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우:(고개를 끄덕인다.) 지금부터 더 알아봐야겠지. 엎든, 일상으로 돌아가든.
그건 알아보고 증거를 찾은 다음 할 일이야.
 
르누아르:(조용히 생각하는 듯하더니 몸을 바로 세우며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그러고 보면 슬슬 뜰 때도 됐지.
저 녀석들은 멀쩡하려나.
 
장시우:(르누아르의 뺨이 닿았던 어깨를 반대편 손으로 꾹 쥐더니, 문 앞에서 슬금 방 안의 기척을 살핀다.) 들어가 봐야 하나.
 
나인:(타박타박 방에서 나간다.) 르누아르 형~
 
루베르:(빌빌빌.)
 
르누아르:어어, 멀쩡하네. (오른손을 들어 보이며 나인과 루베르에게 시선을 둔다. 발리송이 사라진 것은 눈치챘는가.)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장시우:(힘없이 걸어나오는 녀석들을 보고 의아한 낯을 짓는다.) 왜 그렇게 힘이 없냐? 너희도 안에서 이상한 걸 봤어? 이따시만하게 크대?
 
잘 모르겠네요.
 
주머니가 좀 가볍긴 한가? 익숙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죠.
 
나인:(피가 멎었지만 혈흔이 남은 손에 발리송을 쥐고 있다. 그것을 르누아르 형에게 내밀며 히죽 웃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져가 버렸어요.
 
루베르:네? 저는 그냥 빌빌대는 건데요?
 
나인:말도 없이 쪼금 써 버렸어요. 미안해요~
 
르누아르:....... 어? (반사적으로 주머니를 더듬어 보다가, 내밀어진 것을 받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이건 또 언제 가져갔냐.
 
나인:정신 차리고 보니까 내 손에 있었어요.
 
장시우: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루베르는 그냥 빌빌대는 거구나. 순식간에 납득했다)
 
나인:(정말 곡하는 것들이 있던 C동 쪽을 힐끔 본다.)
 
C동으로 향하는 문이 보일 리 만무하지요. 이곳은 C동과 이어져있는 곳이 아니니까.
 
르누아르:(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고 몸을 빙글 돌린다.) 그 녀석, 집무실도 있댔지?
거기도 이상한 거 꽁쳐 뒀을 것 같은데. 어느 쪽이었더라.
 
나인:(대충 방향은 알겠지......!)
 
나인의 눈엔 흰 벽만이 보이지만,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저 너머의 동굴에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득시글하다는 것을요.
 
나인:에, 어디더라.
 
그러고보니…… 뭔가 이상하네요.
 
연구원 둘만이 아니라 피실험자 둘도 곳곳을 헤집고 있는데
 
여러분을 바라보는 시선은 커녕 수군거림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르누아르:(길을 물어볼 만한 인물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주영빈의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다.) 다 퇴근이라도 했냐? 이거 원, 쥐새끼 하나 안 보이는데.
 
퇴근을 하기엔 이른 시간입니다.
 
단체로 어디로 이동하기라도 했나?
 
루베르:(조기 퇴근인가?)
 
나인:다 어디 갔지?
 
장시우:이상하게 조용하네.
(일단 선두에 서서 놓쳤던 집무실로 향한다.)
 
나인:(길을 까먹었다~ 실장님 뒤를 졸졸 따른다.)
 
누구의 집무실로 향하나요?
 
르누아르:(담배 한 개비를 꼬나물고는 불 붙이며 장시우를 따라 걷는다.)
 
장시우:(제 1 연구실장 린웰의 집무실이다.)
 
여느 때와 같이 깔끔하기에 짝이 없는 집무실입니다.
 
책상에 들어가 있는 사무용 의자와 책상 위에는 사무용품과 함께 서류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책장에는 양장본으로 된 여러 서적들이 빼곡해요.
 
나인:(서류를 형이랑 아저씨와 함께 들여다본다~)
 
르누아르:(발로 문을 열고 들어가 서적을 뒤적거린다.) 성격 보이네.
 
장시우:(뭐? 형은 누구고 아저씨는 누구냐?라는 상념의 불만.)
 
서류 표지에는 ‘엘피스 프로젝트 참가 동의서’가 크게 적혀 있습니다.
 
‘범유행 전염병 판도라에 대한 치료제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로 실험은 판도라에 감염되어 사망한 뒤 소생한 자(이하 변이체로 기술)를 이용한다.’
 
‘국가비상사태로 인해 위험 근무수당을 약속할 수 없다.’
 
‘해당 프로젝트의 모든 내용은 외부로 발설 불가능하다. 프로젝트 진행 시 참가자의 사생활을 보장할 수 없다.’
 
‘프로젝트 참가 시 참가자의 사촌 이내의 직계 및 참가자가 요청한 인물 최대 4인에 한하여 쉘터의 우선권을 지급한다.’……
 
와 같은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나인:
자료조사
기준치: 30/15/6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르누아르:
자료조사
기준치: 20/10/4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장시우:으음.
자료조사
기준치: 75/37/15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르누아르:(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운 필터를 연거푸 빨아들이며 활자를 읽어 내리다가 금방 흥미를 잃는다.)
 
나인:이랬나...? (기억이 가물가물한지 갸우뚱거린다.) 약물 부작용인가, 과거에 있었던 일이 잘 기억이 안 나요.
 
장시우:(린웰의 이름이 없나 찾아본다.)
 
루베르:
자료조사
기준치: 75/37/15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르누아르:우리는 연구원이 아니잖냐. 애초에 보여 줄 일이 없었을 것 같다? (서적을 뒤적거리다가 한 권을 뽑아 본다.)
 
나인:아! 피실험자는 아니구나.
 
루베르:호오~
 
르누아르:(서적을 펼쳐 들여다보며 눈쌀을 찌푸린다.)
어어, 이거 보고 싶은 놈은 보고....... (뭔 소린지 모르겠는 것을 책상에 그대로 내려놓고는 액자를 집어들어 장시우에게 내민다.) 형씨.
이 사진 본 적 있어?
 
장시우:(이것만으로 뭘 알 순 없지만 우선 노트에 기록한다. 무언가 잊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르누아르에게 고개를 돌린다.) 뭔데 그래.
 
르누아르가 내민 것은 졸업 기념사진으로 보입니다.
 
학사모를 쓰고 꽃다발을 들고 있는 사람은 얼굴이 손상된 채입니다.
 
그 사람을 가운데로 두고 왼쪽에는 연구소장이, 오른쪽으로는 제2 연구실장과 제3 연구실장이 서 있습니다.
 
당신이로군요.
 
지금으로부터 10 년은 더 어려 보입니다.
 
장시우:(미간을 찌푸린다. 이게⋯⋯ 기억이 나나?)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루베르:실장님도 젊을 때가 있었구나.
 
나인:(헤에. 액자를 힐끔 보고서 서적을 펼쳐 읽는다.)
 
르누아르:아하학. 못 알아볼 뻔했다니까.
 
장시우:
SAN Roll
기준치: 42/21/8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음, 하하. 그랬지, 그랬지.
짜식 몰라보게 변했다니까. 나도 그렇냐?
그런데 이놈 얼굴은 왜 이렇게 되어 있대. (받아들은 액자 위를 엄지로 문질문질 한다.)
 
르누아르:흐음. (재밌다는 낯으로 사진과 장시우를 번갈아보다가 액자를 놓아 주고는 의자를 빼 앉는다.) 나이 먹는 게 마냥 나쁜 건 아닌 것 같네.
그건 린웰 본인인가?
 
