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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낯선 2학년 1반 교실로 전학을 온 지 오늘로 딱 2주일 정도가 흘렀습니다.
 
반의 분위기, 새 친구, 전에 살던 곳보다 유독 더운 여름 날씨, 필연적으로 수업에 집중이 안 되는 창가 끝자리 등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건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괜찮아요.
 
진짜 문제는 그쪽이 아니라...
 
쿠로오 테츠로:야, 야. 너 나 보이지? 보이는 것 맞지?
 
이쪽입니다.
 
분명 지금은 수업 시간인데, 누군가가 당신의 옆자리에 앉아 계속 말을 걸고 있습니다.
 
딱히 조용한 소리로 말하는 것도 아닌데 아무도 그를 쳐다본다거나 신경 쓰는 기색이 없습니다.
 
수업 중인 선생님은 물론 당신의 주변 자리에 앉은 친구들도요.
 
왜냐고요?
 
얘는 유령이니까요.
 
아무래도 이 학교에서 그를 볼 수 있는 건 당신뿐인 것 같습니다.
 
전학 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귀찮은 일에 말려들고 싶지는 않아 며칠 전부터 꾸준히 무시하고는 있지만…
 
유령의 질문은 끊이지 않습니다.
 
교복을 입고 자연스레 당신의 옆에 앉아 말을 걸기에,
 
당연히 같은 학교, 같은 반의, 짝꿍일 거라 생각하고 대꾸를 한 것뿐이었는데.
 
유령이었다니.
 
유령은 아주 반갑게, 시도 때도 없이, 수업 시간이고 쉬는 시간이고 나발이고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오는데…
 
역시 전학을 잘못 온 것 같습니다.
 
다시 전학 가야겠어요.
 
쿠로오 테츠로:괴롭힐 생각 없다니까. 쿠로오 씨가 보이는지만 말해보라구요~ 응? (앞에서 알짱댄다.)
 
코즈메 켄마:....... 하아. (내가 문제일까, 이 자리가 문제일까, ....... 저게 문제일까. 햇볕이 내리쬐는 창가 구석진 자리의 유일한 장점이라고는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는 점인데, 누구 덕에 단점만 가득한 자리가 됐다. 외면하고 칠판에 시선을 고정한다.)
 
쿠로오 테츠로:저기, 코즈메 켄마군~? (눈앞에 손을 흔들며 방해한다. 분명 첫날에 대화를 했는데 말이야. 이제 와서 안 보이게 된 건 아닐 테고.) 쿠로오 씨 생각보다 연약한 유령이라구. 이렇게 무시하면 상처받아요~
 
코즈메 켄마:으. (반사적이었나. 시야를 직접적으로 침범하며 조잘조잘 떠들어 대자 순간 질색하는 표정이 된다. 다행히 주변 누군가의 주의를 끌지는 않은 것 같지만. 잠시 눈이 마주쳤던 사이 노려보고는 다시 네 어깨 너머를 본다.)
 
코즈메 켄마: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그를 무시하는 것에 실패했습니다.
 
자꾸만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뻔히 보이는 것을 모르는 척 하기에도 한계가 있죠...
 
쿠로오 테츠로:다 들립니다만? 이것 봐. 다 보이면서 모르는 척 한 거지?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하다 앞에 쪼그려 앉아 책상에 턱을 괴고 올려다본다.) 저기. 코즈메 군. 나 보이지? 보이잖아.
 
코즈메 켄마:....... (결국 더는 무리다. 혼자만 헛것에 헛소리를 한가득 듣고 있자니 이대로는 미쳐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눈을 꾹 감고 있다가 펜을 집어든다. '수업 중이잖아. 조용히 해.' 노트 한 귀퉁이에 적힌 것을 네 쪽으로 밀었다.)
 
쿠로오 테츠로:오. (반응해준다, 반응해준다. 못내 기쁜 낯을 짓고서 귀퉁이에 적힌 것을 눈으로 읽고 턱을 괴었다.) 날 도와주겠다고 약속하면 조용히 기다릴게.
 
코즈메 켄마:(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당최 알 수 없다는 속마음을 대변하듯 눈썹이 살짝 올라간다. 그래도 그걸로 소중한 일상 속 조용함을 되찾을 수 있다면. 들어나 봐서 나쁠 것 없겠지. 곧 펜이 움직이고, '뭔데.' 짧은 문장이 추가된다.)
 
