸 보니 깼나 보네. 안 그래도 좁아 죽겠는데 가만히 좀 있었으면 좋겠다. 머릿속으로 투덜투덜거리다가 들려온 말에 어이 없다는 듯 반사적으로 눈을 뜬다.)
하, 내가 데려왔을 리가 없잖아! 무슨 깨자마자 헛소리야.
 
루주:하하! (자지 않고 있는 것이야 애저녁에 알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고 몸을 뒤척여 반대편 벽에 얌전히 등을 기대었다.) 허이고마, 좁아라. 하필 가다도 이런 곳에다가 가두네. 낼 이래 좋아헐 줄은 몰렀는디~
마아, 그래. 믿어는 주까. 니가 그런 옷을 입을 리는 읎으이까?
 
카이 레스터:조용히 좀, ....... 옷? (신경질을 내서인지 좁아서인지 열이 오른다는 느낌이 들 때 즈음, 그제서야 고개를 살짝 숙여 자신의 행색을 확인한다.)
 
그의 말을 듣자 당신은 비로소 그와 자신의 모습에 생각이 미칩니다.
 
두 사람 다 출처 불명의 교복을 입고 있네요.
 
본인의 이름이 적힌 명찰까지 붙어있습니다.
 
대체 이게? 뭐야?
 
카이 레스터:뭐야, 이거? 네가 이랬어?
(못 볼 것을 본 마냥 경악스럽다는 낯이다.)
(애초에 그러고 보니까, 이거 꿈도 아닌 거지? 잠결이 옅어질수록 차차 깨닫게 되는 사실들을 전부 부정하고 싶었다. 반대편의 비어 있는 공간을 발로 꽝 걷어찬다.) 아, 진짜 뭔데!
 
루주:윽, 잠만, 문디야. 소리 크다이가! (흔들림으로 인해 뒤통수를 꿍, 부딪힌 듯 엄살에 가까운 앓는 소리를 내며 빈 공간에 있는 발목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여가 어데고 누가 우릴 볼 수 있을 줄 알구 소란을 피워싸. 니도 내도 아이믄 아마 납치일 낀데.
변태같은 취향에 놀란 건 알것는디, 이라믄 몬 쓰제~
 
루주가 씩 웃습니다.
 
납치?
 
납치요?
 
집에 토끼같이 당신만을 바라보는 반려뱀 두 마리가 있는데, 대체 이게 무슨 소리랍니까.
 
무엇보다 이런 꼴로 납치라뇨!
 
카이 레스터:

이성

40/20/8
Dice 69
실패
(이 나이 먹고 교복이라니, 스멀스멀 올라오는 민망함이 전부 스며들기도 전 머리가 차게 식는다.) 납치라고......?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지. 아니, 오히려 너무 맞는 말인지라 순간 어질한 기분이 들었다. 뒤로 물러날 공간도 없는데 움츠리며 발을 도로 내린다.)
너, 마지막 기억이 뭐야?
 
루주:(허이구. 기 죽었구먼. 내려가는 다리를 보며 팔짱을 끼려다, 그마저도 갑갑해질 것을 예상하고 얌전히 아래로 팔을 늘어뜨려 두었다.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기울인다.) 어야. 지금 상황에선 그기 가장 가능성이 높제? 마, 니라믄 몰라도 내는 이래저래 적이 많으이까네.
내~ 간만에 집 가가 잠든 그? 며칠만의 단잠인데 이래 방해허네, 나 참.
니는. 우떻노?
 
카이 레스터:나도 얌전히 집에서 잠이나 자고 있었지. (마른 침을 넘기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가, 질색하는 낯을 했다가, 결국 벽에 뒤통수를 쿵 박는다. 하필이면 갇혀도 얘랑 같이냐고.) 하....... 오프라서 행복하게 뒹굴거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너 때문에 잡혀 온 거면 나가자마자 절교야.
 
루주:맞나~ 하모 역시 납친가? 니 어데 원한 산 적 있나? 아이믄 니 좋아하는 노마가 이런 짓을… (장난스럽게 말을 잇는 시늉을 하며 키득이며 웃는 소리를 내었다.) 건 내두 매한가지다. 쉴 수 있을 줄 알었드마는. 언 놈인지, 보기만 허믄….
허이고. 절교란 말이 그래 쉽나? 우예 그럴 수가 있노, 카이~ 내랑 보낸 일들이 그래 쉽게 잊혀지는 기가?
 
카이 레스터:있겠냐? 그니까 헛소리 좀, (이런 상황에서조차 여유로운 태도가 짜증 나는 건지, 한참 노려보다가 무릎을 세워 허벅지를 퍽 친다.) 괜히 엮여서 납치당하는 건 한 번으로 족하거든?
 
루주:윽…! 마, 내 몸 여린 그 알믄서 이래 퍽퍽 치대믄 곤란허그든? (콧잔등을 찡그리는 시늉을 하며 허벅지의 겉면을 손바닥으로 꾹꾹 문지르다 돌연 낯을 굳히고 고개를 돌린다.)
…누 오는 갑네.
 
저벅, 희미하지만 분명한 소리.
 
철제 벽에 나있는 틈에서 희미한 빛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틈을 통해 밖을 볼 수 있겠어요.
 
카이 레스터:어? ....... (희미한 발소리와 함께 뭐라 더 투덜거리려던 머릿속이 말끔하게 비워진다.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틀어 이마를 벽에 댄 채 좁은 틈으로 바깥을 살핀다.)
 