린웰의 사무실에 놓여있으니, 그 본인일 겁니다.
 
사진 자체에 얼룩이 진 듯, 액자를 닦는 것만으로는 깔끔해지지 않습니다.
 
르누아르:(책상 위에 뒤꿈치를 꼬아 올려 의자 등받이를 쭉 밀어 낸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딘가 기분이 나쁘단 말이지.
 
끼익, 소리를 내며 의자가 살짝 뒤로 밀려납니다.
 
책상 위의 간이 책꽂이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이 살짝 흔들리는 것이 보입니다.
 
나인:(뭐가 적혀 있을까? 포스트잇을 들여다본다.)
 
장시우:본인일 거다. (그래야만 해. 아니면 내 기억이 틀렸다는 게 되어 버리니까. 넌지시 대답하고 신경 쓰인 포스트잇을 들여다본다.)
 
아무래도 간이 책꽂이에 꽂혀 있던 서류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인 모양입니다.
 
그것을 들여다 보면 어렵지 않게 글자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라는 코멘트가 달려 있군요.
 
포스트잇이 붙은 것은 뇌과학 관련 서류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제목과 개요에는 뇌의 파장을 조정하여 의식을 공유하는 방법 따위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르누아르:(나인과 장시우의 시선을 따라 서류를 펼쳐 보았다가 질린다는 표정을 짓는다.) 으, 이건 또 뭔 소린데?
 
나인:......? (맹한 얼굴이다.)
 
루베르:(시력 나쁜 곰돌이 푸처럼 미간을 좁히고 가까이서 보았다가, 멀리서 보았다가.)
 
장시우:여러 방면에 관심이 많네. 이런 분야는 너무 과학적이라 비과학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란 말이지.
 
르누아르:의식을 공유, 의식을 공유....... 오. 몸 하나에 사람이 둘 들어가는 건가?
 
장시우:(책을 더 건드리진 않고 더 찾아볼 게 없는지 둘러본다.)
여긴 그놈 방보다 스케일이 좀 작냐?
 
이 이상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건 없는 듯 싶습니다.
 
르누아르:훨씬.
그 방은, 좀.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공간 같았으니까.
 
루베르:그랬어?
 
르누아르:넌 안 그랬냐?
 
장시우:것참 비밀은 원래 많은 놈이긴 했지만. (손을 툴툴 털고 나서서 2 연구실장 집무실을 찾는다. 사람은 없고, 이렇게 된 이상 못 들어갈 것도 없다.)
 
루베르:적어도 르누아르처럼 우아아~ 하진 않았단다!
 
멀지 않은 거리에 제2연구실장의 집무실이 보입니다.
 
르누아르:아하학. 내가 그런 소리를 냈다고? (유쾌하게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나 장시우가 향한 곳으로 걷는다.)
 
루베르:비유지, 비유.
후후!
(쫄랭쫄랭.)
 
제2연구실장의 집무실은 지나칠 정도로 깔끔합니다.
 
책장에 꽂힌 서류마저 결이 튀어나온 것 없이 맞춰져 있습니다.
 
책상 아래에는 3단으로 된 서랍이 달려 있고 사무용 의자는 책상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르누아르:(꽁초를 장갑 위로 비벼 끄고는 집무실에 들어가 서랍을 한 칸씩 열어 본다.) 이 놈은 방도 이상하더니만.
 
장시우:(으음. 뒤따라오는 일행들이 전부 온 것을 확인하면 책장 먼저 살펴본다.)
 
나인:(의자를 책상에서 냅다 빼 본다.)
 
루베르:(냅다 맨 윗서랍을 빼 본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To GM):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49
판정결과: 실패
 
르누아르:(심드렁하게 두 번째 서랍을 연다.)
 
장시우:
자료조사
기준치: 75/37/15
굴림: 7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르누아르:(서류를 꺼내 읽어 본다.)
 
장시우:음? (찾은 서류들을 꺼내서 둘러본다.)
 
나인:뭐 있어요?
 
루베르:호~
 
(To GM): 저한테 주실 정보가 아닌 것 같.......
 
루베르:엘피스 성분 분석표 찾았어요~
엘피스 α부터 η까지 있는데, α에는 별다른 별첨이 없고, ζ에는 보균자 섭취, η에는 증상 발현자 투약, 이라는 게 붙어 있는데~
ζ랑 η는 계속 계랑을 했네요. 추가 번호가 붙어 있는 걸 보면.
 
르누아르:중단명령? 연구를 지원해 줄 여력이 없다. 부지 전체가 위험 구역, 이라니. 여기 얘기야? 출입이 금지됐다고? (한쪽 눈썹을 들어올리며 손에 들린 서류 내용을 소리 내어 읽다가 시선을 되돌려 두세 번 다시 읽는다.) C동이 아니라 연구소 자체에서 나가지 말란 소리냐......?
 
나인:(갸웃거린다.) 근데 이러면 피실험자랑 연구원의 차이가 뭐예요?
 
장시우:적재적소에 맞는 인원으로 배치된 거야. 연구원이건 피실험자건 간에 모두 보호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점도 두말 할 것 없는 사실이고.
소장실로 가 보자. 뭔가 잊었던 게 있을지도 몰라.
 
르누아르:이건 챙긴다? (들고 있던 서류를 접어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팔랑거리고는 집무실을 나서 소장실로 향한다.)
 
나인:(의자에서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실장님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간다.)
 
소장실의 문은 잠기지 않았습니다.
 
문을 여나요?
 
장시우:(선두에 서 있으니 먼저 문을 열어젖힌다.)
 
문을 열고, 동시에 들이닥칩니다.
 
진물이 눌어붙어 누렇게 변색한 의료가운과 썩어가고 있는 듯 시커먼 피부, 그리고 듬성듬성 머리카락이 빠진 머리통.
 
‘키약-!’ 따위의 소리를 내며 장시우에게 달려드는 변이체.
 
루베르:오와우.
 
나인:으악, 실장님!
 
르누아르:염병할. (장시우의 가운 뒷덜미를 잡아 뒤로 당기며 변이체를 걷어찬다.)
 
장시우의 몸이 뒤로 훅 당겨지며 르누아르가 발길질을 하면,
 
……?
 
잠잠합니다.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도, 쓰러지는 소리도 나지 않습니다.
 
루베르:음?
 
눈을 한 차례 깜빡이면, 텅 빈 소장실만이 보입니다.
 
르누아르:.......
 
나인: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르누아르:
SAN Roll
기준치: 32/16/6
굴림: 3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나인:2
 
르누아르:아아, 이젠 헛것을 다 보네. (마른 세수를 하고는 장시우를 돌아본다.) 괜찮냐?
 
장시우:(뒤로 당겨진 몸뚱아리는 넘어가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정면만을 응시하며 거칠어진 숨만 들이쉬었다 내쉰다.) 뭐야, ⋯⋯. 뭐야 방금.
 
루베르:이상하다?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장시우: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루베르:2
 
장시우:(3)
 
나인:(분명히, 분명히 달려들었는데. 없어. 역시 이건 꿈인가? 그래, 꿈일 거야. 깜빡깜빡 꺼졌다 켜지는 정신이 언제 완전히 끊길지 모르는 것처럼 아득하다. 출혈이 멎은 팔목의 상처를 손톱으로 헤집는다.)
 