쿠로오 테츠로:내가 이 학교의 지박령이거든.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이 그것을 말하며 노트의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톡톡 두드렸다.) 여기서 나가야만 하는데, 교문 밖을 나갈 수 없단 말입니다, 이 쿠로오 씨가.
물론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다? 오컬트부에도 들렀는데, 도와주긴 커녕 악령 취급을 해서. 제령 당하기 일보 직전이라구요.
전교에서 유일하게 나를 볼 수 있는 게 코즈메 군 뿐인 것 같으니 제령을 당하기 전에 내가 이 학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줘.
쉽지? (씩 웃는다.)
 
코즈메 켄마:(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아. 내가 더위를 먹었나 보다. 올해는 조금 이르네. 왜 굳이 학교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굳이 물어보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지박령을 지박령이 아니게 만들어 달라니,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답을 적는 데까지 고민은 없었다. '제령 당하면 되겠네.')
 
쿠로오 테츠로:본인 일 아니라고 쉽게 말하는 겁니까? 나가는 것 까지만 도와달라구, 코즈메 군~ 성불까지 도와달라 하진 않지 않습니까.
오야, 설마 코즈메 군 그새 쿠로오 씨한테 정이라도 들어버린 건가? 졸업할 때까지 줄곧 같이 다녀달란 말로 들어도 되겠지? (옆에서 기웃기웃.)
 
코즈메 켄마:아. (순간 아찔한 미래를 상상해 버리고는 외마디를 뱉었다. 역시 절대 전학 가야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냐. 어디서부터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거지. 얼굴을 양손에 묻고 하굣길에 다시 시도해 보려고 했던 보스전을 떠올리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그래, 대충 알겠다고 하면 적어도 지금은 조용히 있어 주지 않을까. 오랜 침묵 끝에 마지못해 긍정을 한다. '알았으니까 끔찍한 소리 하지 마.')
 
그는 밝은 낯을 짓습니다.
 
조금 개구진 얼굴인 것 같기도 하고...
 
코즈메 켄마: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러고보니 어쩐지...
 
유령이 입은 교복이 어딘가 새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명찰. 명찰에 이름이 적혀있네요.
 
黒尾 鉄朗...
 
쿠로오, 인가요?
 
코즈메 켄마:(쿠로오 씨, 쿠로오 씨 하더니. 여전히 왜 자신만이 너를 볼 수 있는 건지. 학교 지박령의 이름마저 알아 버려야 하는 건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지만 다시 평범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선생님의 음성에 집중한다.)
 
마지못해 부탁은 들어주겠지만, 어딘가 약간 찝찝한 기분이 듭니다.
 
…근데 이거 도와준다고 유령에 씐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업 종이 울립니다.
 
복도는 들뜬 학생들의 목소리와 책상을 정리하는 소리로 삽시간에 소란스러워집니다.
 
학교는 이제 끝났고, 쿠로오는 아주 자연스럽게 '가방을 챙겨서 따라오라' 고 이야기합니다.
 
코즈메 켄마:....... (재빨리 짐을 챙겨 빠져나갈 생각이었는데. 어쩔 수 없나. 작게 한숨을 쉬며 교실이 한적해질 때까지 미적거리다가 가방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
 
쿠로오는 아무렇지도 않게 벽을 통과해가며 어디론가 이동합니다.
 
유령인 건 알겠는데, 눈에 적응되지 않는 생소한 풍경이긴 합니다.
 
본인이 도와달라느니 따라오라느니 먼저 부탁한 주제에 당신과 동선을 맞춰 줄 생각도 없어 보이고요.
 
코즈메 켄마:어떻게 따라가라는 거야......? (중얼거리며 평범하게 문으로 나간다.)
 
쿠로오 테츠로:(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설렁설렁 움직인다.)
 
코즈메 켄마:(기회인가. 거리를 두고 네 뒤를 걷다가 고요히 오른쪽 복도로 틀어 몸을 숨긴다. 유령이니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먹힌다면 이대로 귀가할 셈이다.)
 
쿠로오 테츠로:음? (인기척이 사라지자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본다. 어느 즈음에 있는지 얼추 알듯 싶지만... 모르는 척 언저리를 떠돈다.) 오야~? 쿠로오 씨와 숨바꼭질이라도 하고 싶은 겁니까?
 
코즈메 켄마:(아, 그냥 지나쳐 줬으면. 주머니 속 게임기가 자신을 애타게 부르고 있다. 숨까지 죽이고 미동을 않는다.)
 