바깥을 살피면, 어둠에 잠긴 교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네요.
 
드르륵 소리와 함께 교실 문이 열립니다.
 
사람인가?
 
하지만, 루주의 말대로 정말 납치라면, 섣부르게 소리를 낼 순 없는 노릇입니다.
 
그리 생각하며, 침묵을 지키고 있으면,
 
카이 레스터:(손을 두어 번 쥐었다 펴곤 무의식적으로 네 소매를 붙든다. 저 사람이 납치범일까.)
 
루주:(힐끔. 소매를 붙든 손을 내치지 않고 허리춤을 매만진다. 허이고. 무기도 읎네. 당연한가.)
 
이윽고 그것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람의 다섯 배 정도는 되어보이는 그것은 땅을 짚으며 기어오고 있습니다.
 
루주가 잠시 숨을 멈춥니다.
 
이성 체크입니다.
 
카이 레스터:

이성

39/19/7
Dice 34
성공
 
루주:

이성

50/25/10
Dice 91
실패
2
 
카이 레스터:1
(떨리는 호흡을 들이마시며 눈을 커다랗게 뜬다. 소리 지르면 안 돼, 소리 지르면 안 돼. 눈에 띄면 절대 죽을 거야. 그리 세뇌하듯 되뇌이며 경직된 몸을 최대한 뒤쪽 벽에 붙인다.)
 
루주:(천천히, 참았던 숨을 소리 없이 뱉었다. 그간의 삶으로서, 소리를 내지 않는 법따위는 몸에 익은지 오래였으니까. 덜걱이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철제를 붙들듯 하며, 낯을 찡그렸다. 그래봤자 적대 조직이라 생각했지, 이런 흉악한 것일 줄은… 마, 처음은 아이라지만.)
 
벌레 한 마리씩을 툭, 떨어트리며 기어다니는 그것은 교실을 한 바퀴 느릿하게 돌기 시작합니다.
 
정적에 잠긴 교실에 저벅이거나 철퍽이는 소리만이 조용히 울립니다.
 
그것은 무언가를 찾는 듯 가만히 교실을 둘러보더니,
 
당신과 루주가 있는 곳을 잠시 응시하고는…
 
 
카이 레스터:(교실을 배회하는 덩어리는 '납치범' 따위의 표현으로 간추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공포 영화나 악몽에서나 봤을 법한, 평범한 인간의 사고로는 도저히 담아 낼 수 없는 것. 눈이 마주친 듯한 기분이 들면 딸꾹질 하듯 가슴 언저리가 들썩인다.)
 
루주:(아이고. 흘끔 네 모습을 보다 손을 움직여 소매를 움켜쥔 손등을 붙들어주었다. 왐마, 이 상황서 남을 챙길 때도 다 오네, 라고.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을까. 경계하듯 바깥을 가만히 응시하며 자세를 살짝 낮춘다.)
 
 
무엇도 찾지 못했다는 듯, 교실을 나섭니다.
 
발소리가 멀어지고,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을 때가 되면
 
숙였던 허리를 편 루주가 짧게 한숨을 내쉽니다.
 
그리고서 틈이 나 있던 벽을 손으로 밀면,
 
끼익 소리를 내며 벽이 열립니다.
 
아까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문이었던 모양입니다.
 
카이 레스터:(다시 공간이 고요해지고 네가 긴장을 놓는 듯하자 전신을 사로잡고 있던 텐션이 풀어진다.) 이거 열리는 거였어......? (겁을 지레 먹어서일까, 문이 열린 것을 보고도 바로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가 무너지듯 주저앉으며 다리만을 바깥으로 빼 놓는다.)
이게 무슨, 외계인 침공이라도 되는 거냐고. 흐아.......
 
루주:어잉. 내도 몰랐는디, 모양새를 보아하이 열릴 것 같았어가. (주저앉은 너를 보고 어이쿠, 소리를 내며 반 걸음 밖으로 먼저 나가주었다. 잡힌 손이 아래로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쭈그려 앉아서 낯면을 살핀다.) 억시 겁뭇나보네. 마, 저런 걸 보고서 멀끔헌 기 이상한 놈이지마는.
외계인 침공… 마. 틀린 말은 아일라나? (장난스레 씩 웃고서 손을 슬슬 흔들었다.)
 
교실은 조용하며, 창문 너머는 복도를 향하는 것이든 밖을 향하는 것이든 어둡습니다.
 
카이 레스터:너는 뭐가 그렇게 태평하냐. (빈 손바닥으로 얼굴을 길게 쓸어내리고, 네 쪽은 이상한 놈이 맞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얼마 원망하지 못하고 곧 날숨을 쉰다. 그래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평소라면 진작에 뿌리쳤을 손을 꼭 쥐고 어둠 속에서 눈에 들어오는 공간을 크게 두리번거린다.)
 
루주:비슷한 노마를 본 적 있그든. 벌레는 첨이지마는. (씩 웃으며 굳게 쥔 손을 내버려두고서 근처를 둘러보았다.) 기냥 교실인 것 같제. 정확히 무신 일인진 모르것지만, 이 주변부터 살펴보는 기 좋다 본다. …니도 그래 생각혔것지마는~?
 
별 다른 특이점은 보이지 않는 교실입니다.
 