르누아르:뭐긴 뭐야, ....... 단체로 미쳐 가는 거지. 나만 본 건 아닌 것 같은데. (넘어진 그 앞에 쭈그려 앉아 호흡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팔을 내민다.)
 
방금 전에 그건 뭐였죠?
 
C동에서 변이체들에게 시달려서 환상이라도 본 걸까요?
 
그렇지만 환상으로 넘기기에는….
 
장시우:씨발. ⋯⋯. (펜을 쥐고 있던 손은 벌벌 떨린다. 머잖아 주저앉은 채로 그 손을 내리꽂았고, 펜촉은 검은 수트 바지를 입은 허벅지 위로 꽂혀 긁힌다. 잘 찢어지지도 않는 천 위로 펜을 몇 번이나 그었다. 시끄럽게 남은 자상 위로 검은 펜자국이 함께 그인다.) 나가야 돼. (도망쳐야 돼. 깨. 깨라. 이건 꿈이야.)
 
장시우: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르누아르: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루베르:(별안간 이어지는 자해 파티에 감은 눈을 깜빡? 였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나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자해를 할 경우 한 번 이어질 때마다 HP가 1씩 감소합니다.
 
장시우:
SAN Roll
기준치: 38/19/7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르누아르:잠깐, 씹....... 정신 좀 차려! (붉은 혈이 익숙하게 터져 나오고, 그 위로 몇 번이고 더 긁어 내려는 팔뚝을 붙들어 저지하려 한다.) 장시우.
근력
기준치: 80/40/16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장시우:(젠장. 1)
 
르누아르의 손길에 장시우의 손이 잠시 멎습니다.
 
GM:르누아르가 손을 떼지 않는 한 추가 HP 소모는 없습니다.
 
소장실은 텅 빈 채로, 손님 접대용 탁자 다리에는 수갑 하나만 덜렁 걸려 있어요.
 
장시우:(눈가가 축축해질 것 같을 즈음에 팔뚝을 잡혔다. 이래도 안 깬다고. 이름이 들리지만 멀거니 흩어지는 포말 같다. 잡힌 팔뚝을 엉성하게 뿌리치려 한다. 어어, 어. 하는 목소리를 내지만 무어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나 자신도 모르는 것 같았으니까.)
 
퀴퀴한 냄새가 납니다.
 
장시우:
근력
기준치: 55/27/11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C동에서 맡은 냄새와 유사합니다.
 
루베르:(나인의 등을 토닥였다.) 나인 군, 타투는 타투이스트에게 받는 게 좋단다.
 
장시우가 르누아르의 손길을 떨쳐냅니다.
 
GM:장시우, 추가 다이스를 (또) 얻습니다.
 
장시우:(그래도 방금 잡힌 완력이 제정신을 되찾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는지 펜을 쥔 손의 손목을 다른 손으로 움켜쥐고 그것을 막아내려 한다.)
 
장시우: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장시우는 가까스로 그으려 드는 손을 멈춥니다.
 
힘을 강하게 준 탓에 손등으로 힘줄이 거칠게 돋습니다.
 
장시우:꿈이, 꿈이 아니야? (여전히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 펜을 무의식적으로 떨구고 피가 묻은 손을 이리저리 눈 앞에 돌려 본다. 가장 상식적이어야 옳을 사람이 비상식적인 말을 뱉는다.)
 
루베르:에구.
 
르누아르:무슨 힘이 이렇게 더럽게 세? (뿌리쳐진 것이 떨떠름한 듯 그답지 않게 미묘하게 근심 서린 눈으로 지켜보다가 낮은 한숨과 함께 셔츠 밑단을 길게 찢어 낸다. 핏물 튀긴 손이 멈춘 것을 확인하면 펜부터 뺏어다가 옆으로 던져 둔 뒤 검은 천조각을 장시우의 허벅지에 감아 묶는다.)
응급처치
기준치: 30/15/6
굴림: 2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루베르:여긴 현실이에요, 실장님! 3, 2, 1, 짠! (장시우의 눈 앞에서 손가락을 튕겨 딱! 소리를 냈다.)
 
르누아르:3
 
나인:(지혈한 게 터져 다시 뭉글뭉글 핏물이 피어나는 제 팔의 상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꿈....
 
루베르:
정신분석
기준치: 1/0/0
굴림: 8
판정결과: 실패
 
루베르는 잠깐의 불운을 감내하기로 합니다.
 
뭐, 그로인해 정신을 차린다면야.
 
어느모로 보아도 이득이죠.
 
솔직히, 이곳에 있는 것 부터가 불운이잖아요?
 
장시우는 루베르의 불운으로 말미암아 제정신을 차립니다.
 
루베르:정신이 드세요, 실장님?
여기는 2307 년의 연구소예요.
후후!
 
장시우:(정신을 차린 것도 잠시간이겠지만, 어느새 처치된 다리를 초점 풀린 눈으로 멀뚱히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눈 앞에 유리가 깨지듯, 일순의 총성이라도 들리듯 울리는 소음에 고개를 번쩍 든다.) 하, ⋯⋯. 젠장. (헛소리는 가볍게 넘겼다.) 고맙다. (그러다 급히 일어나서 고통을 욱여누르고 제 시야 안에 보이지 않는 한 명을 찾는다.) 꼬마는.
 
루베르:('왼손'은 여전히 주머니 속에. 오른손으로 나인 군의 등을 팡팡팡팡.)
 
르누아르:이 녀석은 미친 게 맞고. (매듭을 꼼꼼하게 동여매고 나면 몸을 일으켜 무어라 중얼거리는 나인의 눈 앞에 손바닥을 흔든다.) 어이, 괜찮냐?
 
나인:.... 꿈에서 깨어나는 방법이 뭐였죠?
 
장시우:다행, ⋯⋯. 아니, 팔이 왜 그래. (제 허벅지도 아프긴 매한가지지만, 그 자리를 꾹 누르다. 나인을 바라보며 미간을 설핏 구겼다.) 설마 네가 한 거냐?
 
나인:아하하. 꿈에서 깨어나야 하니까요.
 
루베르:꿈에서 깨어나는 방법은, 힘차게 기상하면 된단다.
 
나인:비현실적이야. 전부 꿈이잖아요, 이런 거. (눈이 몽롱하게 풀려 있다.)
누가 나를 깨워 주지?
 
루베르:같이 외쳐 볼까? 힘차게 기상~
 
나인은 아직 몽롱해 보입니다.
 
나인:기상~!
(그리고 다시 제 상처를 내려다본다.)
그대로인데.
 
루베르:그야, 상처는 진짜란다.
고로 여기는?
진짜~
 
나인:(멍하니 루베르 형을 바라보다가 히죽 웃는다.) 아니, 그럴 리 없어요.
 
루베르:그럼 혹시 여기에 있는 나도 나인 군의 꿈 속에 있을 뿐인 인물이니?
 
장시우:(꽁트에 가까운 대화를 바라보다가 루베르가 자신을 깨우듯 일으켰던 것을 떠올린다. 이대로는 전원이 못 움직인다. 다시 깨워 줘야겠구나. 나인의 머리를 힘 주지 않고 가볍게 쓸어내리다가,) 잠시 이리 와 봐라.
 
나인:덜 아팠나? 어디까지 찢어야 하지? 죽으면 깨어나나? (중얼중얼거리며 손끝으로 팔의 상처를 헤집는다.)
 
장시우:(지척 거리에서 양팔을 느슨하게 벌린다.)
 