코즈메 켄마:
은밀행동
기준치: 20/10/4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쿠로오 테츠로:...... (근처 벽에서 불쑥 나와서 어이가 없다는 듯 짧게 웃음을 친다.) 저기. 이거 숨을 생각 조금도 없는 것 아닙니까? 코너만 돈다고 놓칠 만큼 맹한 사람이 아니거든, 이 쿠로오 씨는.
 
코즈메 켄마:윽.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인가. 얕은 한숨과 함께 벽에서 튀어나온 얼굴을 밀어내듯 손으로 허공을 헤집고는 중앙 복도로 돌아간다.) 어디 가는 건데.
 
쿠로오 테츠로:아이고. (뒤로 밀려나는 시늉을 하며 벽에서 쑥 나와 복도 위를 걷듯 움직였다.) 가보면 압니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1층의 도서실입니다.
 
코즈메 켄마:도서실......?
 
금요일의 방과 후라 다들 놀러 가기 바빠서일까요.
 
책을 빌리러 온 학생들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안에 있는 건 사서 선생님 한 분과 당신, 그리고 쿠로오뿐입니다.
 
학교 도서실치고는 꽤 큰 편이라 내부는 가운데를 기준으로 크게 왼쪽 구역의 책장들과 오른쪽 구역의 책장들로 복잡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코즈메 켄마:안녕하세요. (들어가며 간단히 예의만 차리고는 선생님의 시야에서 벗어난 왼쪽의 책장 사이를 찾아 너를 바라본다.)
 
쿠로오 테츠로:제목이 뭐더라. 오컬트 주문… 뭐였는데. (쫄랑쫄랑 움직인다.)
(코즈메와 눈을 마주치더니 흠. 소리를 낸다.) 오른쪽부터 볼테니까 여기서부터 찾아봐줄래?
 
코즈메 켄마:(학교 도서실에 어째서 오컬트 주문 어쩌고라는 제목의 책이 있는가. 그런 근본적인 질문을 네게 해서 득볼 것이 없으니 짤막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수많은 책 표지로 눈을 돌린다. 귀찮지만, 그나마 몸 쓰는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뿐이다.)
 
쿠로오는 만족스러운 낯으로 책장 사이로 넘어갑니다.
 
책 이름도 제대로 말 안 해주고 뭘 뻔뻔하게 찾으라는 건지.
 
코즈메 켄마: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당연하게도, 그딴 책이 있을 리가 없다. 보이지 않는다.)
 
애시당초 오컬트 관련된 책장이 이 학교에 있던가요?
 
나열된 책장을 8분동안 뱅글뱅글 돕니다.
 
그러다 오른쪽 4번째 책장에 붙어있는 분류표가 [종교, 오컬트]임을 겨우 인지했습니다.
 
여기서 뒤져야겠네요...
 
코즈메 켄마:(마침 너도 근처에 없고, 사서 선생님이 보이지도 않는 위치다. 주머니의 게임기를 꺼내 볼륨을 끄고 사흘 전부터 몰두하고 있던 RPG 게임에 로그인 한다. 바닥에 무릎을 세우고 앉은 채 책장에 기대서는 깍지 낀 양손을 스트레칭으로 쭉 풀고, 오늘이야말로 깨고 말겠어. 손가락이 버튼 위에 익숙하게 감긴다.)
 
(To GM): 그냥 게임 다이스를 굴려 보고 싶었어요
 
(To GM): 당연하게도 성공하면 스테이지를 깨고 실패하면 죽습니다
 
코즈메 켄마:
게임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퍼펙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클리어 해냈습니다!
 
삐로로롱. 작게 게임음이 울립니다.
 
코즈메 켄마:(원래 인간은 딴짓을 할 때 집중이 잘 된다지.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제법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킨다. 옷을 털어 내며 눈을 들자, 어이 없게도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종교, 오컬트' 라는 처음 보는 책장의 분류표. 아니. 학교에 정말 저런 게 있다고? 역시 전학 가야겠어. 그리 생각하며 도서실 반대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여전히 의심 담긴 눈초리로 네 번째 책장에 꽂힌 책들을 한 권씩 훑는다.)
 
쿠로오가 말한 '어떤 책'을 찾기 시작하면, 시야에 닿는 곳에서 기묘한 느낌이 드는 책 하나가 꽂혀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책등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저 책이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코즈메 켄마:.......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책을 뽑아 앞 표지를 확인한다.)
 
책장에서 그 기묘한 느낌의 책을 빼내자......
 
.
 