여느 만화나 소설,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올법한,
 
수많은 대중매체에서 접해 당신과 그에게도 익숙할 그런 평범한 교실이요.
 
칠판과 TV, 교탁, 책상, 사물함, 락커, 창문, 쓰레기통, 교실 문 등이 눈에 띄네요.
 
아 참, 락커는 지금 당신이 기대어있는 곳이에요, 카이 레스터.
 
카이 레스터:비슷한 걸 본 적이 있다고? (조직원 같은 걸 하면 보통 이런 경험도 한 번 즈음은 해 보는 건가? 혼란이 머릿속에 먹구름처럼 내려앉는다.) 교복에, 교실에, 컨셉 하나는 확실한데.
(끙차. 몸을 일으켜 우선 갇혀 있던 락커부터 이리저리 살펴본다.)
 
루주:어야, 접때 우리 조직을 집어 삼킬라는 노마가 저런 것들을 데꼬 댕기대. 마, 박살냈지마는. (몸을 일으키는 걸 도우며 나란히 일어서서 근처에 머무른다. 캐도 이래 장소까지 옮긴 건 첨인디. 무신 용건일라나….)
 
당신과 루주가 처음 들어가있던 그 락커입니다.
 
청소도구를 넣어두는 용도로 보이지만 청소도구는 들어가 있지 않네요.
 
문을 열고 보니 벽면에 쓰인 낙서가 보입니다.
 
‘Present For’ 라고 적힌 문구와 알 수 없는 마크가 그려져 있네요.
 
카이 레스터:허....... 새삼스럽게 살아 있는 게 대단하다. (눈매를 찌푸리며 낙서를 확인하고는, 어디서 본 적이 있는 마크인지 기억을 더듬어 본다.)

지능

50/25/10
Dice 50
성공
 
루주:이래 죽어삐믄 억울해가 안 된다이가. 맞제? (씩 웃으며 근처를 둘러본다.)
 
당신은 마크를 노려봅니다.
 
…하지만, 처음 보는 마크네요.
 
어디선가 본 적 없는 부류입니다.
 
카이 레스터:이렇게 죽으면 평생 원망할 거야. (어딘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를 하며 발소리를 죽이고 걸어가 창문 밖을 내다본다.)
 
루주:하하, 어야. 그정도 원망은 내 들어주께.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밖을 힐끔 본다.)
 
창 밖은 어둡습니다.
 
복도를 향할 창문도, 건물 밖을 향할 창문도 먹을 들이부어둔듯 까맣네요.
 
유리질감이 아니었다면 검은색 종이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카이 레스터:특수한 유리인가....... (중얼거리며 이번에는 열을 맞춰 놓여진 책상들에 시선을 둔다.)
 
루주:으응. 아마 그런 것 같제? (힐끔 보다 걸음을 움직인다.)
 
깔끔한 책상입니다.
 
책상에는 낙서 하나조차 보이지 않네요.
 
카이 레스터:

행운

75/37/15
Dice 92
실패
 
루주:(오늘의 내 운은 65정도일 것 같은 예감.)

행운

65/32/13
Dice 53
성공
 
나뭇대가 조금 부러져있는 성냥 하나를 발견…한 당신의 곁에서,
 
루주가 라이터를 주워듭니다.
 
카이 레스터:(주워든 것은, 쓰레기다. 이 와중에 습관적으로 부러진 성냥을 쓰레기통에 얌전히 넣는다.)
 
쓰레기통은 깔끔하게 비어있습니다만, 당신이 그곳에 성냥 하나를 톡 넣었습니다.
 
그 옆에 온갖 서류뭉치가 노끈으로 묶여 놓여있습니다.
 
아마 버리려고 했지만 쓰레기통 안에 들어가지 않은 모양이네요.
 
루주:(이런 노마들을 더러 뭐라 카드라. 척척 잘하는 착한 아이? 이런 느낌인가~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다.)
 
카이 레스터:(고개를 까닥이며 노끈을 풀어 서류의 대략적인 내용을 훑어본다.)
 
서류뭉치들의 내용은 하나같이 어딘가 알아볼 수 없고 정신이 나간 듯한 모독적인 것을 마구 휘갈겨두거나 연구한 흔적입니다.
 
대략적으로 훑어보아도, 속이 거북해지는군요.
 
카이 레스터:

자료조사

40/20/8
Dice 31
성공
 
당신은 그 모독적인 것들 중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 하나를 발견합니다.
 
카이 레스터:(얼마 되지 않는 어둑한 빛에 의존해 괴이한 내용을 열심히 읽어 내려가다 손짓을 한다.) 루주, 이것 좀 봐.
 
루주:(근처에 쭈그려앉아 네가 살피지 않은 서류더미를 뒤적이다 고개를 든다.) 어엉, 와?
 
카이 레스터:되게 게임 같은 이야기라서 긴가민가하긴 하지만, 이걸로 돌아갈 수 있는 건 아닐까?
(들고 있던 서류를 네게도 보이도록 기울여 준다.)
 
루주:(곁에 붙어 앉아 주문을 보며 머릿속에 밀어넣다 미간을 구긴다.) 음.
나쁘지 않은 방법이네. 마, 사람이 둘 뿐이라 문제라믄 문제것지마는.
 