나인:응, 꿈속의 인물.
 
루베르:에구구.
 
나인:(시우 실장님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인다.)
 
르누아르:그런다고 안 깬다, 인마. (지나치게 익숙한 형태의 상흔을 내려다보다가 혀를 차며 뒷목을 꾹꾹 누른다.)
 
루베르:아까는 불행 중 행운이었으니까요~
 
나인:(타박, 타박. 떨어지는 핏방울을 남기며 걸어가 시우 실장님 품에 몸을 기울인다.)
 
루베르:나도 꿈 속의 인물이라면, 그래. 그 이름을…… '이테르' 정도로 해 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안 그러니, 르누아르?
 
르누아르:어? 뭐....... 꿈속이라고 이름이 다를 필요가 있냐?
 
루베르:간지 나잖니.
(찡긋?)
(눈은 감고 있지만.)
 
장시우:(옷에 피가 묻든 어쩌든 상관 없었다. 여전히 꿈 같지만, 꿈에서도 연구소의 사람들을, 너희 셋을 지켜 주어야 하는 건 나니까. 방금 찰나의 순간들을 되짚으며 한숨을 쉬었지만 곧 품에 기대는 어깨를 끌어안고 뒤통수와 목덜미를 천천히 토닥인다.)
정신분석
기준치: 41/20/8
굴림: 99, 95, 95
+2: 실패
+1: 실패
  0: 대실패
-1: 대실패
-2: 대실패
 
장시우의 이성이 일순 흐려졌으나, 불행 중 다행으로 금새 다잡습니다.
 
장시우:
정신분석
기준치: 41/20/8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장시우의 도닥임에 천천히 현실이 일깨워집니다.
 
나인은 몽롱했던 의식이 선명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나인:(불안정하게 호흡하던 작은 몸뚱이가 손길을 따라 오르내리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초점이 풀린 눈이 서서히 또렷해지고, 팔의 통증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아.... 아야, 어?
 
루베르:안녕, 나인 군!
루베르냥이란다.
 
나인:(어떤 상황인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지 않는다. 고개를 들어 실장님의 얼굴을 잠시 올려다보다가, 그냥 그 품에 얼굴을 묻고 조그맣게 웅얼거린다.) .... 고맙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려 배시시 웃는다.) 야옹?
 
루베르:냐아~
 
장시우:(불행하게도, 제 정신도 온전치 못하다. 어쩌면 이 중에 제일 난선인 것이 저일지도 모르겠다만. 어서 해결책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천천히 쓸어내려 주고서야 나인을 품에서 놓아 준다.)
(그리고 직전 르누아르의 상태를 살필 때와 같은 말을 뱉는다.) 괜찮으면 됐다.
 
나인:응, 괜찮아요. (적어도 지금은요. 언제 다시 정신을 놓아 버릴지 모른다. 히죽 웃는다.)
 
르누아르:(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내다가 몇 개 남지 않은 것을 보고는 고개를 기울인다. 마저 입술 사이에 물린 뒤에 담뱃갑을 장시우에게 권하며 소장실 내부를 둘러본다.) 형씨도 한 대 할래?
 
소장실은 텅 빈 채로, 손님 접대용 탁자 다리에는 수갑 하나만 덜렁 걸려 있어요.
 
장시우:(웃음을 넌지시 바라보고 나인의 등을 토닥인 뒤 소장실 내부로 들어가려다, 내밀어진 르누아르의 권유를 거부하지 않았다.) 고맙다. (여전히 덜덜 떨리는 팔을 뻗어 담배 한 개비를 쥐고선 힘이 어설프게 들어간 손으로 라이터를 툭툭 켜 불을 붙였다. 훅 빨아들이고 나서야 숨을 가다듬는다. 무엇을 가두었다는 거지. 수갑에 가까이 가서 쭈그려앉았고, 남은 흔적 따위는 없는지 확인한다. 걸려 있는 쪽의 반대편은 수갑이 열려 있나?)
 
탁자 다리에 걸려있는 수갑은 얼룩덜룩 무언가 알 수 없는 진액이 묻어 더러워 보입니다.
 
반대편은, 잠겨 있네요.
 
그리고 그 근처에도 수갑에 묻은 비슷한 성질의 진액이 바닥에 스며들기라도 했는지 바닥 색이 변색되어 있습니다.
 
르누아르:(재미, 있나. 자신이 무엇에 이끌리고 무엇에 들뜨는지 스스로 정의 내려 본 적 없으나, 당장의 상황은 어쩐지 그닥 유쾌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라이터를 꺼내 간략한 손짓으로 얇은 원통 끝에 불을 붙이고는 탁자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시선으로 훑는다.)
 
장시우:(액체? 만지진 않고 고개를 숙여 수갑이며 바닥에 남은 흔적을 빤히 바라본다. 성분이 뭐지? 인간의 것인가?)
 
장시우:
의료
기준치: 71/35/14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르누아르:뭔데? (진득한 것을 장갑 낀 손끝에 묻혀 냄새를 맡아 본다. C동에서 보았던 것들에게서 나올 법한 액체인가.)
 
나인:(기웃기웃 같이 들여다본다.)
 
장시우:이거 만지지 마.
2 차 감염의 소지가 있어. (여기 정말 누군가 갇혀 있었던 건가? 무릎을 툭툭 털어내고 일어선다.)
 
소장실의 탁자 근처 바닥에는 마구잡이로 긁은 듯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 오랫동안 이곳에 감금당해 있었던 걸까요?
 
장시우:유쾌하진 않구먼.
 
나인:(뭔가 흔적 같은 게 남아 있진 않나? 글씨라거나. 탁자를 기웃기웃, 벽면을 기웃기웃.)
 
르누아르:흐음. (흥미롭다는 듯 진액을 비벼 보다가 탁자에 몇 번 닦아 낸다.) 그것들은 C동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가 봐?
 
질척하고 진득하며 악취가 쏟아집니다.
 
아무래도 퀴퀴한 냄새의 원인인 듯 합니다.
 
다른 흔적은 남아있지 않은 것 같네요.
 
루베르:으악. 내 코.
 
장시우: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모든 것이 사라진 이유가 뭔지.
린웰을 찾아야겠다.
 
르누아르:그놈이 어디 있을 줄 알고?
 
장시우:(떠올려 본다. 그놈의 방과 집무실은 우리가 거쳤고, 어디에 있을 거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디에 있을 것이란 말은 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영빈의 시신을 신경 쓰는 눈치였죠.
 
분명 그것이 사라졌음에도.
 
그가 말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장시우:⋯⋯. (연구소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지?) 유기? 처리? ⋯⋯. 아니면 소각?
 
르누아르:갈라지고 난 뒤에 우리가 간 곳이 그 녀석 방이랑, 집무실, 다른 집무실....... 얼레? 형씨도 집무실 있지 않아?
 
장시우:⋯⋯. 어. 있지?
 
르누아르:둘러보는 김에 거기도 가 보지? 궁금하걸랑.
 
장시우:못 그럴 건 없지만. ⋯⋯. 굳이?
너는 왜 이렇게 나한테 관심이 많냐.
 
르누아르:(가볍게 팔을 벌려 어깨를 으쓱이곤 먼저 복도로 나선다.) 보고 싶은데, 안 보여 줄 거야?
 
나인:와아, 나도 보러 갈래요. (르누아르 형 뒤를 졸졸.)
 
장시우:너네는 왜 이렇게 나한테 관심이 많냐고.
 