빼낸 틈 사이로 보이는 누군가의 눈과 마주칩니다.
 
흰자 위로 군데군데 선홍색 핏줄이 돋아난 누군가의 한쪽 눈과 말이에요.
 
악의가 가득한 눈은 주변을 탐색하듯 눈동자를 좌우로 한번 굴립니다.
 
코즈메 켄마:으. (기분 나쁜 시선이다. 옆에 꽂혀 있던 책을 밀어 눈 위로 덮어 버린다.)
 
눈을 한 번 깜빡이고 보면, 반대편은 이미 책으로 막혀있습니다.
 
코즈메 켄마: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
 
분명 사람의 눈을 봤는데, 잘못 본 걸까요?
 
막무가내인 유령에게 시달려 오늘따라 더 피곤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꺼낸 책의 표지는 빨간 바탕에, 제목 하나만 쓰여있는 전체적으로 심플한 디자인입니다.
 
그런데도 쳐다보고 있으면 어딘가 불쾌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코즈메 켄마:(집에 돌아가면 절대 에어컨 틀고 잔다. 눈 주변이 약하게 지끈거리는 듯도 한 게, 절대 더위와 환각 탓이라고 단정지으며 책을 앞뒤로 돌려 보았다가 책장 사이에서 나와 너를 찾는다.)
 
쿠로오 테츠로:(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문득 그를 발견하고 다가온다.) 이쪽엔 없더라. 찾았어?
 
코즈메 켄마:(책의 앞면을 네 쪽으로 향하게 세우고 목소리를 낮춘다.) 이거야?
 
쿠로오 테츠로:아~ 맞아. 그거야.
 
<오컬트 주문의 시전법 - 1>이라 적힌 제목이 보입니다.
 
펼쳐보나요?
 
코즈메 켄마:진짜 오컬트 주문 어쩌고네....... (무거워. 네 주변 책상에 '오컬트 주문의 시전법 - 1'을 올려놓고 도서실 출구 쪽으로 한 걸음 움직인다.) 이제 됐지?
 
쿠로오 테츠로:아니. (당당하게 말하며 책을 들고 둥실둥실 움직인다. 쥐고 놓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마냥, 움직임이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근처로 다가서서 머리 위로 턱을 얹었다.) 조금 더 도와주라. 이거, 쿠로오 씨가 할 수 없는 거라구요.
봐.
 
그렇게 말하며 그는 당신의 눈앞에 책을 펼칩니다.
 
 
::코즈메 켄마, 오컬트 능력치 1 상승.
 
이미 한 번 찾은 적 있는 덕일까요?
 
그는 간단히 페이지를 넘기고서 하나를 가리킵니다.
 
쿠로오 테츠로:봐. 지박령 본인은 이 주문을 시전할 수 없단 말 보이지? (쫑알.)
 
코즈메 켄마:(눈쌀을 찌푸렸지만, 유령이라 그런지 붙어 있음에도 더워서 찝찝하다거나 턱이 무겁다거나 하는 감상은 없다. 시끄럽지만 않아도 그냥 뒀을 텐데. ....... 뭐 이리 쓸데없이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는지.) 그래서 나 보고 해 달라는 거야?
 
쿠로오 테츠로:왜. 도와주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라, 코즈메 군 자신 없나? 이렇게 간단한 해제 방법인데? (책을 팔랑팔랑 흔들며 웃는다.) 이 지박령에게서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을 것 아닙니까. 응?
 
코즈메 켄마:그래....... (생각보다 간단한 주문이니, 재빨리 해결하고 하교하면 되지 않을까. 시전자의 부작용이라든지. 그런 것도 명시된 것은 없다. 돌아서서 너를 빤히 응시하다가 네 뒤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손을 들어 노크 하듯 등 부근에 톡 두드린다.)
 
코즈메 켄마: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디선가 미약하게 쇠사슬이 끌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만, 그것 외에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게임처럼 이펙트라도 나올 줄 알았더니...
 
이거 성공한 걸까요?
 
일단…어쨌든.
 
눈으로 확인 가능한 변화가 전혀 없네요.
 
주문의 성공 여부는 직접 교문 밖을 나가보지 않는 이상 정확히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효과가 있다면, 교문을 나설 수 있겠죠.
 
코즈메 켄마:된 거지? 난 간다. (대충 손을 흔들어 주고 도서실을 나선다. 해방이다. 물론 이쪽의. 곧장 교문 방향으로 발을 재빨리 놀린다.)
 