카이 레스터:그러게....... (입을 꾹 닫고 내용을 몇 번 더 읽다, 종이를 잘 접어 주머니에 넣어 둔다. 노아랑 쿠로는 지금쯤 뭐 하고 있으려나. 얼마 안 됐는데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교실 앞쪽으로 걸어가 교탁을 살핀다.)
 
출석부가 올려져 있습니다.
 
아래에는 작은 공간이 나 있어 여차하면 몸을 숨길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다만 두 사람이 들어가려면 상당히 몸을 딱 붙여야 할 듯한….
 
…그럴 일이 없길 빌어봅시다.
 
카이 레스터:(아래쪽을 힐끔 보곤 출석부를 펼쳐 본다.)
 
출석부는 표지에 출석부라고 적혀있을 뿐 내지는 완전히 비어있습니다.
 
다만 표지 바로 뒤 투명한 파일철에 종이가 한 장 끼워져 있네요.
 
무엇인가 적혀있습니다.
 
카이 레스터:(끼워진 종이를 꺼내 읽어 본다.)
(충격적인 내용을 읽으며 눈썹을 들었다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 믿기지 않아 다시 읽어도 보고, 그러다 '실험체(비고 : 1체)'에 시선이 머무르면 자연스레 너에게로 눈이 돌아간다.) .......
 
루주:(서류더미에서 무언가 찾을 수 있을 법한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그것을 주섬주섬 모아 노끈으로 묶다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들고 올려다본다.) …? 와?
 
카이 레스터:야, 너....... 너 루주 맞아?
 
루주:뭐? 무신 헛소리여. 내가 루주가 아이믄 누가 루주인디?
 
카이 레스터:아니, 그게 아니라. (머리가 아프다. 양손을 펼쳐 낯면을 쓸어내리고, 스스로도 이딴 의심이나 품고 있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어 괜히 너를 노려보다가 종이를 들어 가리킨다.) 우리 웬 이상한 실험에 휘말린 것 같은데, 실험 대상은 한 명이래.
 
루주:실험? 무신 실험? (끈을 마저 마무리하고 몸을 일으켜 다리를 툭툭 털더니, 근처로 다가서서 손에 들린 종이를 ㅏ져와 읽는다.) …….
음. (가만히 활자들을 읽더니 고개를 기울인다.) 어어.
…본래 실험 대상은 한 명인디, 무신 연유로 한 명이 딸려 온 것 같은디, 내가 보기엔?
 
카이 레스터:(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그렇게 둘러대야 가장 편하겠지만, 이내 수긍하듯 고개를 돌린다. 이곳에서 너마저도 믿지 못하게 되면 돌아갈 자신이 없을 것 같았으니까.) 그러면 심각한 실수가 있었는데도 테스트는 멀쩡하게 진행했다는 건데.......
이상하네. (중얼거리며 몸을 칠판 쪽으로 돌린다.)
 
교실로 들어서면 거의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깨끗한 칠판입니다.
 
흰 분필들이 아래 많이 깔려있습니다.
 
루주:아이. 아마… 실수가 있었단 걸 몰랐거나, 아이믄 이대로 진행해도 관계 읎다고 여겼거나 헌 기 아일라나 모르것다. 공간 내에서 즉시 처분이라는 건, 아까 그노마가 니나 내를 처분하기 위해 돌아댕기는 것일지도 모르겠고…. (종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미간을 구긴다.)
 
카이 레스터:역시 아까 그거한테 걸리면 죽겠지? (하하, 파고드는 두려움을 떨치려 작위적인 웃음을 짓고는 분필을 하나 집어들고 칠판 옆 TV의 전원 버튼을 눌러 본다.)
 
루주:어야. 높은 확률로. 그노마헌티 맞설 힘이나 무기같은 건 읎으이까. 마, 그래 안 떨어두 된다. 무어든 방법은 있기 마련이다이가. (슬쩍 눈꼬리를 휘어 웃고서 근처에서 고개를 돌려 두리번거린다.)
 
요즘 시대에 벽걸이 TV가 아닌 세우는 형식의 거대한 TV입니다.
 
서랍이 붙은 장식장 위에 올려져 있네요.
 
다만 그 덕분에 뒤에 숨어들어갈 공간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좁긴 하지만요.
 
카이 레스터:지금 그걸 위로라고....... (헛웃음을 지으며 뒤쪽의 공간을 기웃거린다.) 서류 내용들이 이상한 것만 빼면 정말 멀쩡한 교실이야, 여기.
 
루주:어야. 내도 그래 생각한다. (입가를 가리고 가만히 교실을 둘러보았다. 뭔가, 있을 법도 한데….)
 
카이 레스터:(느릿하게 교실 반 바퀴를 돌며 네 시선을 따라가 보고는 사물함 중 열리는 것이 있는지 하나씩 건드려 본다.)
 
사물함을 하나씩 건드리고 있으면,
 
저벅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교실 문 밖에서 들려오고 있네요.
 
이 곳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여러개가 동시에 들립니다.
 
…문득 락커 안에서 봤던 벌레와 오물덩어리를 합쳐둔 괴물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카이 레스터:(순간 몸이 굳는다. 밀려오는 공포에 교탁과 TV를 번갈아보다가 다급하게 네 팔을 끌어 장식장 뒤편의 공간으로 몸을 구겨 넣는다.)
 