루베르:언제나 관심이 많은 편이었죠.
 
장시우:하아. ⋯⋯.
가자, 그래. (선두에 서서 자신의 집무실로 향한다. 보나마나 평범한 일을 했겠지. 그런데, 나도 신경 쓰이는 게 있다.)
 
르누아르:아하학. 땡큐~. (장시우의 어깨를 감아 두드리며 나란히 걷는다.)
 
여러분은 나란히 제3연구실장의 집무실로 향합니다.
 
장시우:(어깨에 둘러진 팔을 내치지 않고 걸어간다. 어쩐지 소풍처럼 됐는데.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늬들 오늘 새에 뭔가 기억이 희미하다고 느낀 적 없냐?
 
책상 안에 들어가지 않은 사무용 의자 덕인지 약간의 인간미가 느껴지는 집무실 입니다.
 
책상 위에는 각종 사무용품과 책꽂이가 놓여 있고 서류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습니다.
 
책장에는 각종 논문과 다이어리가 꽂혀 있습니다.
 
나인:(다이어리 빤. 빠아안.)
 
장시우:⋯⋯.
 
검은색과 민트색 다이어리 2권이 꽂혀있습니다.
 
루베르:혹시 실장님, 벌써부터 오락가락하시는?
 
장시우:(그럴 줄 알았다는 눈치다.) 묻는 말에나 대답해, 짜샤.
있어, 없어.
 
르누아르:(담배에서 재를 털어 내고는 입에 문 채로 살짝 웅얼거리며 대답한다.) 글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은 딱히 좋았던 적이 없어서.
 
나인:몰라요. 옛날 기억은 흐리고, 오늘은 자꾸 꿈꾸는 것 같거든요.
 
루베르:저어는 딱히 없었던 것 같답니다.
 
장시우:(물었던 담배는 어느새 끈 채, 제 어깨에 둘러져 있던 팔을 내려두고 익숙하게 자리에 늘어져 앉았다. 검은색과 민트색 다이어리를 펼친다. 보나마나 제가 썼던 내용이겠, 지. 싶은데 뭔 옘병 기억이 잘 안 나서.)
 
나인:(실장님이 가져가는 다이어리를 아쉽게 흘금거리고서 책상 위의 서류를 구경한다.)
 
르누아르:요새 들어 더 심해졌다면 심해졌을 순 있겠네. (장시우가 다이어리를 펼치면 책상에 손을 짚어 어깨 너머로 들여다본다.)
 
장시우와 르누아르가 다이어리를 보는 사이,
 
나인은 책상 위의 서류를 구경합니다.
 
음. 여러 논문이 중구난방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장시우:(천천히 읽어내리다 문득 린웰의 방에서 본 것을 떠올린다. 특별히 메모까지 해둔 것.) 통 속의 뇌라고 했지.
 
괜히 함부로 건드렸다가 엎지르지 않는 게 좋을 것으로 보여요.
 
나인:오, 논문. (하나도 모르겠다.)
(책상 위의 사무용품과 책꽂이를 뒤적뒤적.)
 
장시우:내가 정말 오락가락한 건지 뭔지 몰라도, 내가 기억이 아예 안 나거나 희미하게 났던 건 좀 예전부터였거든.
 
논문을 살펴보면 광견병 행동 양상, 알츠하이머 호전, 행태연구 등등 따위의 제목들이 보입니다.
 
책꽂이에는 최근까지 쓴 모양의 남색 다이어리가 꽂혀 있습니다.
 
르누아르:(미친 지는 이미 좀 된 건가. 미묘한 표정으로 다이어리의 내용을 읽다가 책상에 올려진 손가락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음.
 
장시우:(낮게 침음하다 다이어리를 덮는다. 말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듯한 태도다.) 내 행동거지를 기반으로 해서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웃기지만, 한 가지 가설이 떠오르는데 들어 볼래?
 
루베르:네~
 
나인:가설이요?
 
르누아르:(점점 묵직해지던 둔탁한 소리가 한순간 잦아들며 고개를 푹 숙였다가 상체를 일으켜 책상에 걸터앉는다.) 그래, 들어나 보자.
 
장시우:⋯⋯. (책상 위에 턱을 괴고 담배를 하나 더 문 채 불을 붙인다. 연기를 내뱉고서야 천천히 운을 떼었다.) 그 전에 질문 하나만 하자. 너희는, 살고 싶냐?
질문이 너무 두루뭉슬했나. 씨동에 있는 걸 보고서도, 어떻게 해서든 살고 싶냐?
 
르누아르:푸핫, 뭐 그딴 걸 물어. (다음 떨어질 말을 기다리며 입에 물었던 담배가, 웃음 소리 비슷한 것이 터짐과 동시에 바닥으로 떨구어진다.)
당연하지. 난 뒈질 생각 없다고.
 
장시우:나 진지해, 인마.
 
나인:당연히 살고 싶어요. 그게 본능인걸요.
 
루베르:음? 죽고 싶진 않죠.
 
나인:하지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장시우:(따라붙는 나인의 말에 숨을 잠시 멈추고 돌아봤다.) ⋯⋯. 연구에? 그러니까, 세상에?
 
나인:연구에 도움이 되는 게 세상에 도움이 되는 거 아니에요? (갸우뚱.)
나는 그래서 여기에 왔는데.
 
장시우:그럼, 그대로 린웰 녀석한테 가서 말해. 걔라면 네 마음씨를 참작할 거다.
내가 생각한 가설은 이거야. 그러니까. ⋯⋯. 약 이외에도 정신을 조작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거지. 여기에 자발적으로 들어와 있는 게 아니라, 갇혀 있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린웰도 나도 개입되어 있다는 것. (고개를 끄덕이다, 탁상 위에 있는 재떨이에 툭 재를 턴다.)
 
르누아르:....... (오가는 말들을 들으며 담배를 재차 꺼내 불을 붙인다.) 있잖냐, 그러고 보면. (책상 위로 손을 뻗어서는 남색 다이어리를 펼쳐 팔랑거린다.) 나 사실 기억이 안 나걸랑.
어쩌다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뭐, 간간이 재밌는 일도 일어나고 딱히 나쁠 것 없어서 흘러가는 대로 둬 봤는데.
 
나인:내 마음씨를 참작해 준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첫 페이지를 펼치니 2020년 9월 23일의 내용입니다.
 
모두와 함께 보나요, 르누아르?
 
루베르:(기웃, 기웃.)
 
르누아르:(구태여 타인에게서 숨기지는 않는다.)
 
루베르:
외국어 Roll
기준치: 1/0/0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장시우:자세히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남게 해 줄 거란 거지. 또, 시간과도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 (남정네 둘이서 비밀 놀이처럼 제 다이어리를 보는 게 영 내키지 않았는지 걸어가서 옆에서 들여다본다.)
 
르누아르:확실히 내가 봐도 우리가 제정신은 아닌 것 같긴 하다. 으하학.
 
장시우:너무 자세한 건 묻지 마. 나도 모르겠으니까. ⋯⋯. (보고 충격 먹었는지 눈가가 크게 떨린다.) 이게⋯⋯.
SAN Roll
기준치: 37/18/7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젠장 4)
 
르누아르:근데 분홍색 절지동물? (장시우마저 옆에서 기웃거리면 적혀 있는 것을 손가락으로 짚어 내며 중얼거린다.) 절지동물이면, 뭐. 벌레 같은 거냐?
 