쿠로오 테츠로:(별다른 대꾸 없이 묵묵히 뒤를 따른다.)
 
.
 
두 사람이 교문 앞에 도착하면 쿠로오는 멈춰 서서 미간을 한껏 찌푸립니다.
 
약간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더는 걸음을 떼지 않고 망설입니다.
 
코즈메 켄마:3
 
 
::이성 3 감소.
 
코즈메 켄마:(얼른 집에 갈 생각이 만연했지만, 미묘한 태도를 보니 신경이 쓰였다. 약속도 지켰으니 곧장 귀가하면 되는 건데. ....... 그래, 확실하게 해야 다시 도와달라며 수업 시간에 방해하지 않지 않을까. 이미 교문 밖을 나선 시점에서 반 바퀴 돌아선다.) 안 오고 뭐 해.
 
쿠로오 테츠로:아~ 음. 쿠로오 씨가 말이지, 한 번도 나가려는 시도를 안 한 건 아니란 말이야. 억지로 나갈 때마다, 꼭 온몸이 불타는 것 같았거든... (어색하게 뒷목을 문지르며 삐딱하게 섰다.) 나간 게 무색하게 학교로 돌아오기도 했고.
그래서 그런가~ 조오금? 그런 게 있다는 거지.
 
코즈메 켄마:....... (당연하지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지박령이란 건 그런 거구나. 내내 뺀질거리던 사람, 아니지. 유령이 겁먹을 정도면 제법 괴로웠던 걸까. 작게 한숨을 쉬고는 손을 뻗었다.) 주문은 시전했잖아. 나 못 믿어, 쿠로오?
 
쿠로오 테츠로:... 하하. 아니, 응. 믿지. (내밀어진 손을 붙들었다. 온기 하나 없을 것은 되려 찬 기운만 그에게 안기겠지만, 그것이 무어가 대수겠어. 손을 먼저 내민 것은 그이니, 선뜻 잡은 이에게는 어떠한 잘못도 없으리라.)
 
쿠로오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교문을 벗어납니다.
 
구겨졌던 낯이 서서히 펴지고, 이내 눈동자가 어색하게 주변을 더듬습니다.
 
쿠로오 테츠로:...나왔다.
 
코즈메 켄마:거 봐. 멀쩡하네.
 
쿠로오 테츠로:와. ...이게 정말 되네. (안도한 듯 밝아진 표정을 짓고서 걸음을 옮긴다.)
 
그때입니다.
 
 
??:쿠로오!
 
코즈메 켄마:......? (그새 정이라도 들었나, 출처 모를 작은 안도를 느끼던 와중 들려 온 음성의 방향으로 자연스레 고개를 틀었다.)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면, 조금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같은 교복을 입은 누군가가 반가운 표정으로 쿠로오에게 달려옵니다.
 
...쿠로오요?
 
방금 유령의 이름을 불렀나요?
 
아니, 그가 달려온 곳은 당신의 앞입니다.
 
그리곤 굉장히 친한 척, 당신의 어깨를 툭 치며 이야기합니다.
 
 
??:쿠로오, 뭐하다 지금 집 가냐?
 
코즈메 켄마:? (생전 처음 보는 이건 또 누구고, 왜 나를 네 이름으로 부르는지. 옆으로 한 발짝 빠져서는 너를 바라본다. 헛소리를 하는 걸 보니 이쪽도 유령인가. 아니, 방금 분명히 느껴졌는데. 맞잡은 손을 내려다보면 헷갈릴 수 없이 다른 촉감이라는 게 되새겨진다. 오늘 정말 무슨 날이냐고.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무시하고 걷는다.)
 
당신과 눈이 맞자 그는 되려 본인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헉, 미안! 사람 잘못 봤다.
 
쿠로오 테츠로:? (당혹스러운 표정. 고개를 몇차례 젓다 학생의 눈 앞에 손을 흔든다.) 나 안 보이는 것 같은데?
 
코즈메 켄마:뭐야......?
 
 
??:내 친구라고 생각했어. 미안하다! (꾸벅 허리를 숙이고 급히 걸음을 돌린다.)
 
그는 방향을 틀어 학교 내부로 다시 돌아갑니다.
 
뛰어가면서도 의아한 듯 잠깐 뒤를 돌아보는데, 역시 착각한 게 민망했던 건지 금세 시야에서 사라져버립니다.
 
코즈메 켄마:너 쟤 알아?
 