루주:(엇. 하는 사이 휙 끌어당겨져서 눈을 둥그렇게 뜬다. 따로 숨자고 할 줄 알었드마는. 당겨지는대로 안으로 꾸깃 몸을 밀어넣고 음. 짧게 침음했다. 아까 그 락커와 다른 의미로 윽시 쫍네….)
 
루주가 힐끔, 당신을 보다 바깥으로 귀를 기울입니다.
 
그런데,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은 괴물이 아닌 사람입니다.
 
네, 사람이요!
 
어째서인지 교복을 입고 있네요.
 
카이 레스터:(갑갑해 죽을 것 같지만 정말 죽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너를 붙들고 있던 와중, 이전과는 기척이 달라 슬쩍 바깥을 살핀다. 교복을 입고 있다면 아까 그 덩어리보다는 우리랑 비슷한 처지일 확률이 더 높을까.)
 
루주:쉿. 나오지 마라. (묘한 표정으로 바깥을 본다. 정말 상상도 못했다는 듯, 혹은 어딘가… 정말 못 볼 것을 봤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점마 내 아는 놈인데….
 
카이 레스터:아는 놈이라고......? (속삭이며 의아한 표정으로 너를 본다.)
 
루주:어잉. 근디 저 두노마가 저래 나란히 사이 좋게 대화를 할 노마들은 아이그든. (낯을 찡그리며 가만 바라본다.)
 
 
여성:…러고보니, 보스께서 말이야. 이미 그놈들을 죽인 적 있다고 해~ 그런데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나?
 
 
남성:걔가? 또 터무니 없는 소문 퍼뜨리는 것 아니고?
 
 
여성:어머, 얘는. 보스가 거짓말 하는 것 봤어? 요즘 워낙 흉흉하니까 그런 것도 믿게 되는 거지~
 
카이 레스터:(아는 사람이면 나가도 괜찮은 거 아닌가, 좁은데. 그리 생각하며 약간 뚱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얌전히 네게 기대어 말소리를 듣는다.)
 
그들은 교실 안을 둘러보며 편하게 잡담을 나눕니다.
 
루주는 여전히 기묘한 표정입니다.
 
 
여성:아, 참. 조직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루주와 카이 레스터가 싸웠다며?
 
 
남성:그놈이 속을 좀 긁는 놈이긴 해. (사물함을 뒤적이는 시늉을 하며 한숨을 짧게 내쉰다.)
 
 
여성:그래도 말이야. 서로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던데~ 아, 찾았어?
 
 
남성:어엉. 찾았어. 가자, 네 남친 기다린다.
 
 
여성:오케이~ 보스가 빨리 오라고 했으니까….
 
여성의 재잘거림이 멀어지고, 남성마저 교실을 나서면,
 
문이 탁, 닫히며 고요가 이어집니다.
 
루주:……. (정말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안색이 질려있다. 으. 속 거북혀.)
 
카이 레스터:....... (방금 다녀가신 두 분은 대체 누군데 저를 알고 계시죠? 어이가 없다는 듯, 한쪽 눈썹이 올라간다.) 너 내 얘기 하고 다녔냐?
 
루주:하고 댕깄겠나. 저노마들도 엄연한 조직원인디, 민간인 이야기 하고 댕기가 좋을 게 무어가 있다꼬. (여전히 구겨져 있는 채로 뚱하니 내뱉는다.)
애당초 저노마들 진짜가 아인 것 같다고. 저래 사이 좋은 노마들도 아이다. 서로 총칼 겨눴으믄 겨눴지.
 
카이 레스터:진짜가 아니라고? (미묘한 낯으로 고개를 기울이다가 출석부 안에서 발견했던 글의 내용을 떠올린다. 꿈이니 뭐니 하던. 그래서 나가지 말라고 한 건가. 비좁은 공간에 구겨져 있던 몸을 빼내어 어깨를 주무르며 사물함 쪽에 시선을 둔다.)
뭔갈 가져간 것 같았는데.
 
루주:어야. (밖으로 쏙 빠져나오며 먼지를 탈탈 털어내는 시늉을 했다. 콜록, 짧게 기침을 하고 사물함을 본다.) 애당초 금마, 여자애. 그짝은 보스를 직이고 싶어허그든. 저래 보스보스~ 허믄서 따르지도 않고, 숨길 생각도 않는 노마란 말이여.
악몽이 따로 읎다. (몸을 부르르 떠는 시늉을 하며 사물함 방향을 함께 보았다.)
 
서른이 넘는 사물함들입니다.
 
이름은 하나도 적혀있지 않아요.
 
잠겨있는 사물함은 없는 것 같습니다.
 
루주:(아까 나서는 노마들 손에는 딱히 뭔가가… 없었던 것 같은디. 콧등 찡글.)
 
카이 레스터:그런 식이면 너는 진짜가 맞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끔찍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고 피식 웃으며 사물함들을 하나씩 열어 안쪽을 확인해 본다.)
 
루주:허이구. 아직도 의심 중이었나보제? (장난스레 씩 웃고서 반대편에서부터 사물함을 하나하나 열어보았다.)
 
사물함에는 별 것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사용하는 용품이라든가,
 
지금 보는 칸에는 안에 책갈피가 꽂혀있는 과학 서적이 들어있네요.
 
카이 레스터:원래 나 말고는 아무도 믿으면 안 돼. (가볍게 받아치며 서적을 집어 책갈피가 꽂힌 페이지를 펼친다.)
 