나인:벌레의 제안...?
나는 이 연구소에 남아도 상관없어요. (배시시 웃는다.) 조언 고맙습니다.
 
장시우:(시발⋯⋯. 자꾸 아득해지는 정신을 굳이 굳이 뻗대고 차려 본다. 그리고 읽을 수 있는 글을 읽어 본다. 나도 모르는 언어가 있는 것 같은데.)
언어(모국어)
기준치: 80/40/16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언어(서어)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아무것도 모르겠다.)
 
르누아르:(미간을 찌푸리며 그 아래의 내용을 잠시나마 해독해 보려 하다가 고개를 돌려 무언가에 동요하는 듯한 장시우에게 시선을 둔다.) 거, 형씨. 괜찮아?
외국어 Roll
기준치: 1/0/0
굴림: 19
판정결과: 실패
 
알아볼 수 없는 문자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이후 평범한 내용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르누아르는,
 
16개의 다른 종류의 언어로 쓰였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한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언어를 바꿔가며 글을 쓴다고요?
 
대체?
 
이게 말이 됩니까?
 
르누아르:
SAN Roll
기준치: 32/16/6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장시우:⋯⋯. 모르겠어. (팔을 들어올려 머리를 헤집다가 거세게 쥐어뜯는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힘을 넣다가, 머리칼이 몇 개씩 뽑힐 만큼 드세지는 순간부터 주변인들에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장시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르누아르: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나인:어? 어어? 머리카락 뽑혀요, 실장님. (눈에 띄게 힘이 들어간 손을 알아차리고 시우 실장님의 손목을 살짝 잡아당겨 말린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르누아르:아, 아학. 씨발. (다이어리를 책상 위에 거칠게 내려놓으며 몸을 앞으로 숙이더니 실실 웃어 대기 시작한다.) 난 죽지 않아. 이딴 데서 정신 나간 놈들이 바라는 대로 놀아나 줄까 보냐. 난, 나는. (머리를 감싼 채 잘게 떨며 중얼거리던 소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정도가 될 즈음, 다리에 힘이 풀리기라도 한 마냥 바닥에 무릎을 대고 고꾸라지더니 허연 목덜미에 양손을 단단히 감아 혈관을 짓눌러 댄다.)
 
루베르: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혹시 루베르,
 
투시라도 익힌 걸까요?
 
다른 이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홀로 남색 다이어리를 바라봅니다.
 
루베르:흠?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간혹 연구원들이 C동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한탄 글이 남아 있네요.
 
루베르:5
 
나인:(시우 실장님을 말리던 손을 급히 놓고 르누아르 형에게 다가가 몸을 일으켜 세우며 목에서 손을 떨어뜨린다.) 진정해요, 형!
루베르 형, 진정제 없어요?
 
루베르:진정제? 이런.
르누아르, 진정! (급한 대로 르누아르의 정수리를 꿍 쳐 본다.)
 
장시우:(심호흡을 크게 한다.)
 
나인:
근력
기준치: 50/25/10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루베르:
근력
기준치: 50/25/10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루베르: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르누아르:컥, 흐윽. 꺼, 져 봐. (상대가 나인과 루베르라는 것은 인식했을까. 핏발 선 눈동자는 바닥에, 검은 손끝은 숨통에 고정한 채 손길을 떨쳐 내려 한다.)
근력
기준치: 80/40/16
굴림: 7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르누아르는 손쉽게 루베르의 손에서 벗어났으나,
 
위험한 순간엔 강한 힘을 발휘한다 했던가요?
 
나인의 손아귀에 팔이 딸려 나갑니다.
 
루베르:
광기의 발작 - 요약
기억상실:
탐사자는 낯선 곳에서 정신을 차리며, 자기가 누구인지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조금씩 돌아옵니다.
 
GM:루베르는 10분간 기억상실이 옵니다.
 
어라, 그러니까…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죠, 루베르?
 
아, 맞아.
 
연구를 마저 해야죠.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어요.
 
나인:(어렵사리 르누아르 형의 손을 떼어 내고서 억지로 시선을 맞춘다.) 형, 천천히 숨 쉬어요.
 
루베르:음.
내가 왜 여기에 있었더라.
 
장시우:(그새, 나인이 말리던 손이 떨어졌는지 아닌지도 감각하지 못한 채 머리를 쥐어뜯던 손을 겨우 내려놓는다.)
 
루베르:전 마저 연구를 진행해도 될까요? 어라, 왜 다들 상태가 이상하담.
 
나인:
정신분석
기준치: 1/0/0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르누아르:허억, 흐. 여기서 나가야 돼. 여기 있다간 전부 뒈질 것 같다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여전히 흉흉한 시선으로 나인을 보았다가, 재차 욕지거리를 짓씹으며 깊게 심호흡을 한다. 스스로 정신을 다잡을 수 있나.)
 
르누아르: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장시우는 가까스로 제정신을 다잡은 듯 합니다.
 
르누아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장시우:⋯⋯. 무슨 헛소리야, 너는 또. (루베르를 가만히 바라본다.) 우리 가야 할 곳이 있어. 소각장으로.
 
그렇죠, 이러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니까요.
 
루베르:연구를 진행하지 않고요? 소각장에는 왜 가나요?
 
르누아르:하아....... (서서히 흐릿하던 현실감이 돌아오면 힘 빠진 두 팔을 늘어뜨린 채 눈을 질끈 감는다.)
염병, 저 녀석은 또 왜 저래.
 
루베르:오, 르누아르. 마지막으로 봤을 때랑 상태가 좀 다른 것 같구나.
나인 군도 꽤나. 이런 상처는 없었는데.
그동안 진행됐던 연구 중에 그 정도로 상해를 입을 정도의 연구는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자해라도 했니?
 
장시우:린웰을 찾아야 해. (그 전에, 우린 뭘 하고 있었지? 뭘 또 잊었지? 집착적으로 정보를 돌아본다. 루베르만 보았던 것을 한 번 다시 뒤집어 보려고 했지만, 지금 무언가 더 충격적인 정볼 받아들였다간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루베르의 손목을 잡아 끌고 방 안에서 나선다.)
일단 이동하자. 가만히 있을 순 없어.
 
루베르:음, 린웰 실장님을요? 그렇군요.
(손목이 붙잡혀 질질 끌려 나가면서도 생각을 반복했다.) 그런데 실장님도 상태가 안 좋으시네요.
왜 이렇게 다들 다치셨어요? 어라, 나도 다쳤잖아?
 
르누아르:어어, 그래. 린웰 놈. 소각장에 가 보자고 했지. (눈꺼풀을 느릿하게 들어올리며 머리칼을 신경질적으로 헤집고는, 책상 위에 있던 남색 다이어리를 챙겨 집무실을 나선다.)
 
반 즈음 제정신이 아닌 루베르를 이끌고 여러분은 지하 소각장으로 이동합니다.
 
나인:(주의 깊게 셋을 살피며 가장 뒤에서 따라간다. 누가 어딘가로 튀어 가기라도 하면 붙잡아야 해.)
 
장시우:(이대로면 다 미쳐 버릴 거야. 평소라면 이런 증세를 보이는 피실험체나, 연구원에 대해 어르고 달랠 테지만 저도 정상은 아닌지 괜히 신경질적인 경향을 보인다. 입가에 물려 있던 담배는 어느새 머리를 쥐어뜯던 순간 바닥에 떨어뜨려 버리고 말았다. 재가 됐겠지. 급하게 지하 소각장으로 이동한다.)
 