쿠로오 테츠로:아~니. 쿠로오 씨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입니다.
 
…이상한 눈을 보질 않나, 유령의 이름을 듣질 않나.
 
오늘따라 정말 기분 나쁜 일들만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쿠로오를 한 번 쳐다보면 뭐라 형언하기 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코즈메 켄마:(아, 정말 집에 가고 싶다. 너를 힐끗 바라보고 돌아가는 방향으로 걸으며 주머니에서 게임기를 꺼내 테트리스를 켠다.) 너도 집에 가.
 
쿠로오 테츠로:네에, 네. (그리 대꾸하면서도 뒤를 따라 움직인다. 허공을 부유하듯 해 게임 화면을 바라보다, 담장 위로 훌쩍 올라 길을 따라 타박타박 걸었다.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겠지만.)
 
코즈메 켄마:(말을 뱉고 나니 유령이라는 사실을 다시 실감했다. 돌아갈 집이 있긴 있으려나. 가고 싶은 곳이 있으니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걸 텐데.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즈음 게임 오버 화면이 뜨자 잠시 게임기에서 눈을 떼고 왜 따라오는지 모를 네 표정을 살핀다. 당최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To GM): 심리학 굴려 봐도 되나요
 
(To GM): ㅋㅋ
 
(To GM): 
 
코즈메 켄마: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는 미묘하게...
 
당신을 따라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더해 눈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불안한 걸까요?
 
코즈메 켄마:....... 할 말이 있으면 해.
 
쿠로오 테츠로:음?
뭔가 듣고 싶은 거라도 있나, 코즈메 군?
 
코즈메 켄마:유령이 버스를 타진 않을 테고, 눈치 보면서 따라온 이유는 있을 거 아냐.
 
쿠로오 테츠로:말하면 믿어는 주실 거고?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걸음을 내딛는다.) 집으로 가는 게 이 방향일 뿐입니다~
 
코즈메 켄마:(말해 줄 생각이 없나 보네. 눈을 두어 번 깜빡이다가 게임기로 시선을 되돌렸다.) 그래.
 
그는 어떠한 말 없이 당신과 나란히 걷습니다.
 
이것이 당연한 것처럼요.
 
.
 
당신이 타야 할 버스는 117번입니다.
 
교문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정류장이 보입니다.
 
조금 전 버스가 떠난 탓에 정류장은 텅 빈 상태로, 전광판은 n분 후 버스 도착을 안내하며 빨간 불빛을 깜빡입니다.
 
코즈메 켄마:(자연스럽게 정류장의 벤치에 앉는다. 앉을 수 있는데 다리 아프게 서 있을 이유는 없지.)
 
쿠로오는 이제 숨길 기색도 없이 당신의 뒤를 따릅니다.
 
눈치조차 보지 않네요.
 
코즈메 켄마:(이상한 상황에 너무 익숙해진 걸까. 시끄럽게 굴지 않아서 그런 걸까. 역시 그새 쓸데없는 정이라도 붙인 걸까. 짜증을 내기보단 약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너를 본다.) 버스 타게?
 
쿠로오 테츠로:나온 게 너무 오랜만이라, 동네 구경도 할 겸 버스 타고 나들이나 갈까 싶기도 하네. 신경 쓰이십니까? (입꼬리를 올리며 툭툭 건드리는 시늉을 한다.)
 
코즈메 켄마:그러든지. (무던하게 새로운 테트리스 한 판을 시작한다. 아, 게임 덕이었나. 마음이 차분해져 블록들이 제 자리를 찾아 들어갈 때는 제법 기분이 좋다. 버튼을 열심히 꾹꾹 누른다. 그러다 문득. 새것으로 보였던 교복이 떠오르며 왜 하필이면 학교에 묶인 영이었을까. 그런 의문증이 생긴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타입 같아 보이진 않는데. 실례려나.) ....... 넌 어떻게 죽었어?
 
쿠로오 테츠로:어라, 그렇게 예민한 부분을 푹 찌르고 들어오신다? (곤란한 듯 웃으며 옆자리에 풀썩 앉았다. 움직임에 따른 바람조차 불어오지 않는다. 햇빛을 조금도 가려주지 못한 채로, 입을 열었다.) 유감스럽게도 기억이 전~혀 안 나네요.
 
코즈메 켄마:(유령을 직접 본 건 처음이지만,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망자들을 보면 때로 자신이 왜 죽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으니 대충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다시 집중했다가 게임이 끝나자,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킨다.) 이건 알아?
 