루주:내 쫄래쫄래 쫓아와놓구 할 말이가, 그게. (사물함을 빤히 바라보다, 허리를 세우며 그것을 닫는다.)
 
인체에 대한 내용입니다.
 
급소나, 어느 부분이 약하고 어떻게 힘을 줘야 사람을 제압할 수 있는지 따위가 적혀있습니다.
 
책의 겉면을 보던 루주가 눈을 깜빡입니다.
 
루주:내가 자기 전에 읽던 긴데, 그거.
 
카이 레스터:(알아 둬서 나쁠 것 없겠다는 생각으로 훑어 내려가다가 고개를 든다.) 자기 전에 이런 걸 왜 읽, 아니 됐다.
 
루주:응? (고개를 들어 보고서 씩 웃는다.) 와. 닌테 쓰기라도 할까봐?
 
카이 레스터:(책을 탁 덮으며 한 발짝 멀어진다.) 오히려 가르쳐 달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회수해야겠네, 이거.
 
루주:하하! 와, 이따 여서 탈출하믄 가르치주께. 알아둬가 나쁠 것 읎다이가. 안 맞나? (반 걸음 슬쩍 다가가며 씩 웃는다.)
 
카이 레스터:싫어, 누굴 믿고. 그보다 살면서 여기서보다 호신술 같은 게 더 필요한 상황은 없을 것 같거든?
 
루주:잘 알리줄 수 있는디. 이것만 알믄 총 든 놈도 안 무십다. 한 방 정돈 맞아야 쓰것지만.
 
카이 레스터:(미간을 찌푸리며 책을 품에 끌어안는다.) 나 얻어맞는 취향은 없는데.
 
루주:괘안타. 내도 읎으이까. (콧잔등을 찡그리며 웃고 잠시 숨을 몰아쉰다.) 으음.
근데, 있다이가.
여 원래 이래 좁았든가.
 
그러고보니, 이 곳에 들어온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환기구도 없고, 창문조차 열리지 않는 교실입니다.
 
그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면, 어쩐지 갑갑하단 느낌이 드는 것도 같습니다.
 
기분이…
 
아니, 정말 기분탓인가요?
 
눈 앞에 있는 책상의 열들을 세어보세요.
 
카이 레스터:응? (공간을 주의 깊게 둘러보며 책상의 열을 세어 본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넷…
 
네 줄입니다.
 
분명 막 밖으로 나왔을 때엔, 여섯 줄이었는데 말이에요.
 
이 교실, 원래 이 정도 크기였던가요?
 
일반 교실보다도 작아진 것 같지 않나?
 
소름이 등을 훑고 지나갑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 상기됩니다.
 
카이 레스터:......? (고개를 갸웃거리며 책상들을 다시 세어 보고, 벽을 다시 훑어본다. 기분 나쁜 예감이 들어 눈매가 찡그려진다.) 이상해.
(이것도 열면 열리려나. 괜스레 팔을 문지르며 교실 문을 당겨 본다.)
 
루주:이상허지. 약간… 소화되는 느낌이다이가. 맞제? (샐쭉 웃고서 교실을 한 바퀴 둘러본다.)
 
전혀 열리지 않습니다.
 
잠겨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어째서?
 
카이 레스터:소름 돋는 소리 하기는. (무심코 당겼던 손이 꿈쩍도 하지 않는 문고리에 턱 걸리자, 불안이 담긴 시선으로 너를 돌아본다.) 안 열려. ....... 당연한 건가.
 
카이 레스터:

관찰력

60/30/12
Dice 27
어려운 성공
 
열리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이건, 아주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모형이니까요.
 
…그럼 아까 그것들은 어떻게 문을 열고 들어온 걸까요?
 
루주는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입니다.
 
이런 일을 겪는 게 흔한 걸까요?
 
아니면, 이성적인 사고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일지도 모릅니다.
 
카이 레스터:(침착하자, 침착해. 머릿속이 미칠 것같이 시끄러워질수록 심호흡을 깊게 한다. 처음 들어왔던 덩어리도, 다른 두 사람도 전부 이 문으로 들어왔던 것 같은데. 애꿎은 입술만 잘근거리다가 주머니 속에서 접어 두었던 서류를 꺼내 다시 읽어 본다.)
 
종이의 내용은 바뀐 것이 없습니다.
 
루주:…우리가 아는 나가는 방법은 하나 뿌이다. 맞제. 그 주문.
 
카이 레스터:3 인의 참가자,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아까 걔네도 이거 알고 있을까?
 
루주:아마 아이. 마, 억지로 들이밀믄 우예든 될 것 같지만서두.
 
카이 레스터:

지능

50/25/10
Dice 12
어려운 성공
 
이데 에타트의 귀환 주문을 사용하기에 문제가 되는 점은 ‘3인의 참가자가 필요하다’는 점일 것입니다.
 
억지로 들이민다, 면...
 
교실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뭐였죠?
 
칠판이었던가요?
 
그곳에 주문을 적어두면, 이후에 들어오는 게 누구든 자연스럽게 주문을 습득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주문을 읽은 사람을 잡기만 한다면, 아마...
 
큰 문제 없이 주문을 읊을 수 있을 겁니다.
 
루주:

지능

70/35/14
Dice 61
성공
…사물함에서 나온 기 내 물건이고, 아까 나온 두 사람이 내 아는 사람인 것을 봤을 때, 여는 아마 내 꿈인 것 같그든. (턱을 감싸고 있다 말을 꺼낸다.)
하모,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도 내 맘대로 할 수 있지 않을라나?
 