소각장에 도달하면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는 제1 연구실장, 린웰이 있습니다.
 
아니, 제1 연구실장이 맞나요?
 
당신이 알고 있는 제1 연구실장은 저 사람이 맞나요?
 
장시우:⋯⋯. 린웰. (역시 이곳이었나. 도착하고 나서야 루베르의 손목을 풀어 주고, 타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그를 멀거니 바라본다. 그가 진짜 실장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그래도 믿었고, 내가 유일한 친구라고 생각하며 지내 온 녀석이니까.) 숨기는 건 이만하면 됐잖아. 이제 말해. (조용히 목소리를 낸다.) 다들 미치기 직전이야.
 
린웰 네쉬:어떤 답을 원하는지 모르겠는데. (불꽃에서부터 시선을 돌려 그들을 바라보며 반 쯤 몸을 돌렸다. 텅 빈 소각로가 타오르는 소리가 귀를 멍멍하게 일깨운다.) 전부 보고 왔어? 내 방을 본 것 같진 않던데.
 
장시우:⋯⋯. 씨동에서 일어난 이상 현상들, 환각. 너도 알 거 아냐? 왜 기억이 흐릿해지는지.
 
르누아르:(비틀리듯 서늘하게 치켜올려진 입꼬리 옆으로 맞물린 치열이 드러난다. 그래, 어쩌면 자신이 인지하기 한참 전부터 미쳐 있었을지도 모른다. 망설임 없이 장시우를 지나쳐 린웰에게 접근해 날 드러낸 발리송을 그의 목울대에 들이민다.) 하나만 똑바로 대답해. 여기서 나가면, 살 수 있냐?
 
장시우:썅, 나가는 방법 같은 건 아무래도 소용 없다. 이런 정신머리로 나가서 죽기밖에 더 하겠⋯⋯, 이봐.
 
린웰 네쉬:알지. C동이 무엇인지가 궁금해? 사라진 소장에 대해 궁금증이 인 건가.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목울대에 들이민 칼날에 짧게 헛웃음을 흘렸다.)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면, 그럴 수 있지. 살고 살지 않고는 어디까지나 네 역량에 달린 거고, 르누아르.
남아있는 걸 강제하지는 않아. 하지만, 이곳에 머무른 건 어디까지나 네 자의지. 잊어버린 것 같지만.
 
르누아르:....... 너는 아직 기억하나 보네? 네 말대로, 난 이제 모르겠거든.
 
장시우:그럼, 이번에도 나가지 않을 걸 결정하면 어떻게 되는지 말해.
 
나인:(나가지 않을 것을 결정한다면. 샛노란 앳된 시선이 린웰에게 고정된다.)
 
린웰 네쉬:이곳에 머물러, 다시 이 행위를 반복하겠지.
 
나인:거기에 의미가 있어요?
언젠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어요?
 
린웰 네쉬:……. (다시 소각로를 바라보며 잠시 말을 고르다 어깨를 으쓱였다.) 시간이 지나면 무어든 되겠지.
내가 아직 기억하느냐고 물었지? 그야, 기억해.
이전 회차의 마지막 생존자가 다음 회차의 제1연구실장을 맡는 건, 일종의 규칙이거든. 마지막 생존자는 연구 자료를 회수하고 다음 회차를 진행하기 위해 제1 연구실장의 역할을 받게 되니까.
 
장시우:⋯⋯. (침묵을 잇더니 르누아르의 손을 감싸 발리송을 쥔 손을 찬찬히 내리고, 소각로 앞에 다가서서 묵념한다.)
 
린웰 네쉬:(짧게 침묵을 지키다 어깨를 한 차례 으쓱인다.)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 진짜 주영빈은 밖에 있거든.
…아냐. 다음 회차에 다시 들어오겠다고 했으니, 눈을 감았다 뜨면 이곳에 있을지도 모르겠네.
 
장시우:(눈을 뜨고 천천히 목소리를 낸다.) 괜찮아. 가짜든 진짜든. 언젠가, 누군가는 이곳에서 타들어갔겠지.
그래도, 이번에 너는 내 친구였으니까.
 
르누아르:(번뜩이는 칼날과 함께 미세하게 떨리는 팔목에 핏줄이 돋았다. 손길이 닿아 그것을 아래로 밀어내면, 힘이 조금 더 들어가면서도 생각 외로 순순히 날을 거둔다.)
 
장시우:잊지 않을 수 있다면 네가 이번 회차의 나를 기억해 줘라.
 
르누아르:좆까, 그런 거라면 당장 너부터 죽이고 내가 마지막 생존자가 되면 끝인 거잖아?
 
린웰 네쉬:내가 최후의 생존자라면, 너희가 죽지 않더라도 이 자리를 탐내지 않는다면. 기억은 하겠지.
나가고 싶다면 길을 안내해 줄게. 진정하고 들어보는 게 어때?
 
르누아르:혀가 길다? 으하학. 그래, 그래....... 일단 들어나 보자고.
 
장시우:(그러다 고민을 마쳤는지 숨을 크게 들이켰다 내쉰다. 또 똑같은 짓을 반복하겠지. 대화 도중에, 의외의 발언과 함께 심호흡을 마친다.) 나는 남는다. 말마따나, 내가 없으면 연구도 지속하지 못할 테니까. (린웰을 최후의 생존자로 남기든, 나가려고 하든. 가장 쉬운 방법은 분명히 C동뿐일 것이다.) 꼬마가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거든, 세상에.
 
린웰 네쉬:현실의 상황부터 알려줄까, 아니면 나갈 방법을 먼저 알려줄까.
왜 이 일을 반복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그것부터 알려주고.
 
르누아르:상황. 바깥에는, 뭐가 있는데?
 
린웰 네쉬:판도라 바이러스로 괴멸된 나라, 미완성된 치료제, 몇 없는 살아남은 사람들.
어딘가의 쉘터에 생존자가 추가로 발생할 수도 있겠네.
 
르누아르: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 그럼. 치료제를 완성시키려고?
 
린웰 네쉬:맞아.
 
장시우:⋯⋯. (이젠 놀랍지도 않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나도 꼬마 말에 동의해. 세상을 돕기 위해서 이렇게 살아 왔으니까. 그래서 내가 결정한 방향을 생각하면, 너희를 지킬 수 있는 재량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이만 각자 가고 싶은 길로 향해.
 
린웰 네쉬:아마 짐작하고 있을 텐데, 여긴 서버 안이야. (본인의 관자놀이를 톡톡 친다.) 현실에서 연구소의 사람들은 신약 제조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어. 그들은 시간만 충분하면 치료제를 완성 시킬 자신이 있다고 했지.
그때 자신들을 과학자라 소개하는 외계 생명체가 접근한 거야. 뇌신경을 모두 공유하여 현실보다 시간 흐름이 몇십 배 빠른 가상 현실을 구축한 거고, 서버의 주축은 우리의 뇌인 셈이지.
몇 번이나 반복했다곤 하지만, 현실의 시간으론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을 거야.
 
르누아르:(이어진 문장들을 듣고는 한참 말이 없었다. 검게 가라앉은 눈동자에도 미동 없이 가만히 서 있다가 이윽고 입을 뗀다.) ....... 마지막 질문.
 
린웰 네쉬:해.
 
르누아르:여기선 죽어도 죽는 게 아닌 거지?
 