쿠로오 테츠로:쿠로오 씨가 그것도 모를까. 게임정도는 알아. 모든 걸 잊었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어이가 없다는 듯, 잘게 웃음을 터뜨렸다.)
 
유령과 단둘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니, 만화인지 영화인지도 모를 기이한 풍경입니다.
 
유령도 더위를 타는 걸까요, 문득 그런 실없는 생각이 듭니다.
 
코즈메 켄마:나야 모르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면 조금은, 동정할 뻔했다. 다행인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고는 햇살에 눈을 찌푸리며 안내판을 확인한다.)
 
쿠로오는 딱히 더위를 타는 것 같진 않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요.
 
그런데, 전에도 이런 풍경을 눈에 담았던 적이 있던가요?
 
기이한 데자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순식간에 꺼져버립니다.
 
코즈메 켄마:......? (뭐지, 방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따라 정말 상태가 안 좋은 것 같네. 너와 아는 사이도 아닌데, 이런 일이 또 있었을 리가. 시선으로 너를 뻗친 머리카락부터 신발까지 유심히 훑어 본다.)
 
쿠로오 테츠로:...? (시선이 느껴진 듯 눈을 돌려 마주한다. 하나하나 훑는 시선을 가만히 두다 슬금 손을 올려 몸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 아무리 이 쿠로오 씨가 잘났다고 해도 사람이 유령 상대로 그렇게 보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하는데?
 
코즈메 켄마:(반응을 눈치 채는 데 1 초, 이해하는 데까지 3 초. 머릿속으로 프로세싱이 완료되자마자 무슨 헛소리냐는 듯, 표정을 잔뜩 구겼다.) 그런 건 보통 사람이 치는 대사 아냐?
이상한 데자뷰 때문에 본 거니까 잊어. 더위 먹었나 보지.
 
쿠로오 테츠로:오야, 역시 작업이라도 거는 건가?
아, 그런가. 여름이지? 몸이 있으면 더울 법도 하겠네. 난 덥지 않아서 몰랐는데 말입니다. (팔을 슬슬 흔들어 시선을 물리고서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다가오는 버스가 보인다.)
 
코즈메 켄마:....... 더울 일 없다고 자랑하는 거야? (죽고 나면 더위라도 느껴 보고 싶어질까. 그런 시덥잖은 고민을 잠시 했다가 금방 결론을 내린다. 다른 건 몰라도 더운 건 못 느끼는 게 절대적으로 나아. 네 시선을 따라 다가오는 버스의 번호를 확인한다.)
 
느린 속도로 다가오는 버스의 전광판은 117을 그리고 있습니다.
 
낡은 버스라 그런지 차체가 멈추는 모습조차 요란하게도 보입니다.
 
코즈메 켄마:(타야겠네. 버스가 코앞까지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벤치에서 일어나 다가간다.)
 
당신이 버스에 올라타면 쿠로오 역시 징글징글하게도, 버스에 따라서 올라탑니다.
 
코즈메 켄마:
기준치: 60/30/12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역시나 버스는 만석입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보건대, 꽤 오래 서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쿠로오 테츠로:부러울 만한 이야기 하나 해줄까? (가득 찬 사람을 보며 주변을 두리번댄다. 잡을 필요가 없음에도 손잡이를 잡는 시늉을 했다.) 쿠로오 씨는 덥지도 않지만, 이 공간이 답답하지도 않답니다.
 
코즈메 켄마:....... (최악이다. 대놓고 자랑하는 듯한 말을 듣고 곧이곧대로 부러워하는 것이 퍽 기분 좋지는 않지만 이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부러웠다. 최대한 구석진 곳에서, 다른 사람과 닿을 일이 적도록 벽을 보고 손잡이를 붙든다. 몸 내놓는다고 하면 탐낼 유령 많을 것 같은데 그냥 확 줘 버리고 싶네.)
 
쿠로오 테츠로:어이쿠. 위험한 생각을 하는 얼굴이네. (곁으로 다가서며 창밖을 응시한다.)
 
버스는 덜컹거리며 출발합니다.
 
쿠로오는 주변에 서서 창밖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해가 큰 건물들을 뉘엿뉘엿 넘어가는 모습에 조금 나른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오늘, 유독 피곤했지요.
 
코즈메 켄마:(네 음성이 들리면 잠깐씩 바라보지만, 이렇게 사람 많은 공간에서 유령에게 대답할 정도로 더위를 먹지는 않았다. 고개를 기울여 버스 기둥에 댄 채로,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 눈매를 좁힌다.)
 