카이 레스터:(곰곰이 생각에 빠져 쥐고 있던 분필을 만지작거리다 네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도박이긴 한데, 잃을 거 없는 도박이네.
해 보자.
(한 손에는 서류를 들고, 다른 손에는 분필을 든 채 칠판으로 걸어가 크고 정갈한 글씨로 주문을 적어 둔다.)
 
루주:(적는 것을 돕지 않고, 가만히 바라만 본다. 꿈 속의 인물이 정말 찾아오고, 그 꿈의 주체가 나라면,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편이 주문의 시도에 큰 도움을 줄 테니까.)
 
칠판에 주문을 적어두고 나면 발소리가 들립니다.
 
그것도 딱 한 사람 분이요.
 
몸을 숨깁시다.
 
카이 레스터:(발소리가 들리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네가 부른 거냐 물어보듯 바라보았다가, 근처 교탁 아래에 몸을 숨긴다.)
 
루주:(고개를 끄덕이고, 교탁 아래에 쏙, 숨어 들어간다. 놀릴 의도가 반, 같이 있는 것이 안전하단 판단이 반이다.)
 
그리하여 문이 열리고,
 
안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
 
또다른 루주입니다.
 
전화를 하고 있는 걸로 보이네요!
 
루주:(정말 굉장히 묘한 표정이 된다.)
 
카이 레스터:(좁다는 감각에도 그새 익숙해졌는지, 상황이 상황인지라 별 말이 없는 건지. 네가 얼마 남지 않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을 가만히 두었다가 교실에 등장한 인물을 확인하고서는 표정이 싸늘하게 가라앉는다.)
 
루주?:(전화를 귀에 댄 채로 교실 안쪽을 서성인다.) 어잉, 그래. 아이~ …마, 니 돌았나. 전에 함 도와줬음 됐지, 무얼 또…. 얼씨구?
 
카이 레스터:(이 자식은, 이 상황에서 부른다는 게. 저거, 쟤가 배워도 세 명으로 쳐 주는 거 맞아? 그 와중에도 한숨 소리가 크게 나지 않도록 신경 쓰며 눈가를 손바닥으로 덮은 채 한참을 있더니 옆에 구겨진 루주의 볼을 꼬집어 당긴다.)
 
루주:(으아. 앓는 소리를 내지 않고 울상을 짓는 시늉을 한다. 아이, 내도 억울한데. 내도 윽시 억울한데! 제대로 이해를 할 법한 노마를 데꼬 올랬지 낼 데꼬 올라던 건 아이었다! 정말 억울하단 표정으로 아픈 소리를 꾹 삼킨다.)
 
루주?:마, 됐다. 아이, 내도 급하다이께. 어야. 그짝 속을 쪼매 긁어가….
…빚으로 달아두꾸마. 끊자. 드가라.
 
전화를 끊고 안으로 들어선 루주는 책상들 쪽에 다가가려 하더니 칠판을 보고는 멈춰섭니다.
 
루주?:…뭐고 저게?
 
라며, 가만히 칠판을 응시하네요.
 
조용한 목소리로 따라 읊는 게, 루주와 판박이입니다.
 
당연하지만요.
 
카이 레스터:(요란스러운 표정을 보고서야 약간 누그러져서는 힘을 풀어 준다. 그리곤 나긋한 음성이 칠판에 적힌 내용을 다 읽었을 때 즈음 교탁 아래에서 슬쩍 고개를 내민다. 반응이 이상하면 바로 붙들어야겠지, 생각하며.)
 
루주:(아릿한 뺨을 감싸고 힐끔 노려보더니, 곧 교탁 아래에 웅크리고 있다 적당한 타이밍을 재 움직인다.)
 
또 다른 루주가 주문을 완전히 읊습니다.
 
지금이 찬스… 라고 생각한 순간,
 
루주가 먼저 잽싸게 움직여 주문을 읽는 가짜의 머리를 내려칩니다.
 
쿵!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결코 살살 내리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걸로 함께 주문을 사용할 나머지 한 사람이 확보되었습니다.
 
카이 레스터:오....... (새삼스레 무서운 짓을 잘만 하는 녀석이라는 게 실감 난다. 완전히 몸을 일으켜 바지를 털며 네 쪽으로 걸어가 바닥에 널부러진 가짜 루주를 빤히 쳐다본다.)
잘했어.
 
루주:(어깨를 으쓱이고 깔끔하게 쓰러진 것의 몸뚱이를 끌어 중앙에 놓는다.)
 
카이 레스터:(분필로 바닥에 세 사람이 모두 들어갈 만한 크기의 원을 그리고 자신도 안에 들어가 쓰러진 루주의 볼을 콕 찔러 본다. 미묘한 경험인데. 바닥에 쓰러진 것을 한번 내려다보았다가, 멀쩡히 서 있는 쪽을 올려다보았다가.)
마지막으로는, 음. '귀환 대상을 나타내는 인장을 불에 태우며'. (서류를 고쳐 쥐었다가 고개 숙여 자신의 흉부를 보고 명찰을 톡톡 두드린다.) 이거겠지?
 