린웰 네쉬:그래. 왜, 내게 적의라도 생겨?
뭐. 서버, 그러니까 우리들의 뇌가 완전히 통합된 건 아니어서. 일어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어. 일어나는 것을 원하는 이들에게 그 길을 알려주는 것. 그것도 제1연구실장이 할 일이거든.
 
르누아르:(헛웃음을 흘리며 느릿하게 발리송 쥔 손을 들어 공중에서 돌린다.) 뒈지는 게 꿈이라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 줄 순 있는데 말이지.
 
린웰 네쉬:딱히. 뭐, 내가 죽더라도 시간은 다시 돌아가고 연구는 지속될 테니 네가 제1연구실장이 되고 싶은 거라면 말리지 않아.
다만, 덤빈다면 나도 최선을 다해 반격할 예정이니 알아두고.
 
나인:(잠자코 모든 이야기를 듣다가, 희미하게 웃는다.) 나는 이 세계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할 거예요. 필요하다면 내가 다음 제1 연구실장을 맡을게요. 근데 나 똑똑하지 않아서. (뺨을 긁적인다.) 내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장시우:(쭈그리고 앉아서 담배를 문다. 이게 이번 루프의 마지막 흡연이려나?) 뭘 싸우기까지 해.
 
르누아르:글쎄다, 돈 되는 것도 아닌데 연구실장 자리 먹어서 뭐 하게.
 
린웰 네쉬:그럼 그 자리를 포기하고 기다리면 되지. 복잡할 것은 없어. (목께의 핏방울을 대충 훑어 닦아내며 루베르를 본다.) 그쪽은 어쩌고 싶은데?
 
루베르:(빙그레!)
연구는 지속해야죠.
 
린웰 네쉬:……. 끝까지 알 수 없는 놈이구만. (웃는 소리.)
 
장시우:자, 그럼 결정된 거냐?
 
르누아르:하....... 그래, 이런 건 제법 나쁘지 않네. (시선이 떨어져 발리송을 문지르는 검은 손끝에 머문다.) 다들 금방 다시 볼 테니까 인사는 필요없지? 눈 감아라.
계속 이러고 있다가는 정신이 나갈 것 같아서. (이미 한참 미친 것 같지만. 일단 살아남는 방향으로. 생각이 정리되고 결심이 서고 나면 실행에는 거리낌이 없다. 관자놀이 옆으로 검지를 빙글 돌리며 실실 웃다가, 쥐고 있는 날을 들어 자신의 목을 깊게 긋는다.)
 
장시우:너, 뭐. 하는!
 
루베르:(언제나의 웃는 낯으로 그 모습을 보았다.) 나름의 엔딩이네요, 그런데 조금 당황스러운?
 
장시우:(르누아르의 손을 급히 저지한다. 금방이라면 살릴 수 있어.)
 
린웰 네쉬:…. (눈을 깜빡인다.) 이곳에서 회차를 반복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다. 문제 없어.
죽더라도, 정말 죽는 건 아니니까.
이곳의 생존자는 나와 너희들 뿐이야. 아주 소수만 남은 상태이기 때문에 서버를 백업한 뒤 다음 회차를 진행할 수 있어. 백업은 이미 되어있는 상태니, 문제 없을 거야.
 
장시우:젠장, 그래도 이 방법은. ⋯⋯. (손에 묻은 피를 움켜쥔다.)
 
나인:(말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본다. 스스로 목을 조르는 르누아르 형을 다급히 만류했던 아까와 달리, 더는 손을 쓰지 않는다.) 그냥 먼저 갔을 뿐이에요.
 
루베르:이야~ 연구가 끝이 없겠네요!
 
장시우:⋯⋯.
 
르누아르:(턱끝에서부터 낯짝으로, 검은 장갑 위 드러난 살갗으로 시뻘건 혈이 난잡하게 흩뿌려진다. 입가엔 비틀린 웃음이 박제된 채 쇳덩이가 먼저 요란하게 바닥에 부딪히고, 그 위로 묵직한 살덩이가 힘 없이 무너진다.)
 
이제 세상은 평등하게 멸망하고 구원은 불공정합니다.
 
현실보다 무수히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도 바깥은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장시우:(손에 남은 것을 가만히 움켜쥐고 있다가, 앞으로 받아들일 것을 직감했는지 심호흡을 짧게 한다.)
 
우리가 기어코 이곳에서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 희망입니까?
 
아니면 알지 못하는 현실로 돌아가 밖으로 나가는 것이 희망입니까?
 
이 평등한 멸망과 불공정한 구원 속에서 여러분은,
 
불공정한 구원을 택합니다.
 
판도라의 상자에 가장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것은 희망이었습니다.
 
판도라와 관련된 이야기에는 상자가 닫혔기에 그 안에서 희망이 남아있어 인간이 마음속에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는 전승이 있습니다.
 
왜 하필 희망이었을까요?
 
상자 속에서 수많은 재앙과 함께 들어있던 희망은 그저 재앙의 하나로써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헛된 희망에 불과한 것일까요.
 
하지만, 여러분은 기억할 것입니다.
 
반복해나가는 끝에서 차곡차곡 쌓아 올린 변화가 언젠가는 또 다른 결말로 안내할 것입니다.
 
린웰은, 자신의 방으로 이동하는 대신 손목 시계를 건드립니다.
 
그 위로 마스터키를 가져다 대자,
 
르누아르를 제외한 전원의 의식이 점차 가늘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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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638
 
새하얀 벽면에 다소 서늘한 공기.
 
코끝을 시원하게 만드는 알코올 소독약 냄새.
 
하얀색 환자복과 하얀색 의사 가운.
 
검사를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과 의료기기에 떠오르는 수치를 기입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얼핏 병원과 다름없어 보이는 이곳은 지난 몇 년을 지겹게 보고 지낸 연구시설입니다.
 
날짜를 확인해 보면 2020년 9월 24일.
 
고개를 돌려보면 방금 전 까지 함께 소각장에 있던 사람들이 보입니다.
 
저 너머엔 린웰이 서 있고,
 
목을 그었던 르누아르 역시 멀끔한 모습으로 여러분의 곁에 함께 있습니다.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로 인해 깨닫습니다.
 
여러분이 본 것이 꿈 따위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지난 회차도.
 
그리고 당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지난 회차들도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연구는 지속될 겁니다.
 
올바른 해답을 찾기 위해서요.
 
르누아르:(괜스레 목덜미를 문지르며 눈꼬리를 접어 생긋 웃어 보인다. 아아, 그래. 목숨줄 붙어 있으면 그걸로 됐지.)
 
루베르:이야, 르누아르! 목은 잘 남아 있니?
 
린웰 네쉬:(기억하고 있군. 오류인가? 떨떠름한 낯으로 콧잔등을 구기다, 시선을 살짝 돌렸다.)
 
우리는 모두 이곳에 있었습니다.
 
이곳은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판도라의 상자.
 
인류가 멸망할 재앙을 품고 동시에 그 재앙 안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희망이 남아 있는 곳.
 
당신은 나아갔기 때문에 희망입니까, 아니면 남아있는 곳에서 희망을 찾습니까.
 
우리의 결말을 희망합니다.
 
당신의 안녕을 희망합니다.
 
나는 희망합니다.
 
장시우:⋯⋯. 다 잘 도착했냐?
 
르누아르:보시다시피? 아하학.
 
장시우:가자, 오늘도.
 
루베르:후후!
 
나인:(씩 웃는다.) 세상을 구할래요.
 
린웰 네쉬:……웃긴 놈들.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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