...
 
...
 
서서히 졸음이 쏟아져 눈이 감깁니다.
 
좁아진 시야 틈 사이로 보이는 쿠로오의 얼굴이 노을 진 햇빛을 투과해 투명하게 일렁입니다.
 
코즈메 켄마:
정신
기준치: 69/34/13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정신력 1d5를 깎습니다.
굴려주세요.
 
코즈메 켄마:1
 
 
::1 감소.
 
익숙해지지 않는 메스꺼운 감각이 목을 타고 올라옵니다.
 
당신은 눈앞에 일렁이는 이 기묘한 감각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아, 그래요.
 
나는 어디선가 당신의 얼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왜 이런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는 사이였던가요?
 
.
 
그때, 당신의 몸이 급격한 반동에 의해 앞으로 쏠립니다.
 
몸에 가해지는 큰 충격으로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조금 늦게 인식하게 됩니다.
 
코즈메 켄마: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 감겨 가던 눈을 번쩍 뜨고 반사적으로 손잡이를 더 꽉 잡는다.) 윽.
 
버스의 급정거입니다.
 
재빨리 손잡이를 붙잡은 덕분에 넘어지진 않았지만,
 
주변이 소름 돋게 공허해졌음을 느낍니다.
 
코즈메 켄마:(고개가 휙 돌아가고, 기분 나쁜 소름의 출처를 찾으려 버스 안을 두리번거린다.)
 
쿠로오 테츠로:고개를 돌리면 옆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옆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사라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네요.
 
버스에 있던 모든 사람이 사라졌습니다.
 
쿠로오조차 말이에요.
 
코즈메 켄마:이게 무슨....... 쿠로오? (이거야말로 환각이겠다. 버스에서 졸다가 악몽이라도 꾸는 건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주시하다가 버스 앞쪽으로 나아가 버스 기사 역시 사라졌는지 확인한다.)
 
버스 기사 역시 자리에 없습니다.
 
잠깐, 그럼 버스는?
 
코즈메 켄마:(다급하게 백미러로 버스 뒤에서 접근하는 차량이 있는지, 그리고 주변 도로 상황은 어떤지를 둘러본다.)
 
급히 창밖으로 주변을 확인합니다. 그런데...
 
기이한 일입니다.
 
주변이 온통 새까맣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버스의 창밖이요.
 
이것은 평소에 볼 수 있던 밤의 어둠과는 조금 다릅니다.
 
'무언가'가 버스의 외벽을 덮고 있습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쿠로오는?
 
그리고 …저건 대체 뭐죠?
 
코즈메 켄마:뭐야......?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꿈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인데 꿈이라 믿는 건 너무 희망찬 생각일 것 같다는 불안이 떠나지 않는다. 휴대폰을 꺼내 작동하는지를 확인한다.)
 
휴대폰은 작동되지 않습니다.
 
어딘가에서 무너져가는 노이즈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코즈메 켄마:(엄지 손톱으로 손끝의 살덩이를 꾹꾹 누르기를 반복한다. 가장 첫 번째가 상황 파악. 두 번째가 탈출 시도. 재차 창밖을 내다보며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새카만지 살핀다.)
 
버스 안에 사람은 없고,
 
소리는 아마 밖에서부터 들려오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
 
코즈메 켄마: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둡습니다.
 
그리고 군데군데, 노이즈가 낀 것 같습니다.
 
얘가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코즈메 켄마:설마 이게? (여기에서 소리가 나는 게 맞다면 버스는 게임 속 거대 슬라임에게 잡아먹히기라도 한 걸까. 노이즈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가 창문을 두어 번 두드려 본다.)
 
그 순간, 문틈, 창문의 틈, 바닥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검은 무언가가 당신의 발목을 세게 붙듭니다.
 
그것들은 인간이 알아들을 수 없는 불경한 소리를 내며 분열의 분열을 거듭하고, 증식하며, 당신을 빠르게 집어삼키기 시작합니다.
 
코즈메 켄마: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2
6
윽. 싫어......! (발목에 휘감겨 기어오르는 것을 다급하게 손으로 뜯어 내려 한다.)
 
코즈메 켄마: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일시적 광기가 찾아듭니다.
 
:: 두려움 :: 쿠로오가 내 존재를 집어삼킬 것만 같습니다. 그의 행동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가 하는 말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게 됩니다.
 
 
::해당 광기는 50분동안 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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