루주:어야. 지금 불태울 법한 인장은 이기 다이까네. (교복에 붙은 명찰을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툭 뜯어내며 라이터를 고쳐 쥐었다.) 아까 이걸 주섰그든. 니 쓰레기 버릴 때. 태울 건, 이걸 쓰믄 될 것 같네.
 
카이 레스터:네 꿈이라 그런지 잘 찾는다? (투둑, 툭. 실밥이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명찰도 교복에서 떨어진다. 떼어 낸 것을 네 손에 쥐여 주고는 칠판을 보고 주문 외울 준비를 한다.) 불 붙이면 같이 읽자.
 
루주가 바닥에 그것을 손에 쥐고 스스럼 없이 불을 붙입니다.
 
타들어가는 명찰과 일렁이는 불꽃을 보니, 생각이 입니다.
 
이곳은, 루주의 꿈 속이었죠.
 
뭐, 지금 와서는 상관 없는 일인가요.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주문에 필요한 것들이 모두 갖춰졌으니, 카이 레스터. 당신에게 보너스 주사위가 하나 지급됩니다.
 
루주는, 글쎄요. 당신이 방해한다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도 있겠네요!
 
주문을 외울까요?
 
카이 레스터:(당장은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게 최우선이니 별 말 않았지만, 저 녀석 머리에는 뭐가 들어 있길래 이런 꿈을 꾸는 걸지, 돌아가서 한 번쯤은 의문을 품어 볼 만하다 생각하며 주문을 외운다.)
 
루주:(무신 생각을 허는지 뻔히 보인다~ 짧게 웃음을 터뜨리고서, 칠판을 힐끔 보고 머릿속에 각인된 주문을 느긋한 목소리로 읊었다.)
 
카이 레스터:

정신

40/20/8
Dice 98
대실패
 
루주:

정신

50/25/10
Dice 99
실패
 
무언가 잘못된 걸까요?
 
둘 모두의 집중력이 흐려진 탓일지도 모릅니다.
 
 
::둘 모두 마력 1D4+3, 이성 1D4를 차감합니다.
 
카이 레스터:7 2
 
루주:(끙. 소리를 내며 낯을 찡그린다. 6 2)
 
카이 레스터:웃지 말아 봐, 좀. (뭔가 잘못된 기분이라 괜히 탓을 하며 입술을 짓씹고는 재차 주문에 집중한다.)

정신

40/20/8
Dice 57
실패
정신
40/20/8
Dice10 24 55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어려운 성공
-1 성공
-2 실패
 
루주:아이, 이 상황이 웃긴 걸 우야는데. 널부러진 기 내 모습이라 쫌, 큼. (웃음을 꾹 참고서 정신을 집, 집중. 내 집중 잘 안 되는디 우야노.)
정신
50/25/10
Dice27 76 45
+2 성공
+1 성공
0 성공
-1 실패
-2 실패
 
카이 레스터:네가 그런 거잖아. (어이 없다는 듯 옆구리를 쿡 찌른다.)
 
루주:큽. (잠시 입술을 씹었다가 짧게 웃어버리며 손을 휘적인다.) 아이, 우야는데, 하모. 임마도 내라가 한 번에 기절 잘 안 한단 말여.
 
카이 레스터:하여간. (고개를 돌리면 시야 한쪽에 쓰러진 루주가 걸린다. 듣고 나니 제법, 웃긴 모습이기도 하고. 심각한 상황에서 되려 웃음이 나온다는 게 이런 건지. 아무렇지 않은 척 입술을 축이며 공간을 돌아본다.)
 
당신이 대항에 성공하면, 루주가 몸을 휘청입니다.
 
눈을 감고 바닥으로 쓰러지는 것을 받아낼 틈도 없이 공간이 크게 울리는듯한 진동을 느낍니다.
 
보호진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합니다.
 
의식이 점차 멀어져갑니다.
 
정신없고 알 수 없는 일들 뿐이었습니다만 이제 돌아갈 수 있는걸까요?
 
맞아, 돌아가고 나면…
 
 
 
 
당신은 울리는 휴대전화 소리에 눈을 뜹니다.
 
그곳은 당신이 잠들었던 푹신한 침대 위.
 
하늘은 맑게 개어있고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아침이 시작되고 있네요.
 
카이 레스터:(반쯤 감은 눈으로 손을 더듬어 전화를 받는다.) ....... 여보세요?
 
전화 너머로 울리는 목소리는 루주의 것입니다.
 
루주:아, 인났는갑지? 밤 사이에 있던 일 기억하나 싶어가 전화했다.
 
카이 레스터:(아침부터 이게 무슨 소린지,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 보면 의식과 함께 '잠들기' 전의 기억이 선명해진다.) 아, 어. 응. 네 개꿈?
 
루주:개꿈?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를 내며 휴대전화의 뒷편을 두드린다.) 마. 우째 보믄 것두 맞제. 어야, 개꿈.
대화 좀 하까 싶어가. 잠깐 만나까?
 
카이 레스터:덕분에 죽는 줄 알았다?
 
루주:아이, 참. 내는 캐도 협조했는디~
 
카이 레스터:뭐, 그래. 어차피 쉬는 날이니까.
 
루주:하모 내 그짝으로 가께. 쪼매 있다 보제이~
 
발랄한 그의 음성을 끝으로 뚝, 전화가 끊깁니다.
 
정말, 뭐였을까요, 그 꿈은.
 
무어든, 루주에 대해 놀릴 거리가 생긴 것 같으니, 우선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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